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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를 방문해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와 만찬 회동을 하고 있다. 2023.6.8/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한국 외교부의 장호진 1차관이 '내정 간섭 발언' 등을 이유로 초치(招致·안으로 불러들임)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비호하며 "중국의 입장과 우려 사항을 소개하는 게 그(싱 대사)의 임무"라는 입장을 9일 냈다.

싱 대사가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것 같은데,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라는 등 무려 15분에 걸쳐 윤석열 정부를 일방적으로 비판하며 불거진 고압적 태도 논란에 중국 외교부는 문제될 것 없다며 맞섰다. 외교가에서는 싱 대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계기로 1인 체제가 공고화한 본국의 분위기를 감안해 공세적이면서 연극적인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의 본색을 강하게 드러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달리 보면 싱 대사의 '일장연설'은 주재국 여론의 악화로 외교관으로서 운신의 폭이 좁아질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시 주석에게 자신을 어필할 목적으로 시도한 '베팅'성격 이었을 수도 있는 셈이다. 싱 대사는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이 대표 앞에서 읽으며 미중 갈등에서 미국의 승리에 베팅한 쪽을 가리켜 "중국 인민들이 시진핑 주석님의 지도하에 중국몽이란 위대한 꿈을 한결같이 이루려는 확고한 의지도 모르며 탁상공론"이라고 주장했다.

싱하이밍 두둔한 中…中 외교수장은 한술 더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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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안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9일 (현지시간) 산시성 시안에서 열린 중국-중앙 아시아 정상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에 참석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결과적으로 왕 대변인의 발언으로 중국 정부가 싱 대사의 '외교적 일탈'을 감싸고 있음이 확인됐다. 우리 외교부는 "장 차관은 싱 대사에게 이번 언행과 관련 외교사절의 본분에 벗어나지 않도록 처신해야 할 것이며 모든 결과는 본인의 책임이 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했다"며 싱 대사 초치 사실을 공개했지만, 중국의 왕 대변인은 이같은 한국 측 발표 이후 "싱 대사는 한국 정부, 정당 및 각계각층과 폭넓은 접촉을 취하고 있다"며 맞선 것이다.

반면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정부는 싱 대사의 진심 어린 사죄가 없을 경우 대한민국의 주권수호와 자존을 위해 싱 대사를 즉각 추방하라"고 비판하는 등 여권에선 이례적으로 외교 사절인 싱 대사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대만 문제부터 일본 오염수 방류까지 각종 현안에 대해 중국 외교부 역시 날 선 화법을 구사해 왔다. 심지어 친강 중국외교 부장은 올해 4월 "대만 문제를 놓고 불장난하는 자는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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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21일(현지시간) 상하이에서 ‘중국의 근대화와 세계’ 주제로 열린 란팅포럼의 개막 연설서 "대만 문제로 불장난 하는 자들은 불에 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중 외교 당국이 윤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을 두고 공방을 주고 받던 와중에 나온 발언이어서 친 부장이 윤 대통령을 겨낭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공개석상에서 상대국 정상의 정치적 입장까지 감안해 신중한 어휘를 취사선택하는 것이 습관화한 일반적 외교관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의견 표명 방식이다.

G2(미국·중국) 패권 다툼이 발발한 가운데 '중국의 핵심 이익' 사수를 위한 공세적 의견 표명에 시진핑 정권이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심지어 공세적 어법의 구사 여부가 중국 외교관의 승진이나 인사상 불이익을 좌우하고 있을 것이란 관측도 외교가에는 존재해 왔다.

박진 "외교 관례라는 게 있다"…전랑외교, '오해 증폭'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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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 박진 외교부 장관이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서울에서 열린 외교부 경제안보외교센터 개소 1주년 기념 제3차 경제안보 외교포럼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23.6.9/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제 중국 외교관의 거친 화법은 '스타 외교관'이라는 출세길로 통하는 측면이 있어 왔다. 왕 대변인의 전임자인 자오리젠 전 대변인은 특유의 냉소적인 화법을 앞세워 중국에서 일약 유명인에 등극했던 케이스인데 대변인 재임시절인 2021년 오염수 안전성을 주장하는 일본 측을 겨냥해 "오염수를 마시고 밥이나 빨래를 하거나 농사를 지으라"고 했다.

하지만 한국 원자력위원회는 중국에서 2020년 한 해 나온 삼중수소 배출량이 일본 측이 해양에 방류할 후쿠시마 오염수에 설정한 기준치의 50배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싱 대사의 발언을 겨냥해 "외교관례라는 게 있다"며 "오해를 확산시켜선 안 된다"고 발언한 것은 전랑외교의 일환으로 나오는 중국 측 언사의 자극성이 강화될수록 외교의 본령과는 점점 동떨어지게 된다는 점을 지적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싱 대사를 비롯한 중국 외교관들의 전랑외교가 단순한 '충성 경쟁'에만 국한될지, 아니면 실질적 보복의 예고편 성격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측이 존재한다. 싱 대사는 "단언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중국의 패배를 베팅하는 이들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미중 갈등에서 최후의 승자가 중국임을 자신하는 단순과시성 발언일 수도 있지만 막무가내식 '제 2한한령'을 은근히 위협한 것이라는 해석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