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캘박'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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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 전경.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캘박'은 스마트폰을 쥐고 자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 대 초 출생)가 만든 신조어로, '캘린더 박제'의 줄임말이다. 이들은 친구들과 모임 약속을 정한 뒤 "캘박하자"고 한다. 이는 "밥이나 먹자" 정도가 아닌, 시간과 장소 등 구체적인 약속이 이뤄졌을 경우 스마트폰 캘린더 앱에 일정을 적어두자는 확인의 의미다.

오는 4월 10일은 정치인과 국민 간 '캘박' 날이다. 정확히는 법에 정해진, 내년 4월로 예정된 22대 총선 룰을 확정해야 하는 시한이다. 하지만 벌써 일정이 줄줄이 밀리고 있다. 지난 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획정위)는 22대 총선의 선거구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하는 법정시한(3월10일)을 지키지 못했다. 사실 획정위의 작업은 국회가 먼저 지역선거구 수와 시·도 별 의원정수를 정해줘야 가능하다. 결국 국회의 늦장 탓이다.

20대 총선 당시 '위성정당' 꼼수에 사과한다면서도 이제껏 선거제 개혁 방안에 대해 뭐 하나 합의된 게 없기 때문이다. 중대선거구제가 적절할지, 지금처럼 소선거구제를 유지해야 할지도 의견이 갈린다. 비례성 강화 방안도 마찬가지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의원 정수를 50명 늘리고, 이 추가 정원을 모두 비례대표로 뽑자는 제안도 내놨지만 의원 증원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에 비춰보면 기한 내 공론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일부 의원들도 일정을 지키려 서두르곤 있다. 지난 1월 여야 의원 141명이 모여 만든 '초당적 정치개혁 모임' 역시 꾸준히 토론회를 열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역시 17일 선거제 개혁 방안을 담은 복수 결의안 도출을 목표하고 있다. 하지만 다 그런 건 아니다. 모임에 이름을 올린 한 초선 의원은 "일단 이름만 올려 둔 것이고 활동은 하는 사람들만 한다"며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이름을 올리지 않은 또 다른 재선 의원은 "선거제 개편은 (소수 정당인) 정의당만 급한 일"이라며 "바뀌더라도 현행에서 조금 손보는 정도 아니겠느냐"고 했다.

'캘박'이란 말은 상대방과 약속을 잡을 때만이 아니라 이후 약속을 확인할 때도 쓴다. 만약 잊은 듯하면 "캘박 안 했냐"고 타박하는 식이다. 국회가 이런 말을 들을 일은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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