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박근혜 트라우마'가 남긴 '검증 전쟁'

[the300]'네거티브'와 '검증', 종이 한 장 차이라지만…

"'박근혜씨' 덕분에 정치 얘기 좀 더 하게 됐죠."


모 대선후보 일정을 쫓아다니던 중 서울 소재 한 대학교에 들렀을 때 만난 대학생들의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젊은층의 여론을 듣고자 대학생 몇몇에게 다음 대통령은 어떤 기준으로 뽑을 건지 물었을 때다. 대부분 "'이 사람은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배제시킬 것"이라고 답했다.


얘기를 종합하면 출발점은 한마디로 '박근혜 트라우마'다. 왜 선거에서 대통령 후보를 제대로 검증하고 걸러내지 못했냐는 데 대한 '자괴감'인 셈이다.


'박근혜 트라우마'는 20대 청년들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19대 '장미 대선'을 접하는 국민들 모두 갖고 있다. 뉴스를 더 찾아보고 TV토론에 더 관심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과거 선택에 대한 반성인 듯 하다.


정치권에서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상대편을 향해 "제2의 박근혜" 등의 꼬리표를 붙이느라 정신없는 것도 '박근혜 트라우마'의 다른 모습이다.


꼬리표 붙이는 과정은 '검증 전쟁'으로 포장된다. 자극적인 개인사부터 각종 발언, 이력이 도마 위에 오른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아들의 고용정보원 부정 채용 의혹, 문 후보 아내 김정숙 여사의 고가 가구 구입 논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부인 김미경 교수의 '갑질' 논란, 안 후보 자신의 회사 안랩 BW(신주인수권부사채) 부당 발행 의혹….


해명도 뒤따르지만 쏟아지는 의혹에 가린다. 후보들은 '네거티브'로 치부하며 방어벽을 친다. 어느 후보나 비슷하다.


물론 네거티브와 검증은 종이 한 장 차이다. 다만 그 미세한 차이를 가르는 것은 '공격' 내용의 사실 여부를 후보가 구체적인 증거로 설명해주는 거다. 잘못된 것이 있다면 국민들 앞에 '제대로' '정성을 다해' 사과하면 된다. 당연하고 뻔한 소리지만 그것이 기본이다.


아직 네거티브 논쟁만 격화되는 것은 그 어떤 후보도 기본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의혹에 대한 '검증'을 당장 피할 수는 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검증에 임하는 후보들의 '기본'에 대해서도 '검증'하고 있다. 또 하나의 '트라우마'를 갖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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