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한국케미호 억류 해제…동결자금·핵협상 의식한듯

외교가에 '억류 해제 배경' 물어보니

한국케미호의 출항을 우리 대사관 부영사가 배웅하고 있다. /사진제공=외교부

이란 당국에 억류됐던 우리 국적 선박인 한국케미호와 선장에 대한 억류가 9일 해제됐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이란측이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한국에 동결된 자금 7조원을 돌려받기 위해 한국과 벌이던 물밑 협상에서 진전을 거뒀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란이 핵협상을 재개하면서 국제사회의 여론을 의식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케미호는 지난 1월4일부터 해양을 오염시켰다는 혐의를 받아 이란 당국에 의해 억류됐다가 이번 억류 해제로 선장 등 선원 전원과 선박이 풀려났다. 원래는 이란 반다르압바스 항 인근 라자이 항에 닻을 내리고 정박 중이었다.

당초 승선 선원 20명 중 선장 제외 선원 19명에 대한 억류는 2월2일 해제돼 우리 국적 선원 2명을 포함한 9명이 귀국했다. 그 이후 대체 인원 2명이 파견돼 모두 13명(우리 선원 5명·미얀마 5명·인도네시아 1명·베트남 2명)이 현지에 있던 상태였다.

이란 정부는 한국 정부의 잇따른 증거 제시 요구에 응하지 않다가 사법 절차에 들어가지 않은 채 선사와 이란 항만청이 합의하는 방식으로 법적 절차를 종료했다. 결국 환경 오염 행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억류 해제 이후 출항 직후의 한국케미호. /사진제공=외교부

일각에선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인해 이란의 자금이 한국에 동결된 것을 두고 이란측이 사실상 무력 시위를 벌였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 중앙은행 명의 원화 계좌에 이란의 원유수출대금 70억 달러(약 7조7600억원) 가량이 동결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가 그 동안 굉장히 긴밀하게 외교소통을 통해 억류 해제를 촉구했고 그 다음 동결자금 문제 해결을 위해 진정성 있는 의지를 표명했고 그만큼 노력했다"며 "양국관계 증진 및 복원에 대한 양국의 의견이 합치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동결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위스 인도적 교역채널(SHTA) 활용 방안을 두고 미국과 논의해 왔다. 180억원 정도 밀린 이란의 유엔 분담금 대납, 국내 기업들의 대이란 인도적 교역 규모를 늘려나가는 방안도 검토해 왔다.

또 이란의 선박 억류 해제는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협상이 재개된 것과 관련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6일(현지시간) 이란과 영국·프랑스·독일·러시아·중국 등 핵합의 당사국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JCPOA를 복원하기 위한 회담을 가졌다. JCPOA는 제재완화를 대가로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합의였지만 2018년 5월 미국은 JCPOA 탈퇴를 선언하고 제재를 복원했다.

외교부는 제1차관이 이란에 방문(1월10일부터 12일)한 후 양국 외교당국간 긴밀한 소통을 통해 조속한 억류 해제를 촉구해 왔다. 아울러 선박 및 선원에 대한 영사 조력도 적극 제공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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