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25분 호소'…"역사의 전환점, 현명한 국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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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03.21.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관계 정상화에 대해 "과거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며 대국민 호소에 나섰다. 상당한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강제징용 해법 발표와 한일정상회담을 강행한 윤 대통령이 왜 이런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는지 국민 앞에 직접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21일 오전 10시부터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시작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생중계로 약 25분간 모두발언을 진행했다. 통상 길어야 5~10분 수준인 모두발언을 이례적으로 길게 했다. 사실상 대국민 담화 성격이었다.



"과거에 발목 잡혀서 안돼" 독일-프랑스 사례 언급도…"윈-윈 관계 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현재와 과거를 서로 경쟁시킨다면, 반드시 미래를 놓치게 될 것이다'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수상의 말을 인용하면서 발언을 시작한 윤 대통령은 "과거는 직시하고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과거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작년 5월 대통령 취임 이후 존재마저 불투명해져 버린 한일관계의 정상화 방안을 고민해 왔다. 마치 출구가 없는 미로 속에 갇힌 기분이었다"며 "그렇지만 손을 놓고 마냥 지켜볼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과 프랑스도 양차 세계대전을 통해 수많은 인명을 희생시키면서 적으로 맞서다가 전후 전격적으로 화해하고 이제는 유럽에서 가장 가깝게 협력하는 이웃이 됐다"며 "한일관계도 이제 과거를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관계는 한 쪽이 더 얻으면 다른 쪽이 그만큼 더 잃는 제로섬 관계가 아니다. 한일관계는 함께 노력해서 함께 더 많이 얻는 윈-윈 관계가 될 수 있으며 또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03.21.
당장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한일관계를 그대로 내버려 둘 수 있었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전임 정부는 수렁에 빠진 한일관계를 그대로 방치했다. 그 여파로 양국 국민과 재일동포들이 피해를 입고 양국의 안보와 경제는 깊은 반목에 빠지고 말았다"며 "저 역시 눈앞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편한 길을 선택해 역대 최악의 한일관계를 방치하는 대통령이 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작금의 엄중한 국제정세를 뒤로 하고 저마저 적대적 민족주의와 반일 감정을 자극해 국내 정치에 활용하려 한다면 대통령으로서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한일관계 역사도 일일이 설명…중국의 '전쟁 배상 요구 포기'에 "난징대학살 잊어서가 아닐 것"


윤 대통령은 과거 1965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한일 국교 정상화와 1998년 김대중 대통령-오부치 총리 간에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선언 등 한일관계 역사도 하나하나 설명했다. 1965년 한일기본조약과 한일청구권협정에 한국 정부가 국민의 개인 청구권을 일괄 대리해 일본의 지원금을 수령한다고 규정된 점 때문에 박정희,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특별법을 만들어서 우리 재정으로 피해자에게 보상했던 사례도 자세히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사과에 대해서는 "일본은 이미 수십 차례에 걸쳐 우리에게 과거사 문제에 대해 반성과 사과를 표한 바 있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일본이 한국 식민 지배를 따로 특정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과 표명을 한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과 2010년 '간 나오토 담화'"라며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정부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비롯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정부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03.21.
중국의 예도 들었다. 윤 대통령은 "중국의 총리 저우언라이는 1972년 일본과 발표한 국교 정상화 베이징 공동성명에서 중일 양국 인민의 우호를 위해 일본에 전쟁 배상 요구를 포기한다고 했다"며 "중국인 30여만 명이 희생된 1937년 난징대학살의 기억을 잊어서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제는 일본을 당당하고 자신있게 대해야 한다"며 "세계로 뻗어나가 최고의 기술과 경제력을 발산하고 우리의 디지털 역량과 문화 소프트 파워를 뽐내며 일본과도 협력하고 선의의 경쟁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방일 성과 설명…"선제적으로 화이트리스트 복원 절차 착수 지시"


이어 이번 방일 성과도 안보,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부분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한국이 선제적으로 걸림돌을 제거해 나간다면 분명 일본도 호응해 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선제적으로 우리 측의 일본에 대한 화이트리스트(수출관리 우대대상국) 복원을 위해 필요한 법적 절차에 착수토록 오늘 산업부 장관에게 지시할 것"이라고 했다. 화이트리스트 배제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서로에 대해 취한 보복 조치로 이를 원상 복귀하기 위해서는 일본은 정령(대통령령에 해당), 우리는 고시를 각각 개정하는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03.21.
한일 협력의 비전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 기업 간 공급망 협력이 가시화되면 용인에 조성할 예정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일본의 기술력 있는 반도체 소부장 업체들을 대거 유치함으로써 세계 최고의 반도체 첨단 혁신기지를 이룰 수 있다"며 "한국과 일본은 세계 1, 2위 LNG(액화천연가스) 수입 국가다. 양국이 '자원의 무기화'에 공동 대응한다면 에너지 안보와 가격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한일 양국 간 경제협력 강화는 양국 기업이 글로벌 수주시장에 공동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활짝 열 것"이라며 "1997년부터 2021년까지 24년간 한일 양국 기업들이 추진한 해외 공동 사업은 46개 국가에서 121건, 약 270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건설 설계 역량을 보유한 양국 기업들이 파트너로서 협력한다면 건설과 에너지 인프라,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등 글로벌 수주시장에 최고의 경쟁력으로 공동 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한 양국의 인태 전략, 즉 한국의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 태평양 전략'과 일본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의 추진 과정에서도 긴밀히 연대하고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며 "나아가 동북아 역내 대화와 협력 활성화를 위해 한일중 3국 정상회의 재가동을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윤 대통령은 "지금 우리는 역사의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저는 현명하신 우리 국민을 믿는다"며 "한일관계 정상화는 결국 우리 국민에게 새로운 자긍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며 우리 국민과 기업들에게 커다란 혜택으로 보답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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