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테마주' 씁쓸한 단상[우보세]

[the300]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지난달 26일 소셜미디어(SNS)에 한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스타가 된 배우 이정재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미소짓고 있는 사진이다. 이 사진의 가치는 약 2300억원. 두 사람의 만남이 알려진 지난달 27일부터 지난달 6일 사이에 급등한 대상홀딩스의 시가총액 변동 폭이다. 대상홀딩스는 한 장관과 같이 현대고를 나온 이정재의 연인 임세령 대상그룹 부회장이 2대주주로 이름을 올린 회사다. 대상홀딩스는 이른바 '한동훈 테마주'로 취급 받는다.

'한동훈 테마주'는 한 장관과 공적, 사적인 인연으로 얽힌 상장기업들을 뜻한다. 실제론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해도 어떤 기업이 한 장관과 얽혀있다고 여겨지면 주가가 널뛴다. 대상홀딩스 외에도 부방, 노을, 태양금속 등이 '한동훈 테마주'로 꼽힌다고 한다. 한 장관의 동문이 일하고 있거나 한 장관의 배우자와 같은 곳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경영진이 있다는 이유로 한데 묶인다.

'한동훈 테마주'와 같이 유력 정치인과 혈연·학연·지연 등으로 연관이 있다고 거론되는 기업들을 '정치 테마주'라고 부른다. 선거철만 되면 'OOO 테마주'라는 이름으로 기승을 부린다. 대상홀딩스처럼 기업 경영진이나 주주가 정치인과 어떤 형태로든 관련이 있다고 여겨지기만 하면 주가가 급등하거나 급락한다. 일각에선 '대주주와 정치인이 옷깃만 스쳐도 정치 테마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다른 테마주에 비해 분류 기준도 느슨하다. 해당 회사의 업태나 실적, 지속가능성 등은 거의 고려되지 않는다는 점도 특이하다.

#'한동훈 테마주'가 뜬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표면적으로는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로 떠오른 초대형 정치 신인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크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한 장관의 정치적 위상이 그 정도로 커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권력의 한복판으로 다가갈 법한 정치인에게나 따라 붙는 것이 정치 테마주다. 머지않은 시점에 한 장관이 정치에 발을 들이고 총선 출마를 선언하면 '한동훈 테마주'는 또 한 번 들썩일 것이다. 이는 과거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등 전·현직 대통령은 물론 다수의 여야 유력인사들이 밟았던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꺼풀만 더 들여다 보면 정치 테마주의 그늘은 뚜렷하다. 과거 금융감독원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 테마주 35개 종목'에 투자한 계좌 중 195만개에서 1조5494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손실을 본 투자자의 99%는 개인투자자였다. 애초에 실체가 없으니 거품만 잔뜩 껴있던 것이다.

정치 테마주는 '권력자와 가까우면 득을 볼 것'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정경유착'식 셈법이다. 나랏님이 기업의 뒷배를 봐주고 특혜를 주던 시대는 지났다. 그럼에도 수많은 투자자들은 여전히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이면엔 정치에 대한 불신이 스며들어 있다. 한 장관이 이정재와 만났다는 이유로, 한 장관의 배우자와 같은 곳에서 일한 경영진이 있다는 이유로 특정 기업의 주가가 폭등하는 건 웃지 못할 코미디다. '정치인 한동훈'에 대한 기대감과는 별개로 '한동훈 테마주' 열풍이 씁쓸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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