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편이 있다'…'자살 왕국' 탈출한 핀란드·일본 비결은?

[MT리포트-자살 막는 나라④]

편집자주코로나19(COVID-19) 팬데믹 3년 간 코로나로 숨진 이들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이 더 많은 곳이 대한민국이다. 과거 자살로 악명 높았던 일본은 국가가 직접 자살을 막기 위해 나서 자살률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인간이 자신에게 가하는 최악의 비극을 막기 위해 국가와 사회가 해야 할 일은 뭘까.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자살로 사망하는 이들은 한해 70만명이 넘는다. 하루 약 192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셈. 한 시간에 80명, 45초에 한 명꼴이다. 자살은 다른 질병과 달리 한 번 발생하면 돌이킬 수가 없다. 모든 대책이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이유다. 자살은 환경적 요인이나 우울증, 경제적 문제, 만성 질병 등 다양한 이유로 발생하지만 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에서 적절히 개입한다면 예방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종합적 자살 예방 대책을 마련해 자살을 줄인 나라들이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부동의 자살률 1위로 '세계 최고 자살국' 오명을 안은 우리로선 그들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핀란드와 일본이 대표적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WHO도 배운 핀란드의 자살 예방 대책


북유럽 국가 핀란드는 행복한 복지 국가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꼬리표로 따라붙는 게 우울증이다. 여름엔 해가 지지 않는 백야가 나타나지만 겨울엔 온종일 해가 뜨지 않기도 한다. 신체뿐 아니라 정신건강도 해치기 쉽다. 실제 이 같은 기후 요인에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고립감과 스트레스로 자살이 늘기도 했다. 1965~1990년까지 25년간 자살 사망률은 3배나 증가했다. 1990년대 핀란드 자살률은 OECD 평균 자살률의 두 배나 웃돈다.

핀란드는 1992년부터 예방 대책을 본격 가동했다. 국가 주도로 자살 예방에 나선 건 핀란드가 세계 최초다. 핀란드 정부는 자살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조기에 파악해 빠르고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우울증 치료에 적극 나섰고 다른 질병으로 병원에 온 경우에도 우울증이나 자살 충동 여부를 점검했다. 위험군으로 파악된 이들에겐 상담 치료와 약물 치료를 병행했다.

아울러 사회와의 접촉을 늘려 소속감과 공감대를 갖도록 했다. 누군가 내 편이 있다는 인식을 갖도록 한 것이다. 자살 충동을 높이는 주류 판매를 제한했으며, 학교와 지역 사회에서 자살 예방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과 삶의 의욕을 높이도록 했다. 자살 관련 보도의 경우 자살 위험군에 모방 사례가 될 수 있는 만큼 상세한 묘사를 자제하도록 했다.

이 같은 노력은 자살률 하락으로 이어졌다. OECD에 따르면 1990년 10만명당 30명이던 핀란드의 자살률은 점점 떨어져 2000년엔 22.4명, 2010년엔 17.6명, 2020년엔 12.9명으로 줄었다. 2020년 우리나라 자살률은 10만명당 24.1명으로 핀란드의 약 2배이자 세계 1위다.

2020년 OECD 나라별 자살률. 한국은 인구 10만명당 24.1명으로 압도적 1위다./사진=OECD


日 자살 문제, 내각부가 직접 챙긴다


1990년대 말 버블경제 붕괴 후 일본에서도 자살이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했다.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현실도피 수단으로 자살이 유행병처럼 번졌다. 1998년 한해 자살자가 3만명을 넘었고 2003년엔 무려 3만4427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자살 왕국이란 별명이 따라붙은 것도 이맘때다.

일본은 2006년 본격 대책에 나서 자살대책기본법을 제정하고 자살 예방 사업을 총리실 산하 내각부가 직접 챙겼다. 자살 예방 예산으로 수천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심리 상담, 자살 충동이 들 때 마음속 이야기를 터놓을 수 있는 핫라인 등을 마련했다.

또 과로사 문제가 제기된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휴직 사용을 늘리고 심리적 지원도 강화했다. 법으로 잔업을 제한하고 50명 이상 근로자를 둔 사업체에 매년 스트레스 테스트를 의무화한 것 역시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만일 이 테스트에서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면 해당 직원은 의사와의 상담을 권유받게 된다.

그 결과 일본의 자살자는 2019년 기록 시작 후 처음으로 2만명 밑으로 내려왔다. 2020년부터는 다시 2만명을 넘었지만 자살률은 10만명당 15.4명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낮다.

/AFPBBNews=뉴스1
자살을 주요 공중보건 문제로 간주하는 WHO는 자살 예방을 위해서는 자살을 둘러싼 다각적 분석과 사회 각 부문에서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구체적으로 △자살 도구가 될 수 있는 총기나 특정 약물 접근을 제한하고 △자살에 대해 책임 있는 보도를 할 수 있게 언론과 소통하며 △청소년 사회정서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자살 위험군을 조기에 식별해 조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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