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에서 일을 벌이다 천하를 잃다"[우보세]

[the300]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21일 덩샤오핑 전 중국 국가주석의 고향인 중국 쓰촨성 광안에서 중국 경찰들이 덩 전 주석의 동상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22일 덩 전 주석 탄생 110주년을 앞두고 그의 개혁개방 업적 등을 찬양하는 움직임이 활발했다. 광안(중국)=로이터 /사진=뉴스1

# "만일 어느 날 중국이 안면몰수하고 초강대국이 돼 패권을 주장하고 여기저기 남을 괴롭히며 남을 침략하는 한편 남의 것을 탈취한다면 세계의 모든 인민들은 응당 들고 일어나 중국을 사회제국주의로 규정하고 반대해 중국 인민들과 함께 무너뜨려야 할 것이다."

중국의 개혁 · 개방, 시장경제의 아버지로 불리는 덩샤오핑은 1974년 유엔 특별위원회 연설에서 패권주의, 팽창주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그는 1979년 미국을 방문해선 카우보이 모자를 눌러쓰고 로데오 경기를 관람했다. 공식 석상에서 엘비스 프레슬리의 '러브 미 텐더(Love Me Tender)'를 열창하며 서방세계에 친근함을 어필했다.

후대 지도자들에겐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추고 은밀히 힘을 기른다)'와 함께 '결부당두(決不當頭·결코 우두머리로 나서지 마라)'를 유훈으로 남겼다.

#"누구라도 중국을 건드릴 망상을 한다면 14억 중국 인민이 피와 살로 쌓아 올린 강철 장성 앞에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릴 것이다."

2021년 7월 공산당 100주년 기념 연설에 나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를 상대로 섬뜩한 경고를 내놨다. 덩샤오핑이 유훈으로 남긴 '도광양회'는 흔적없이 사라지고, 힘 자랑하는 중국만 남았다.

미국을 넘어 세계 초강대국이 되겠다는 시진핑의 야심은 '중국몽(中國夢)'으로 발현되고 있다. 덩샤오핑의 도광양회, 결부당두는 중국식 패권주의와 팽창주의를 집대성한 중국몽으로 빠르게 대체됐다.

#지금의 중국은 스스로를 전랑(戰狼)이라 칭한다. 자국의 이익에 반하면 늑대처럼 달려들어 물어뜯는다. 철저히 자국중심적이고 고압적인 외교의 행태다. 수가 틀리면 경제적 보복도 참지 않는다. 2016년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이후 중국이 한국을 상대로 벌인 대대적인 경제 보복이 대표적이다. 노르웨이, 일본, 캐나다, 호주 등도 전랑의 날카로운 이빨에 물어뜯긴 경험이 있다. 미국에게도 날카로운 송곳니를 내보인다.

중국이 자랑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역시 과도한 패권주의, 팽창주의의 산물이다. 투자와 차관을 미끼로 대중국 의존도를 높이고 이권을 빼앗는 약탈적 제국주의의 형태라는 점에서 주변국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과유불급이다. 수나라 양제(煬帝)는 중국 역사에 있어 손꼽히는 패권주의자이자 팽창주의자였다. 주변국들에게 조공을 요구하며 이를 거부하거나 저항하면 가차없이 응징했다. 돌궐과 토욕혼을 비롯한 서역의 국가들이 수나라 군대에 짓밟혔다. 113만명의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도 쳐들어갔다. 하지만 양제는 살수에서 을지문덕에게 대패했고, 결국 부하에게 목이 졸려 죽었다. 남북조를 통일한 첫 왕조인 수나라는 건국 40년 만에 망했다. 중국 장쑤(江蘇)성 양저우(楊州)에 있는 양제의 무덤엔 "요동에서 일을 벌이다 천하를 잃었다"고 적혀있다.

고려말 여몽전쟁 시절 삼별초는 유라시아를 휩쓴 쿠빌라이칸에 맞서 끝까지 항쟁을 멈추지 않았다. 왜곡된 중화사상으로 무장한 전랑들과 싸워야 할 상황이면 싸워야 할 터다. 다만 서로를 위해 그럴 일이 없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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