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때린 천문학자 "우주청, 지역 의제로 축소…무력감"

[the300]인수위 '항공우주청' 경남행 일방 결정…국가대표 천문학자 '무력감' 토로

(고흥=뉴스1) 이광호 기자 = 21일 오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발사되고 있다.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저궤도(600~800km)에 투입하기 위해 만들어진 누리호는 길이 47.2m에 200톤 규모로, 엔진 설계와 제작, 시험과 발사 운용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완성됐다.2021.10.21/뉴스1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장은 28일 "지난 몇 달간 우주 전담기관에 관한 국가적 논의가 오직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어젠다(의제)로 축소 논의되는 현실이 어둡다"며 "30여 년간 한 분야에서 일해온 전문가로서 무력감을 떨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문 그룹장은 전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항공우주청' 설립 논의 과정에서 전문가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이같은 입장문을 전달했다. 이 입장문은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가 항공우주청을 경상남도로 설립하겠다는 발표 직후 나왔다. 항공우주청 논의가 과학보단 정치 논리로 결정된 데 따른 비판적 견해다.

문 그룹장은 "한국의 전문가들은 어떤 논의의 장에도 초대받지 못한 채 다른 한쪽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결정해 버리는 현실에 자괴감을 느낀다"며 "이처럼 공론화 절차 없이 결정하고 통보받는 현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를 인수위는 설명해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주 전담기관의 설립 위치나 위상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며 "국가가 왜 그런 일을 추구하는지, 이를 공론의 장에서 합의하고 대내외 공표해야 하는 비전과 철학이 그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주는 민간 우주(Civil Space)와 국방 우주(Military Space)로 구분하고 그에 맞는 전략과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며 "외국 전문가들도 알지만, 한국은 우주계획에 비전과 철학이 없고 프로그램도 없는 세부사업만 있는 나라"라고 비판했다.



"대전이 우주 두뇌, 경남은 손과 발…인수위 결정 동의 어렵다"




문 그룹장은 인수위에 "우주 전담기관의 대전행·사천행을 선택하기 전 철학과 비전을 보여달라"며 "그리고 국방우주와 공공우주, 상업우주를 어떻게 재편하고 활용할지 비전을 제시하고, 경남에서 이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조화시킬지 대안을 제시해달라"고 촉구했다.

문 그룹장은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존스홉킨스대과 추진하는 '쌍 소행성 궤도수정 시험'(DART) 미션에 참여를 요청받을 만큼 국내 대표 천문학자다. DART 미션은 현실판 아마겟돈 실험이다. 지구로 날아오르는 소행성에 우주선을 충돌시켜 궤도를 바꾸는 인류 역사상 첫 실험이다. 그 천문학자가 그동안 인수위에 개별적으로 작성한 보고서를 공유했지만 공론화 과정 없이 일방 결정되자 비판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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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그룹장은 "대전충청 지역은 여러 우주 부문을 총괄, 집행, 연구개발하는 산학연관군이 밀집해 있다" 며 "국방우주, 공공우주, 상업우주를 관장하는 정부기관과 연구기관, 대학, 산업, 군조직이 입주한 국내에서 유일한 지역이 대전충청 지역"이라고 말했다.

또 "경남은 생산기지로 손과 발이 두뇌와 신경계를 대신할 수는 없다"며 "인수위 전략이 마땅하다면 따르겠지만 비전과 철학이 없다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동의해드리기 어려울 것"이라며 인수위 해명을 거듭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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