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고퀄리티' 대선 토론의 조건

[the300]

대선후보 TV토론이 회를 거듭할수록 냉정한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수준 미달" "네거티브 매몰"…. 틀린 말은 아니다. 23일 밤 방송된 중앙선거관리위 주최 합동토론회에선 '저걸 TV 토론에서 꼭 말해야 하나' 싶은 민망한 주제도 정색하고 말하는 후보, 여기에 반쯤 화내듯 대꾸하는 상대 후보, 이들을 싸잡아 "초등학생같다"고 비난하는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그렇다고 TV토론이 백해무익일까. 혹평에도 불구하고 대선 TV 토론 횟수는 줄지 않는다. 도리어 조기대선 짧은 일정 중 이틀에 하루꼴로 TV토론을 치를 정도다. 이 정도면 TV 토론의 존재이유가 분명히 있다.

TV토론의 첫 효용은 지지층을 겨냥한 메시지다. 토론 한 번 잘 한다고 지지층이 갑자기 넓어지진 않지만 지지층의 불안을 달래거나 진정시켜 이탈을 막는 효과가 있다. 토론회의 존재이유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대선후보 토론회 시청률은 지난 13일 11.6%에서 21일 26.4%, 23일은 38.5%로 껑충 뛰었다. 그만큼 국민의 눈과 귀가 대선 토론에 쏠려 있다. 안방에서, 설거지하고 청소하면서, 가족과 가끔 대화도 해가면서 선거를 '소비'하는 유권자들이 있다. 

무엇보다 부지불식간에 후보의 자질을 드러내는 무대가 TV토론이다. 후보들은 예측 못한, 때로 불쾌한 공방 가운데 위기 대응력을 드러낸다. 곤란한 질문에 대응하는 리스크 관리력, 순발력도 선보인다. 이런 능력은 국내 정치현안에도, 외교 현장에서도 필요한 덕목이다. 이밖에도 '화내지 말라' '공격 잘 한다고 점수 따는 것 아니다' '토론회 스타가 꼭 당선되지도 않는다' 하는 금언들이 각종 토론회를 거쳐 확인한 교훈이다. 

TV토론에서 정책, 비전, 철학을 말하지 못하고 싸움질이나 하므로 저질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외눈박이 시각일지 모른다. 정치혐오나 '이놈이든 저놈이든 뽑아 놓으면 똑같다'는 회의주의를 부추길 뿐이다. 미디어선거가 일반화된 지금 TV토론은 수준을 평가하기 이전에 엄연히 선거의 한 부분이다. 지나친 엄숙주의나 '고퀄(고퀄리티) 지향'에 빠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문재인·홍준표·안철수·유승민·심상정 대선후보는 25일 또 한 번 TV토론에서 격돌한다.
김성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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