"중도 표심 떠날라"…현실된 '조국 신당'에 난감한 민주당

[the300]


(부산=뉴스1) 윤일지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3일 오후 부산 중구 부산민주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10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신당 창당 선언을 하고 있다. 2024.2.13/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3일 신당 창당을 선언하자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곤혹스러운 분위기가 읽힌다. 자녀 입시 비리 문제 등으로 1·2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조 전 장관이 정치 일선에 나서면 자칫 중도층 표심이 이반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통합비례정당을 통한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 일단 선을 그으며 거리두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조 전 장관은 13일 오후 부산 중구 민주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그는 오는 4월 총선을 윤석열 정부 심판의 기회로 규정하며 신당을 대한민국 변화를 이끄는 강소 정당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단 포부를 밝혔다. 총선 출마 여부, 더불어민주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조 전 장관은 "무능한 검찰독재정권 종식을 위해 맨 앞에서 싸우겠다"며 "국가위기를 극복할 대안을 한발 앞서 제시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갈등을 이용하는 정치가 아니라 갈등을 조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정당을 만들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강소정당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했다.

총선 출마 여부나 창당 절차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조 전 장관은 "정당을 만드는 것은 동지와 벗과 함께하는 것"이라며 "신당에 모이는 분들과 원칙과 절차를 정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통합비례정당 논의에 참여할 계획이 있는지 묻는 말에는 "당장 고민할 사안은 아니다. 제가 만들 정당이 어떤 길을 갈지 보이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조 전 장관은 지난 8일 자녀 입시비리와 감찰무마 의혹 건과 관련한 항소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은 뒤 정치 참여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다. 지난 12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찾아 윤석열 정부 심판과 야권의 총선 승리를 위해 신당 창당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에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 안에서 함께 정치를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신당 창당의 불가피성을 이해한다"며 지지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2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있다. (사진= 조국 전 장관 제공) 2024.02.13.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러한 조 전 장관의 창당 선언을 바라보는 민주당의 심경은 복잡해 보인다. 2019년 중도층과 젊은 세대의 이반을 불러왔던 '조국 사태'를 되새기게 해 민주당 총선 승리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기류가 강하다. 하지만 통합비례정당을 통한 조 전 장관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시각도 일부 존재한다. 조 전 장관 정치 참여에 힘을 실어준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이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조 전 장관과 그 주변 인물에 대한 다수의 의혹이 불거진 이른바 '조국 사태'는 2019년 8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시작됐다. 야당이던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조 전 장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되자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고, '조국 지지' '조국 반대' 여론으로 정국이 분열됐다. 당시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다.

민주당 입장에서 조국 사태는 중도층과 젊은 세대의 지지를 잃은 사건으로 기억된다. 당시 조 전 장관의 입시비리 의혹은 단순 위법 논란을 넘어 한국 사회의 청년 불평등 문제로 확산됐고, 이는 공정과 정의를 외쳤던 문재인 정부와 엮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민주당 내부에서 '조국의 강을 건너야 한다'는 게 과제로 거론되고,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 등이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했던 배경이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머니투데이 the300과의 통화에서 "연대를 떠나서 조 전 장관이 정치 일선에 나오는 것 자체가 당에 부정적이라고 본다"며 "당 전략인 정권심판론이 흐릿해질 수 있고 문재인 정부 심판이라는 과거의 프레임으로 회귀할 우려도 있다. (조 전 장관의) 신당 성과도 외연 확장이 아닌 민주당 표를 일부 가져가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초선의원도 "조 전 장관이 정치 일선에 돌아오면 4년 전 싸움을 다시 하게 된다"며 "정치 원로들이나 (조 전 장관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은 어떤 감정이 남아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정치를 위해서는 함께 가면 안 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 추진단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 추진 연석회의'에서 시계를 보고 있다. 2024.02.13.
당 지도부는 내부 우려를 의식한 듯 조 전 장관과 일단 거리두기에 나섰다. 통합비례정당을 통한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거듭 일축하고 있다. 통합비례정당 추진단장인 박홍근 민주당 전 원내대표는 13일 조 전 장관의 창당 선언 직후 SNS(소셜서비스)에 "조 전 장관의 정치 참여나 독자적 창당은 결코 불필요한 논란과 갈등, 집요한 공격만 양산할 것"이라며 "설령 신당이 만들어지더라도 이번 총선 승리를 위한 선거연합의 대상으로 고려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썼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조 전 장관 신당의 통합비례정당 참여 여부에 대해 "조 전 장관과 관련한 정당과 논의한 바 없다. 현재까지는 정당의 형태를 갖춘 진보개혁세력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같은날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조 전 장관 총선 출마의 적절성을 묻는 질문에 "2심까지 현재 금고형 이상을 받았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공직선거법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형이 실효될 때까지 피선거권을 박탈하도록 규정한다. 조 전 장관은 징역형을 선고한 항소심에 대해 상고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되면 조 전 장관은 '2년 실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가 돼 총선 출마에 제약받지 않는다. 만약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 징역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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