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폭·갈취·약탈"…대통령 언어의 '뉴노멀'

[the300]

"이거 완전 '건폭'(건설폭력배)이네."

지난달 21일 화제가 '건폭'이란 단어는 윤석열 대통령의 입을 통해 처음 세상에 나왔다.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 직후 건설현장 폭력 현황과 실태를 보고받은 뒤 즉흥적으로 이같이 언급했다는 것이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를 즉각 포착, "건폭이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엄정하게 단속해 건설현장에서의 법치를 확고히 세우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서면브리핑으로 전했다.

윤 대통령의 언어는 남다르다. 직관적인 조어는 그 중 하나다. 2021년 검찰총장 재직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발탈)' 법안을 놓고 '부패완판(부패를 완전 판치게 한다)'이라고 받아친 게 그런 사례다.

이번에 내놓은 '건폭'은 '조폭(조직폭력배)', '주폭(음주폭력자)' 등을 연상시킨다. 사태의 심각성을 표현하기 위한 단어라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선명하고 강렬한 단어를 즐겨 쓴다. 특히 최근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갈취', '약탈' 등의 단어를 자주 언급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노조의 회계 불투명 문제를 지적하며 "어떤 사람한테 공짜 밥이면 다른 사람한테는 약탈 행위"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엔 건설 현장 불법행위 대책을 보고받고 "건설 현장의 갈취·폭력 행위는 반드시 뿌리뽑겠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의 이같은 언어 구사에 참모들도 초반엔 적잖이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기성 정치인들의 언어와 전혀 달라서다. 그러나 노조의 불법행위를 근절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절박함을 지근거리에서 목격한 뒤엔 다소 과격한 표현도 받아들이게 됐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단어 선택은 일각에서 '사이다'란 호응을 얻는다. 현학적이지 않고 이해하기 쉽단 점에서다. 그러나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다. 복잡다단한 사회 문제를 선악 구도로 지나치게 단순화할 수 있다는 점 등이다. 건설노조 문제만 하더라도 악질적인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월례비 등 제도가 현실을 담지 못하면서 생긴 문제도 뒤섞였다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선명한 언어로 사회의 묵은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공론화시킨 건 윤 대통령이기에 가능했다. 이젠 '사이다 언어'에 이어 '사이다 해결'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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