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일본으로 자본·인재 몰린다...우린 대응 느려 안타까워"

[the300]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03 국회 신성장산업포럼 종합토론회에서 축사 중인 김진표 국회의장./사진=김성은 기자
"우리 경제가 어렵다. 50년 평생을 경제 쪽에 촉각을 세워온 사람으로서 굉장한 위기다. 대한민국이 G10(주요 10개국), G7에 진입하려면 세계 1위를 할 첨단과학기술을 실제 산업화로 연결할 능력을 얼마나 갖는지가 중요하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6일 '의회 중심의 신산업 지원 거버넌스 구축'을 주제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신성장산업포럼 종합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의장은 이날 축사에 나서 "우리나라는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처음 시행된 이래 정부 주도 형태 경제 성장을 이뤄왔다"며 "고속 성장의 한계에 봉착해 경제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었던 때가 1997년 외환위기"라고 했다.

이어 "외환위기를 맞은 상태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는데 그 어려운 와중에서도 연구개발(R&D) 지출을 줄이지 않고 늘렸다. 왜냐면 그 분이 토론을 즐기고 많이 연구하는 분인데다 대한민국이 인적 자원 외 다른 자원은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정보통신산업에 집중 투자하고 육성하니 인재가 모이고 발전해서 정권 후반부에 가서는 대한민국이 세계 정보화수준 3위까지 올랐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며 "지금 우리 경제가 어렵다. 50년 평생을 경제쪽에 촉각을 세워온 사람으로서 굉장한 위기다. 왜냐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우리가 타개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난 데서 위기의 원인이 오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의장은 "미국은 중국과 일종의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이 경쟁이 미중 사이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각국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첨단과학기술 분야에서 1등 국가가 돼야만 한다는 절박함을 갖고 싸운다"고 했다. 김 의장은 일본이 도쿄 국가전략특구 및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를, 영국이 런던 테크 시티를, 프랑스가 파리 르 그랑 파리를 각각 거점삼아 첨단과학기술 분야 인재를 끌어모으고 있단 사실에 주목했다.

김 의장은 "(각국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수도권 주변이 아니면 사람을 모을 수 없다"며 "한국의 수도권 중에서도 경기 남부에는 이미 메모리 반도체 전체 수요의 50%를 공급하는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다. 클러스터가 최근 용인, 평택으로 확대 중이다. 그럼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AI(인공지능), ICT(정보통신기술), 바이오 연구 분야를 개발하면 된다. 각국 연구생들이 다 모여 자주 만나고 대화 나누고 토론하는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을 믿고 세계 최고 수준의 석박사들도 따라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TRL이라는 기술성숙도 지표를 쓰는데 TRL에 따르면 1~2단계는 기초분야 연구 단계, 3~4단계는 실험, 5~6단계는 시제품 제작, 7~8단계는 실용화, 9단계 이상은 대규모 산업화 및 수출 단계"라며 "지역균형발전 관점에서 보면 수도권에서 1~4단계에 집중하면 된다. 그런데 광주나 부산, 대구 등 어느 한 곳에서 1~10 단계를 전부 하려고 하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 경쟁이 이어지면서 중국의 많은 자본이 미국에서 나와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중인데 한국, 대만,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 등이 경쟁적으로 (중국 자본을) 유치 중"이라며 "일본이 베팅을 강하게 해서 (자본이) 일본에 몰린다. 지난해와 올해 일본 성장률이 좋아진 원인도 여기에 있다. 일본이 강력한 인센티브 정책을 써서 전세계 첨단 연구진도 도쿄와 요코하마로 몰린다. 이러면 되겠나"라고 했다.

김 의장은 "일본이 인재를 빨아들이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이런 국제정세 변화에 우리나라 정책이 빨리 대응해야 하는데 느린 게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며 " 대한민국이 G10, G7에 진입하려면 세계 1위를 할 첨단과학기술을 실제 산업화로 연결할 능력을 얼마나 갖는지가 중요하다. TRL을 염두에 두고 정책이 입안돼 추진되지 않으면 큰일"이라고 했다.

김 의장은 지난달 직접 발의한 '첨단연구산업단지 조성 및 육성을 위한 특별법'을 강조했다. 해당 법안은 수원시 및 화성시의 군 공항 종전부지 및 주변지역에 첨단연구산업단지를 조성 및 육성해 국내외 우수기업과 인재를 유치,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단, 이 법안은 김 의장이 동시에 대표 발의한 '수원 군공항 이전 및 경기남부통합국제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의 의결을 전제로 한다.
(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2023.10.19/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 의장과 함께 축사에 나선 홍영표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은 "신성장 산업에는 국가 미래가 걸려 있다"며 "산업 지원의 문제, 거버넌스 체제는 어떻게 할지가 굉장히 중요한 과제다. 포럼에서 국회가 해야 할 일에 대해 건설적 제안을 많이 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날 축사에 이어 '입법부와 산업정책 거버넌스 : 국회 중심의 산업지원체계 모색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박현석 국회미래연구원 거버넌스그룹장은 "민간부문이 급성장하고 경제가 다원화됨에 따라 과거와 같은 행정부 주도의 성장 거버넌스는 한계를 갖게 됐다"며 "국회 중심의 산업 지원체계가 마련되는 것이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각계 의견을 수렴해 비전을 제시하는 중장기 의제 기획기능이 강화돼야 하고 중장기 산업정책 관련 의제 실현에 따르는 갈등을 조정하는 여야간 경쟁과 타협도 촉진해야 한다"며 "현재와 같은 정쟁 위주 국회 운영상 중장기 개혁방안을 논의하기 어렵다. 정당 내부 다양성이 사라지고 다양한 의견이 대표되지 못하는 정당의 획일화 경향이 강화되는 것도 국회의 갈등관리 기능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처럼 상임위원회 중심주의가 실질화되고 상임위 의사결정을 위한 공청회, 청문회 제도가 내실화돼야 한다"며 "유럽 의회처럼 사회적 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제도 마련도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