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민정수석 폐지, 민심수석 신설

[the300]

편집자주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8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06.06.
#"선관위 담당이 누구지?" 채용 비리 의혹이 봇물 터지듯 쏟아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태를 다루는 과정에서 기자들 사이에 한 번쯤 주고받은 말이다. 언론사에서 선관위는 통상 정치부 국회팀에서 겸임으로 맡고 있다. 여야 간에 날 선 정쟁과 굵직한 정국 이슈들에 치여 평소 관심 대상에서 멀었다. 전담하면서 출입하는 기자가 거의 없는 사각지대였다.

공직사회 속사정에 밝은 한 고위 관료는 '신도 숨겨놓은 직장'이라고 표현했다. 업무 조건, 지역 선관위와 토착 세력의 끈끈한 관계, 정치권을 우회하는 예산 확보 요령 등 그들만의 탄탄한 생태계가 구축돼 있다는 얘기였다. 그중 곪아 더 감출 수 없게 된 '아빠 찬스' '형님 찬스'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감시받지 않는 이들의 민낯도 놀랍거니와 감사원 감사조차 거부하는 행태에서는 민심과 얼마나 동떨어진 조직으로 전락했는지도 절감된다.

#감시와 통제는 권력의 핵심이지만 양면의 칼, 독이 든 성배다. 본인 스스로가 예리한 칼날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민정수석 폐지를 전면에 내걸고 실현한 건 그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알아서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논란 등 생생한 장면을 지켜봤던 윤 대통령은 당선 5일 뒤 인수위 사무실 첫 출근에서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에서 사정·정보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 출범 13개월차를 맞아서도 대통령의 의사는 확고해 보인다. 공개적으로 국민 앞에서 한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특유의 고집도 반영됐다. 현재 법률비서관실, 공직기강비서관실 등이 과거 민정수석 업무를 일부 나눠맡고는 있지만 청와대 시절 80여명에 달했던 인원은 40명 남짓으로 줄었다. 과거 특별감찰반과 같은 외근 조직은 아예 0명이다.

#취임 1주년을 전후로 만났던 대통령실 안팎 대부분의 인사들은 민정수석의 역할을 아쉬워했다. 검찰을 가장 잘 아는 윤 대통령이야말로 제대로 된 사정기관 컨트롤타워를 세워서 자유민주주의적 법치주의를 확립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경찰청 정보국과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 등에서 정부 조직과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동향 파악과 공직자 감찰을 실시한다. 그러나 공직사회의 긴장감 차원에서 대통령실이 주는 무게감은 전혀 다르다. 사안을 바라보는 시야도 그렇다. 부처 이기주의를 깨고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는지는 대통령실에서 보는 눈이 더 정확할 수 있다.

감찰업무에 정통한 인사는 "수석은 때로 장관에게도 쓴소리를 할 수 있지만 비서관급(1급)은 어렵다. 민정수석의 순기능이 절실하다"고 했다.

#더 근본적 문제는 민심 수렴이다. 민정(民情)은 원래 국민의 형편과 사정을 살핀다는 뜻이다. 정권의 탄압에 생명을 위협받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민정수석을 폐지했지만 집권 2년차에 부활했다. 여론 수렴 기능 강화를 내세웠다.

각 수석실에서 민심 파악 업무를 나눠맡고 있지만 관료제의 특성상 아무래도 자신에게 유리하게 각색되기 쉽다. 누군가는 전체 국가적 관점에서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교차 점검해 정확한 민심으로 전달해야 한다.

공약의 후퇴가 아닌 수정, 발전이다. 민정수석이란 직책이 이미 너무 오염됐다면 '민심수석'을 신설하는 것도 방법이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