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개는 되고 앵무새는 되지 않는 것

[the300]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12일 대구 북구 엑스코(EXCO)에서 열린 '제19회 대구펫쇼'를 찾은 시민들이 앵무새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강아지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 관련 150여 개 업체가 300여 개 부스 규모로 참여하고 다양한 부대행사가 마련됐다. 2022.6.12/뉴스1

# 흔히 누군가 같은 말을 반복할 때 '앵무새' 같다고 낮춰 부른다. 기자로서 이런 관용적 표현에는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10년 간 앵무새 '연두'와 살아온 '반려인' 입장에선 사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참 마뜩잖다.

함께 살아보니 앵무새는 참 똑똑하다. 아무리 잘 잠가놓아도 부리로 새장을 따고 탈출하는 일도 허다하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신나게 기물을 파손해놓고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태연하게 다시 새장 문을 열고 들어가 자고 있기도 한다. 앵무새들은 개나 고양이처럼 반려인과의 유대관계가 강한 동물로도 유명하다. 연두 역시 출·퇴근길에 인사를 건네고, 쓰다듬어달라며 손에 자신의 머리를 들이민다.

# 최근 개정된 동물보호법이 시행됐다. 동물 학대 행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학대 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반려동물의 수입과 판매, 장묘업이 등록만 하면 가능했지만, 이제는 허가제로 바뀌었다. 처벌 역시 강화됐다. 무허가 또는 무등록에 대해서는 이전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수준이었으나 무허가의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무등록의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됐다.

하지만 앵무새 '연두'는 이 법의 대상이 아니다. 동물보호법은 반려동물의 기준을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반려동물'의 범위는 '개, 고양이, 토끼, 페럿, 기니피그, 햄스터' 딱 6가지 동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을 애초에 6가지로 한정한 이유는 따로 찾을 수는 없었다. 아마 반려동물에 대한 규정을 처음 만들던 시절, 치밀한 검토 없이 대충 동물 몇 가지를 법에 적어둔 게 아닐까하는 추측할 뿐이다.

많은 이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간다. 반려인만 1500만명이라고 한다. 관련 법의 중요성이 커지는데 여전히 법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 비단 반려동물만의 문제는 아니다. 사회가 발전을 거듭할 수록 법이 마련됐을 당시에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던, 어렵고 복잡한 사례들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법이 아직 나아가지 못한 곳에 또 다른 갈등이 싹튼다. 법을 만드는 이들, 국회가 사회에 대해 다양한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해주길 바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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