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의 비밀, '20세기 소년'의 추억

[이상배의 이슈 인사이트]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서울시 관계자들이 세종대왕 동상을 세척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1. 세종대왕이 형제 중 유일하게 똑똑했던 건 아니다. 태종 이방원과 원경왕후 민씨 사이의 아들은 7명이었다. 이 가운데 먼저 태어난 3명이 요절하고 막내 성녕대군도 14세에 홍역으로 세상을 떠났다. 남은 아들은 셋. 장남부터 순서대로 양녕대군, 효령대군, 그리고 훗날 세종이 되는 충녕대군이다.

첫째 양녕대군이야 결국 세자 자리에서 쫓겨날 정도로 자유로운 영혼이었으니 차치하자. 양녕과 당대 최고의 미녀 '어리'의 사랑은 로맨스와 불륜, 패륜을 넘나들었다. 이제 남은 건 효령과 충녕. 이 가운데 태종은 왜 후계자로 충녕을 택했을까.

둘째 효령대군도 어릴 적부터 총명하고 어질기로 소문이 났다. 첫째가 임금의 재목이 안 된다면 다음 기회는 둘째로 가는 게 자연스러울 터. 그럼에도 효령대군이 세자 경쟁에서 탈락한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바로 술을 한 모금도 못 마신다는 것.

조선은 중국 명나라와 조공책봉 관계였다. 명나라 사신을 극진히 대접하는 게 당시 조선 임금의 가장 큰 역할 가운데 하나였다. 그런데 호스트인 임금이 술을 입에도 대지 못한다니. 태종이 애초에 효령대군을 세자 후보에서 제외한 이유다.

성격 좋은 효령대군은 동생이 왕위에 오르는 데 아무런 불만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진심으로 축하했다고 한다. 그리고 본인은 불교에 귀의해 관악산 연주암 등에서 수행하며 여생을 보냈다.

결과적으로 그 덕분에 우린 역사상 최고의 성군 세종대왕과 한글을 갖게 됐으니 효령대군의 약한 주량에 고마워해야 할까. 어쨌든 외국 손님을 대접하는 게 국가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이보다 더 잘 드러내는 일화가 있을까.

#2. 벚꽃이 흐드러지던 4월초, 중요한 손님들이 다녀갔다.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이다. 이들의 보고서가 부산 엑스포(세계박람회) 유치전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

실사단 맞이에 국가적 역량이 총동원됐다. 대통령부터 국무총리와 장관,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 재계 총수들까지 나서 환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과 부산에서 두 차례나 저녁을 대접했다. 환영 만찬과 환송 만찬을 모두 직접 모셨으니 국가원수로서 할 수 있는 도리는 다한 셈이다.

2030년 엑스포 유치를 위해 뛰는 도시는 총 4곳이다. 부산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우크라니아 오데사. 이 가운데 진짜 경쟁자는 사우디다.

인권 문제만 놓고 보면 사우디는 우리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언론인을 쥐도 새도 모르게 토막살해하고, 지금도 여성인권 운동가 등을 수시로 잡아가 고문하는 나라가 사우디다. 실권자라는 왕세자는 친척들을 호텔에 감금하고 폭행해 재산을 빼앗았다. 이런 나라가 인류의 미래를 제시하는 세계인의 축제, 엑스포를 열겠다고 나섰다.

그럼에도 '오일머니'는 강력했다. 천문학적 투자 등 유혹은 달콤했다. 이미 수많은 나라가 사우디가 내민 손을 잡았다. '인권의 나라' 프랑스조차 엑스포 유치전에서 사우디 지지를 선언했다. 아랍권에서도 이슬람 수니파 계열 국가들은 자연스레 사우디 쪽에 기울어있다.

처음부터 쉽지 않은 싸움이었지만 아직 승산은 있다. 3월 BIE의 사우디 실사가 실망스러웠다는 평가가 들려온다. 사막의 뙤약볕 속 허허벌판에 실사단을 데려가 무작정 "2030년까지 공사를 마칠 것"이라고 했단다. 실사단 중 일부는 무더위에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사우디는 3월에도 낮 최고기온이 섭씨 30도를 넘나든다.

부산 엑스포 유치에 성공할 경우 경제적가치는 6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17조원)이나 2018년 평창 올림픽(29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메가 이벤트다.

만화 '20세기 소년'의 모티프가 된 1970년 오사카 엑스포를 계기로 일본은 전 세계에 초일류 선진국으로 각인됐다. 중국은 2010년 상하이 엑스포를 통해 '대국굴기'를 선포했다. 이젠 우리 차례다. 11월 파리에서 대역전의 승전보가 들려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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