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대통령의 휴가, 그래도 가야

[the300]

편집자주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내가 평검사 때 잠바 입고 수첩 하나 들고 검찰총장실 찾아갔다. 그렇게 내 방에 찾아와라" 윤석열 대통령은 종종 참모와 각료 등에게 거침없는 소통을 강조한다. 형식을 갖추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요식행위는 중요치 않다는 얘기다.

실제 취임 후 14개월여를 그렇게 달려왔다. 어느 비서관이 직속상관인 수석비서관을 제치고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다는 식의 소문은 드문 괴담이라기보다 흔한 미담에 가까워졌다. 윤 대통령은 필요하면 행정관이나 초선의원, 민간의 각계 인사와도 수시로 직접 대화한다.

직전 보수정권 청와대에서도 근무했던 한 인사는 "1년 반 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을 딱 두 번, 그것도 멀찍이 떨어져서 만났는데 용산에서는 반년도 안 돼 윤 대통령을 가까이서 수십 번 봤다"고 했다.

#대통령을 참모들이 따라가기 힘들다. 타고난 체력에 일을 즐긴다. 주중에는 청사에서 저녁 식사를 곁들인 회의가 일상이고 주말에는 관저로 불러 보고를 받는다.

외교무대에서 일정은 가혹할 정도다. 밀려오는 요청을 굳이 마다하지 않는다. 순방 중에는 하루에도 정상회담만 예닐곱 개씩 소화하는 통에 때로 분 단위로 움직이기도 한다.

주변의 말을 종합하면 원래 기질이다. 서울대 법대씩이나 나와서 9수까지 하는 동안에도 사람을 피하지 않았다고 한다. 후배들이 찾아오면 그냥 넘어가지 않고 꼭꼭 밥을 샀다. 거리낌 없는 소통과 과도할 만큼의 업무는 용산의 뉴노멀이다.

#'불투명해진 휴가' 어김없이 올해도 등장했다. 역대 대통령의 휴가는 항상 그랬다. 경제가 어려워서, 수해 때문에, 전염병 탓에, 늘 대통령의 휴가는 수난사였다. 재임 기간 매년 휴가를 챙긴 대통령이 없을 정도다. 그렇다고 휴가를 막았던 그 이슈가 잘 해결됐다는 얘기도 듣지 못했다.

지난해 윤 대통령은 '8.1(월)~5(금) 국정운영 구상'(당시 주간 일정 공지문) 기간을 보냈다. 한 고위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휴가였지만 매일 이런저런 회의가 있었다"고 했다.

사실 올해는 이례적으로 8월에 한미일 정상회의까지 예정돼 '국정운영 구상'의 시간이 더 빠듯하다. 첫해와 달리 서울을 벗어난 제대로 된 휴가도 필요할 수 있다. 어차피 대통령이 머무는 곳에는 실시간 보고체계가 갖춰지고 유사시 즉각 대응이 가능한 시스템이 마련된다.

#쉼표를 찍지 못하면 고스란히 부담으로 돌아온다. 흔히 윤 대통령의 부정적 이미지는 질주가 폭주로 받아들여지는 데서 비롯된다. 직설적 화법과 전방위적이고 강력한 업무 추진이 시원하게 느껴지기는커녕 불편하게 여겨진다는 의미다. 누구보다 소통에 강하고 열심히 일하는 대통령이 정작 국민의 마음에는 닿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다.

취임 100일도 안 돼 지지율 20%대로 추락했던 작년 이맘때 윤 대통령은 휴식을 갖고 "저부터 분골쇄신"을 천명했다. 대통령실이 보강됐고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 노동개혁 등 법과 원칙의 국정철학이 명확히 제시됐다.

집권 2년차 국정 추진동력은 국민 설득에 달렸다. 이를 가능케 할 대통령의 묘수는 숙고에서 나온다. 만만찮은 악재들이 여전하지만 대통령이 쉬지 못하는 것 또한 큰 악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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