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본듯한 "오염수 마셔라"…재연 안한 '원전 물 먹방', 왜?

[the300]

2011년10월 31일 일본 도쿄전력에서 소노다 야스히로 내각 정무차관이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5ㆍ6호기 원자로 옆 샘물에서 떠온 물을 마시고 있다.
2021년 중국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를 대표하는 스타 외교관과 일본 부총리가 벌인 '오염수 먹방' 설전이 최근 한국 정치판에서 출구를 찾기 힘든 논란으로 재연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오염수 공포를 조장해 '제2 광우병 괴담'을 유포하고 있다는 국민의힘의 비판에 직면하면서도 윤석열 대통령, 일본 정부를 향해 오염수 음용 요구에 나섰다. 2년 전 중국에서 범국민적 인기를 끌었던 '대외 강경파' 자오리젠 전 중국 외교부 대변인(현 국경·해양사무사 부사장)의 대(對) 일본 오염수 음용 요구발언을 연상케 한다. 동일본 대지진이 터졌던 2011년 소노다 야스히로 일본 내각 정무차관이 일본 후쿠시마 원자로 옆 샘물을 마시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방사능 괴담' 차단에 나선지 12년이나 지난 현시점에서 '후쿠시마 물'이 다시금 논란의 한복판에 선 셈이다.

민주당이 정치공학적 목적을 앞세워 전랑외교식 갈등의 길에 나선 것인지, 아니면 오염수 안전성을 자신하는 일본 측 주장에 모순이 내포된 것인지 주목된다.



"尹 부부부터 마셔라"…中 '스타 외교관' 발언 재연?


2011년 3월 14일 오후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원전 3호기 폭발 현장. /사진= 닛폰 TV 방송망 유튜브 채널 캡처
최근 "마실 수 있을 만큼 안전하면 식수로 사용하면 된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찰단부터 한번 먹어보고 그 전에 대통령 내외부터 먹어보시고"(안민석 민주당 의원) 등 민주당의 대(對) 정부 오염수 음용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자오리젠 전 중국 외교부 대변인(현 국경·해양사무사 부사장)을 비롯한 중국 외교당국의 전랑외교라 불리는 공세적 어법을 연상케 한다. 2021년 당시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가 기자회견에서 "그 물(오염수)을 마시더라도 별일 없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자오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증명하려면 오염수를 마시고 밥이나 빨래를 하거나 농사를 지으라"고 맞섰다.

2023년판 '오염수 먹방' 논란도 일본과 중국 간 있었던 2021년판 먹방 논란과 비슷한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다. 일본 오염수 안전성을 옹호하는 측이 '음용 가능'을 근거로 제시하면 안전성에 회의적인 측이 "마셔봐라"는 요구하는 식이다.
(오쿠마 AFP=뉴스1) 권진영 기자 =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의 다카하라 겐이치 위험 소통관이 다핵종 제거설비(ALPS)를 살펴보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민의힘 우리 바다 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TF)가 개최한 '방사능 공포 괴담과 후쿠시마' 간담회에 초청한 방사선·핵물리학 전문가인 웨이드 앨리슨(82)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된 오염수 10L(리터)를 마실 의사가 있다고 밝히며 안전성을 자신하는 발언을 했다.



2021년 日 "마시는 행위로 과학적 안전성 증명될리 없다", 2023년 국힘은


하지만 오염수 방류 반대론자들의 음용 요구가 수용되지는 않았다. 소노다 차관 식의 먹방을 오염수에는 적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2021년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자오 대변인의 오염수 음용 요구를 받고 "그런 행위에 의해 과학적으로 안전성이 증명될 리는 없다는 것은 알고 계실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대신 일본 측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을 받겠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한국 시찰단의 현지 시찰에 합의한 것도 우리 국민의 우려를 불식케 하는 방안이었다.
2021년10월17일 일본 후쿠시마에서 딸기를 시식하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사진제공=일본 총리관저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도 최근 "'버리는 물'에 대한 정서가 있다"라며 화장실 물을 예시로 들며 민주당의 음용 등 요구가 부당하다고 밝혔다. 성 의원은 "이 물을 정화하면 중금속 이런 게 없이 정말 깨끗한 물"이라면서도 "하수처리해서 그 물을 그러면 우리가 수영장 이런 데 쓸 수 있는가"라며 이른바 '민주당발 방사능 괴담'을 비판했다.

일본 정부도 이른바 '방사능 괴담'에 대해서는 우려한다는 인식을 드러내 왔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후쿠시마 어류나 농산물을 먹는 장면을 촬영해 거듭 공개해 왔다.
/자료=일본 도쿄전력
다만 민주당이 국회에서 한국원자력연구원 측에 오염수 음용이 가능한지 질의하자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마시면 안 된다는 취지로 답했다. 주 원장은 "후쿠시마 오염수를 마시면 안 된다"며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가 평균 (리터당) 62만 베크렐(Bq)인데 음용수 기준은 1만Bq"라고 했다.


"'알프스' 건넌 물 삼중수소 농도는 음용수 기준 7분의1"-日 목표치


일본 정부의 대(對) 한국 홍보용 오염수(처리수) 자료.

주 원장이 언급한 62만bq는 도쿄전력이 제시한 탱크 내 저장 오염수를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알프스(ALPS)라는 설비를 통한 정화를 거쳐 해양 방류할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 목표치는 리터당 1500bq선이다.

삼중수소 농도가 음용수 기준 대비 7분의1에 불과하다. 오염수 방류 반대론자들이 방류 찬성론자들에게 오염수 음용을 요구하는 상황이 끝없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당시에는 대기 중에 방출된 방사성 물질의 양은 후쿠시마 원전 운영주체인 도쿄전력의 추계상으로 약 90경bq에 달했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아소 다로가 '마실 수 있다'는 얘기를 했다면 중국에서 '네가 마셔라'는 얘기가 나올 수 있지만 민주당이 개인의 의견(앨리슨 교수)을 정부의 공식 의견인 것처럼 다루고 '마셔라' 얘기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물론 여당이 앨리슨 교수를 왜 불렀느냐하면 문제가 또 다르다"면서도 민주당을 향해 "과학을 너무 단순화시키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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