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이 만사 [우보세]

[the30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마치고 당사를 나서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당헌당규에 어긋난 공천은 받을 수 없다"며 "서울 은평을과 송파을, 대구 동구갑ㆍ동구을ㆍ달성군 등 5곳을 무공천 지역으로 남겨두겠다"고 밝혔다. 또 "이를 위해 후보등록이 끝나는 내일까지 최고위도 열지 않겠다"고 말했다. 2016.3.24/뉴스1
#2016년 3월24일 오후2시30분, 특유의 카리스마로 정치권에서 '무대(무성 대장)란 애칭으로 불리던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굳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김 대표는 "서울 은평을·송파을, 대구 동구갑·동구을·달성군 등 5곳에 대한 공천관리위원회의 (보류) 결정에 대해 (최고위원회) 의결을 하지 않겠다"며 "이를 위해 후보등록이 끝나는 내일까지 최고위도 열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고위 의결없이는 지역구 공천을 할 수 없다. 새누리당은 발칵 뒤집혔다. 김 대표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본인의 지역구 사무실이 있는 부산 영도구로 내려갔다. 지금도 '무대'하면 회자되는 이른바 '옥새파동'이다.

결국 새누리당은 김 대표의 뜻대로 유승민 전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 을과 이재오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서울 은평구 을, 그리고 유일호 전 의원의 지역구인 송파구 을에 공천하지 않기로 했다. 무대의 판정승. 하지만 이는 20대 총선에서 엄청난 후폭풍을 불렀다. 새누리당은 122석에 그치며 123석을 얻은 더불어민주당에게 원내 1당 자리를 빼앗겼다. 야권은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등을 합쳐 167석으로 과반 의석을 훌쩍 넘겼다.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마포현대빌딩에서 만난 무대의 카리스마는 여전했다. 사흘 전 22대 총선 출마를 선언한 그에게 집권여당의 총선 필승 전략을 물었다. 김 전 대표는 허공을 바라보며 "공천만 잘하면"이라고 했다. 그의 표정엔 회한이 가득했다. 김 대표는 "그 때 87.43%는 상향식 공천을 했다. 그런데 12.57%를 잘못된 방식으로 공천하면서 총선에서 대패를 했다"고 말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161개 지역구에서 경선을 할 계획이었지만 친박계의 반발로 141곳에서만 경선을 치렀다. 옥새파동으로 민심은 차갑게 식었다. 김 전 대표는 "당시 새누리당이 180석을 얻을 거라는 언론 보도가 있었을 정도로 유리한 판이 짜여있었다"며 "불과 한 20일 정도의 공천 파동으로 선거에서 지고 당은 분열되고 대통령은 탄핵을 당했다"고 했다. 산전수전을 다겪은 베테랑 정치인의 경고엔 절실함이 묻어있었다.

#사전적으로 공천은 공직선거에서 정당이 후보자를 천거(추천)하는 것을 말한다. 당이 해당 후보를 보증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공정함이 생명이다. 선거 때마다 각 정당들이 공정한 공천을 다짐하는 이유다. 22대 총선을 앞둔 여야는 저마다 공천룰을 정하느라 부산하다. 여지껏 전국단위 선거에서 공천 파동이 없었던 적이 있었을까. 이번에도 벌써부터 여야는 상대 진영에서 공천 파동이 일어날 것이라 주장한다. 공천 파동은 필패의 지름길이다.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그랬고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그랬다. 22대 총선에서 반복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천 문제 등을 놓고 충돌한 것은 어쩌면 예고편에 불과한 것일지 모른다. 충남 서천에서의 만남으로 극적 봉합은 이뤄졌다. 이제는 '시스템 공천'이 약속대로 투명하게 가동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총선에 있어서 만큼은 공천이 만사(萬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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