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킹달러' 역설…수출기업 급감, 한곳당 '순이익 40억' 증발

[the300]


'킹달러'(달러 초강세) 국면에도 올해 상반기말 수출기업(수출 매출액이 전체 50%를 초과하는 기업) 수가 전년 동기 대비 약 100곳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달러 가치가 치솟았던 올해 2분기 112곳이 수출기업에서 제외됐다. 이 기간 수출기업의 당기순이익은 기업마다 평균 40억원씩 감소했고 부채는 390억원씩 불어났다.

달러 강세 장기화 국면에서 수출기업의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된다는 분석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글로벌 수요 감소 등으로 과거와 같은 원화 평가 절하에 따른 가격 경쟁력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는다.



수출기업 509개사→412개사 급감…달러 강세 국면에 두드러져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받은 한국은행의 '2021~2022년 1·2분기 수출기업 부채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말 상장기업 중 수출기업은 412개사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509개사) 대비 19%(97곳) 감소한 수치다. 이 기간 한국은행의 분석대상인 상장기업 수는 2420개사에서 2398개사로 22곳 줄었는데 이 중 수출기업은 97개사 급감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수출 매출액이 전체 매출액의 50%를 넘는 기업을 수출기업으로 분류·분석한다.

특히 달러 강세 국면에서 수출기업 수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1분기말 기준 상장기업(2391곳) 중 수출기업은 524곳이었는데 킹달러 기조가 강했던 3개월새 112곳이 수출기업에서 제외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 일평균 종가는 △올해 1월 1138.4원 △2월 1078.0원 △3월 1115.1원 수준을 유지하다 △4월 1235.1원 △5월 1268.4원 △6월 1280.8원으로 가파르게 올랐다.



'수익성 악화' 현실로…한계기업 한곳당 부채 '2780억' 급증



수출기업의 수익성 역시 크게 악화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출기업 한곳당 평균 당기순이익은 235억7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5%(39억8000만원) 급감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 역시 263억4000만원으로 10.6%(31억4000만원) 줄었다. 평균 매출액은 4279억9000만원으로 5.27%(214억3000만원) 소폭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부채 상황도 마찬가지다. 올해 상반기말 기준 수출기업 한곳당 평균 부채는 5107억7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6억9000만원 증가했다.

특히 한계 기업들이 벼랑 끝에 내몰린다는 목소리도 높다. 올해 상반기말 기준 이자보상배율 1미만 한계기업의 평균 부채가 5344억9000만원으로 전년 동기(2566억원)와 비교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금융이익으로 나눈 것으로 이자보상배율 1미만 기업은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잠재적 부실기업으로 꼽힌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달러 강세' 전망



달러 강세 여파로 수출기업의 수익성 악화가 현실로 다가온다는 분석이다. 원자재 수입단가와 물류비 증가 영향이 매출 증대 효과를 상쇄하고 수출기업 수익성에 악영향을 준다는 우려가 끊이질 않았다. 수출기업들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특수를 누렸던 1998년 외환위기 때와 '180도 다르다'는 현실 인식이다.

더 큰 문제는 내년 상반기까지 달러 강세 국면이 유지될 가능성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올들어 세 번째 '자이언트스텝'(기준 금리 0.75%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연준 위원의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를 근거로 내년까지 금리를 4.6%까지 올릴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달러 강세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경상수지 적자와 수출기업 이탈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2232.84)보다 40.77포인트(1.83%) 하락한 2192.07에,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698.49)보다 28.99포인트(4.15%) 내린 669.50에 거래를 종료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412.4원)보다 22.8원 상승한 1435.2원에 마감했다. 11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IMF 때와 '거꾸로' 상황…수출기업 수익성 악화, 경상수지 악영향"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나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우리가 낮은 가격으로 주도하는 수출 시장이 상당히 있었다"며 "원자재나 국제 유가도 비교적 낮은 수준에 있었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을 높이면서도 기업 비용을 절감하는 여건이었으나 지금은 거꾸로다. 기업들이 수출은 하지만 수익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렇게 나타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수출기업의 수익성 악화는 당연히 경상수지에 영향을 미친다. 가장 큰 부분이 무역수지"라며 "해외 여행을 자제하다 다시 나가기 시작하니 서비스 수지도 좋아질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한병도 의원은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은 이해가 되나 시간이 지나면 정상화될 수 있는 기업들이 버틸 수 있는 실질적인 금융지원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긴축 재정도 중요하지만 부채를 버티지 못하고 수출기업들이 잇달아 문을 닫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달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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