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 기록 주세요" 병원 옮길 때마다 바리바리…이제 어디서든 본다

[the300 소통관]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편집자주국회에서는 매일 수많은 법안이 쏟아집니다. 머니투데이 the300은 정쟁에 가려 주목받지 못하지만 더 나은 삶과 사회를 위한 고민이 담긴 법안들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the300 소통관'에서는 법안을 만든 국회의원과 만나 법안의 사회적 함의와 법안 발의 과정 등을 전합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제공=한정애 의원실


나의 건강에 대한 기록인데, 왜 내가 받으려면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할까. 병원에서 이전 진료기록을 가져오라고 하면 그동안 다녔던 병원에 일일이 얘기해 받아야 하는 게 'IT(정보기술) 강국'이라는 대한민국 의료계의 불편한 현실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자나 보호자가 여러 병원에서 진료받은 모든 이력을 단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직접 만나봤다.

-이번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배경은 무엇인가
▶우리나라가 IT 강국인 만큼 모든 것들을 내 손 안 애플리케이션, 단일 온라인 플랫폼에서 확인하는 시대인데 유독 내 의료정보만큼은 그렇지 않다. 진료기록에 대해 환자 스스로가 접근이 불가능하고 내 진료이력을 보려면 다녔던 병원에 모두 연락·방문해야 하는데다 방문하면 CD, USB 등에 자료를 담아 주거나 심지어 인쇄물을 주는 등 편의성도 떨어진다. 모든 게 디지털화되고 있는 시대인데 유독 의료기록 관련해선 속도가 굉장히 느리다. 이런 점에서 문제의식이 생겼다.

현재도 기관 간 진료정보는 전자적으로 교류가 가능하지만 환자는 배제돼 있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의 장이 다른 의료인 또는 의료 기관의 장으로부터 진료정보 전송을 요청받은 경우에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이에 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보건복지부(복지부) 장관이 진료정보 전송에 동의한 환자의 진료정보를 의료기관 간 전자적으로 교류할 수 있도록 '진료기록전송지원시스템'을 구축·운영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에 따른 진료기록전송지원시스템은 의료기관 간 진료정보 전송을 지원하기 위해 구축된 것으로 환자 본인이나 환자의 보호자가 진료기록 전송을 원하는 경우에는 활용될 수 없다. 환자의 의료 정보를 다룸에 있어서 정작 데이터 생성 주체인 환자 본인은 소외되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3월 '의료법 시행령'을 개정해 본인진료기록 열람지원시스템의 구축·운영 근거를 신설했고 이에 따라 복지부는 의료 마이데이터 사업 '마이헬스웨이'(건강정보 고속도로)를 시범 서비스중이다. 이 서비스는 개인이 여러 병원에서 진료받은 이력을 별도 제출할 필요없이 한 플랫폼을 이용해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참여 병원 수를 늘리는 한편 수집 데이터의 종류와 범위도 확대할 계획이다. 사업 본격화를 앞두고 이같은 내용을 의료법 개정을 통해 법률로 상향 규정, 그 법적 근거를 보다 명확히 하고 내용을 구체화하는 데 의의가 있다.

-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국민 입장에서 가장 와닿을 수 있는 혜택은
▶우선 편의성 제고와 환자의 알권리 충족이다. 현재 법 개정을 하지 않고도 '정부 24' 서비스를 통해 진료내역을 확인하는 제도가 존재하나 열람 시점에서 12개월 이내 진료 내역만 열람이 가능하고 진료 후 2개월이 지난 진료 건만 열람이 가능하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된 진료 내역, 즉 급여항목만 열람이 가능하단 한계도 있다. 환자가 언제 어디서나 내 모든 진료기록을 볼 수 있다면 스스로 건강관리에 더 신경 쓸 수 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환자의 자기결정권 보장 및 중복된 검사·투약 방지다. 통상 A 병원에 갔다 B 병원으로 옮기면 불과 수 일 전에 컴퓨터단층촬영(CT)나 엑스레이(X-ray)를 찍었는데 또 다시 찍어야 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표준화된 방법으로 이런 의료기록들을 환자 본인이 갖고 있다가 필요시 제출할 수 있다면 과잉 진료를 막을 수 있지 않겠나. 또 동시에 2~3군데 병원을 다닐 수도 있는데 이 때 내가 기존에 처방받아 복용중인 약이 무엇인지 나 스스로 알고 의료기관과 공유된다면 이 때에도 약물 오남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부수적으로 국민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제공=한정애 의원실
-의료기록은 민감한 개인정보인데 보안 문제에 대한 대비책은 있나
▶개정안은 본인진료기록열람지원시스템의 기록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복지부 장관에게 물리적·기술적 대책을 포함한 보호대책을 수립·시행토록 규정하고 있다. 또 업무를 위탁받은 공공기관에서는 접근 권한자 지정, 방화벽 설치, 암호화 소프트웨어 활용, 접속기록 보관 등 복지부 장관 고시에 따라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마련토록 해뒀다,

무엇보다 시스템 운영업무를 협단체 등 다른 기관에 재위탁하지 않고 '정부24 민원 포털'처럼 공공기관이 직접 하도록 했다. 또한 개정안에서 규정하는 내용 외 사항에 대해서는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르도록 했다.

-6월부터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 위원장을 맡게 되는데, 포부가 있다면
▶복지위는 특히 서민의 삶을 챙겨야 하는 상임위로서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 건강할 권리, 필요한 돌봄을 받을 권리 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사회보장시스템을 튼튼하게 만드는 정책과 법률을 만들어야 하는 큰 책임이 있는 곳이다. 갓 태어난 아이에서부터 연로하신 어르신들까지, 그야말로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책임지는 상임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며 견고한 사회보장시스템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복지위원장 임기가 시작되면 전 정부에서 현 정부로 '이어달리기'가 필요한 정책들과 현안들을 꼼꼼히 챙기고 대유행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어렵게 이뤄낸 성과들에 대한 후속 작업들이 진행될 수 있도록 여야 위원님들의 소통과 협치를 이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또 현재 복지위에 발의돼 계류되고 있는 수많은 법안들에 대해 적어도 한 번씩은 상임위에서 심사·토론을 진행해 민생법안들이 가치를 발휘할 수 있도록 일하는 복지위를 만들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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