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살입법]졸지에 '불법'된 네트워크 병원, 왜?

[the300]⑥입법 통한 뺏긴 것 되찾기

편집자주25년 국회 경력을 가진 서인석 AP입법교육원 원장(전 보좌관)의 연재 기고 '필히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입법'(필살입법)을 시작합니다. 서 전 보좌관은 입법활동 전반에 대한 책을 쓰고 강의를 하며 행정사와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서 전 보좌관이 입법 노하우의 정수만 뽑아 총 10회에 걸쳐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서인석 전 보좌관

입법적 리더십의 다섯 번째 사례로는 입법을 통한 뺏긴 것 되찾기다. 이는 앞서 살펴본 입법 통한 타인 시장 뺏기의 반대 개념이다. 어떤 이유로든 타인이나 다른 조직에게 뺏긴 내 권한이나 기존 이익을 뒤늦게나마 입법을 통해 되찾아오는 걸 의미한다. 살다보면 분명 내 것인데 내 것이 아닌 경우가 있다. 과거에는 내 것이었는데 지금은 내 게 아닌 게 돼 버린 일도 있다. 어느 새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이나 조직이 내 것을 뺏어갔기 때문이다. 의도치 않게 혹은 방심하다가 어이없이 뺏긴 경우도 있을 것이다. 살다보면 내 것인지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그 같은 사실을 인지해 되찾아 와야 하는 것과 같은 일도 생긴다.

그럼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내 것이니 그냥 돌려달라고 해야 할까? 그러면 상대는 순순히 돌려줄까? 입법을 통해 되찾아오는 것만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또 그럴 때만이 확실히 되찾을 수 있는 건 물론 또 다시 뺏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의사와 간호사


과거에는 분명 내 것이었는데 어느 순간 다른 사람의 것인 경우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 글쓴이가 경험한 일화를 먼저 소개해보자. 예전에 한 간호단체를 대상으로 입법적 리더십에 대해 강의했을 때의 일이다. 강의를 마치고 가방을 챙기는데 나이 많은 간호사 한분이 내게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소속된 단체에서 입법에 대한 강의를 들으라고 해서 처음에는 "간호사와 입법이 무슨 관계란 말인가?"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괜스레 시간 낭비 같고 자신에게는 필요 없는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강의를 다 듣고 나니 "입법에 대한 이해는 비단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만이 아닌 자신처럼 평범한 소시민에게도 꼭 필요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정말 유익한 강의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간호사 세계에 대한 얘기를 이어갔는데 "과거 병원에는 의사와 간호사 밖에 없었다. 그래서 의사가 하지 않는 일은 간호사가 했고, 또 간호사가 하지 않는 일은 의사가 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운동처방사, 재활치료사, 심지어 영양사와 조리사 같은 자격증 제도가 생기더니 간호사의 역할이 지금과 같이 주사 놓고 혈압 재는 것으로 쪼그라들었다는 것이다. 동시에 이제 자신이 과거에 했던 간호사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치료사 같은 각종 자격증을 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예전에는 "의사가 하지 않는 일은 간호사가, 또 간호사가 하지 않는 일은 의사가 했다"라는 말은 조금 과장된 표현일 수 있다. 하지만 이 표현은 과거 간호사의 역할이 그만큼 다양했고 그에 따른 힘과 권한도 주어졌다는 의미를 담고 있을 것이다.

상대가 뺏어간 과거의 내 것을 되찾고 나아가 다시는 뺏어갈 수 없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또한 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다. '네트워크병원'을 둘러싼 의료계의 싸움은 법을 통해 뺏긴 것을 되찾는 건 물론 네크워크병원의 대표사례라 할 수 있는 유디치과가 되살아 날 수 없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입법 통한 뺏긴 것 되찾기'의 가장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의료법' 개정으로 하루아침에 '불법'이 된 네트워크병원


한 때 우리사회는 네트워크병원으로 몸살을 앓았다. 기억력이 좋은 독자라면 2011년에 있었던 '유디치과' 사건을 잊지 않고 있을 것이다. 네트워크병원이란 2개 이상의 의원급 또는 소규모 병원이 브랜드를 공유하면서 주요 진료기술과 마케팅, 직원에 대한 교육 등을 공유하는 것을 통칭한다. 한 사람이 첨단장비나 재료 등을 대량으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을 낮출 수 있는 게 특징이다. 1992년 공동개원 형식으로 출범한 강남 예치과가 그 모태다.

그러나 네트워크병원 하면 유디치과를 거론하는 건 가입점포수가 2011년 당시 126개로 가장 많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함소아과의원(가입점포수 60개)을 비롯해 오라클피부과(35개) 등이 있는데 대한네트워크병의원협회에 따르면 2011년 7월 당시 총 56개 네트워크가 형성, 소속 병·의원수는 약 1000여개로 추정됐다.

네트워크병원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건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고객을 진료하는 박리다매(薄利多賣)식 영업으로 다른 병원들이 피해를 본 데 따른 것이다. "유디치과 하나 들어오면 동네 병원 다 망한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네트워크병원이 갖는 영향력은 컸다. 이는 당시 대부분의 치과가 임플란트 시술비로 200만 원 정도를 받는데 반해 유디치과는 그 절반인 100만 원 정도를 받고 무료 스케일링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 때문이다. 이에 따라 네트워크병원에 대한 동네 일반 병원들의 비판은 아주 거셌다. 특히 가장 많은 점포를 갖고 있는 유디치과는 '공공의 적'(?)이나 다름없었다.

네트워크병원이 등장하던 당시 의료법에는 "의료인은 하나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다"고 돼 있었다. '경영'에 대해서는 별도로 규정된 게 없었다. 네트워크병원 출현은 바로 여기서 기인한다. 그러자 기존 병원들은 이를 차단하는 것으로 네트워크병원 확산을 막고자 했다. 이는 2011년 10월 17일 양승조 의원을 대표로 한 의료법 개정안으로 구체화됐다. 개정안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의료인은 의료기관 개설과 경영을 위해 의료인이 아닌 자나 다른 의료인에게 면허를 대여할 수 없다. 둘째 의료인은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도록 한다.

이 법은 2011년 12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대해 의료기관이 경영방식을 다양화하고 경쟁력을 제고 하려는 노력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부작용도 예상할 수 있다는 소수 의견은 한의사협회와 치과의사협회라는 다수의 목소리에 묻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2012년 2월 1일 반포된 개정안은 반포 후 6개월 뒤 시행된다는 부칙(附則)에 따라 2012년 8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로써 네트워크병원은 한순간에 '불법'이 됐다. 상대 입장에서 보면 입법을 통한 승리이지만 반대로 네트워크병원 입장에서 보면 지키기에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결과는 기존의 동네병원 의사들이 단합해 네트워크병원을 죽이기 위해 의료법을 개정한 데 따른 것이다. 반면 네트워크병원은 이 같은 입법 움직임을 몰랐거나 혹은 알았더라도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을 모르는데 따라 결국 스스로가 '불법'으로 전락하는 결과를 맞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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