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시민'과 '보통사람'의 변증법

[the300][종진's 종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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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인사회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2024.01.03.
#새해 정치무대의 주인공은 단연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다. 공직자에서 집권 여당 수장으로 직행한 그는 정치 경험이 없다는 우려를 빠르게 지우고 있다. 전국을 순회하며 각 권역별 맞춤 덕담으로 지역 민심을 사로잡았다.

낯섦도 있다. 한 위원장이 전면에 내세운 '동료시민'은 의미가 적잖다.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 시민과 국민이 뚜렷한 개념 정의 없이 혼재된 한국 정치의 독특한 현실에서 역사적인 규정이다. 국가권력의 객체로 인식돼온 국민이 아닌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서 잉태된 자유로운 권리와 연대의 책임을 지닌 능동적 주체로서 시민을 소환했다. 그것도 '국민'의힘에서 말이다.

문제는 먹히느냐다. 입술의 명료함이 가슴의 공유를 보장하지 않는다. 1987년 대선 때 노태우 전 대통령의 '보통사람' 캐치프레이즈는 모호한 표현이었지만 서민 중산층의 마음을 움직였다. 동료시민의 가치가 보통사람들의 이해와 지지로 연결되느냐가 관건이다.

#그러나 정치적 재능 면에선 윤석열 대통령을 따라갈 수 없다. 정치선언 단 8개월 만에 대통령에 당선된 윤 대통령이다. 정치는 권력투쟁이고 선거가 그 성적표이기에 이견을 달기 어렵다.

윤 대통령 역시 법조인 출신으로서 개념 정리부터 남달랐다. 취임사에서 '세계시민'을 7번이나 언급하면서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작동원리와 연결성을 역설했다. 집권 1년 9개월째 보여주는 모습도 외교든 내치든 선명하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대원칙에서 방향은 정확하다.

문제는 지지율이다. 기대만큼 안 먹힌다. 대통령 국정지지도 부정평가가 60%를 육박한다. 욕먹더라도 국민만 보고 직진한다는 대통령으로서는 억울할 만하다. 참모들도 답답하다.

정부의 한 핵심 인사는 "대통령이 너무 세다"고 했다. 자신감 넘치는 대통령이 아니라 독단적 이미지로 보이는 게 걸림돌이다. 연이은 거부권 행사도 '다수의 폭정'에 대한 소수당 대통령의 처절한 저항이 아니라 제왕적 용산의 여의도 무시로 읽혀버린다.

#안타깝지만 인간은 비합리적이다. 전쟁이 그렇듯 인류사의 비극은 오판의 연속에서 비롯된다. 삶은 옳고 그름, 선과 악의 이분법보다 복잡다단하게 얽힌 관계의 타래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 사이를 파고들어 조정하고 최선(혹은 차악)의 결과를 끌어내는 게 정치다.

따라서 정치인의 진가는 대개 이성과 논리의 엄정함보다 감성과 공감의 여유에서 발휘된다. 미국인이 사랑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가슴에 총을 맞고도 농담을 했다. 백악관 출입기자들한테 혼잣말로 '개XX'(Son of Bitches)라고 욕한 게 마이크에 녹음돼 시끄러워진 이후에는 SOB(Save our budget, 예산을 절약하자) 티셔츠를 입고 나와 논란을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대통령은 나약한 지도자가 돼서는 안 되지만 동료시민 앞에 자신을 더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억지로 연기를 할 필요도 없다. 윤 대통령을 가까이서 경험한 이들은 한결같이 누구보다 솔직하고 진솔한 소통력을 갖췄다고 평가한다. 재능을 드러내면 된다. 그러지 않고선 기자회견도, 김치찌개 회동도, 제2부속실 설치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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