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기사는 2016-11-01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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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 이후 국가 리더십 부재가 장기화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여야가 권력을 분점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개헌 이후 권력구조로 다수의 정치인들이 제기하고 있는 분권형 권력구조나 내각제의 가능성을 실험해보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정치권 일부에서 거론되는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특정 대선 후보 내지는 이들이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인사라는 점에서 거국내각 구성이 또 다른 정치갈등의 불씨를 제공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청와대 역시 야당이 제안하는 형태의 거국내각에 부정적인 입장이라 정치 안정화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 위기 때마다 나오는 '거국내각'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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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 이후 야권 대선 주자는 물론 여권 일부에서 제기된 카드가 바로 여야가 함께 행정부를 이끄는 거국 내각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 남경필 경기지사,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 등이 연일 거국내각의 애드벌룬을 띄우고 있다.
거국내각은 특정 정파에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기 위해 여야가 고루 행정부 각료로 참여하는 정부 형태다. 정부가 대통령이 연관된 측근 비리 수사를 공정하게 이끌어가도록 할 필요성과 함께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국정 리더십을 회복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현실적 판단에서 대두된 대안이다.
주로 내각제를 채택한 국가에서 나타난다. 세계2차대전 당시 영국의 처칠 총리가 이끈 전시내각이 대표적이다. 대통령이 총리와 장관을 임명하고 행정부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대통령제에서는 두 개 이상의 정당이 참여하는 연립내각은 물론 모든 정파가 참여하는 거국내각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이날 "거국중립내각이 되려면 박근혜 대통령이 총리에게 국정의 전권을 맡길 것을 선언하면서 국민의 대의기구인 국회에 총리를 추천해줄 것을 정중하게 요청해야 한다"며 "그래서 새 총리의 제청으로 새 내각이 구성되면 대통령은 국정에서 손을 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국내각' 분권형 권력 시험대 될까
거국내각이 우리 정치에 도입된 사례는 없다. 노태우정권 마지막해인 1992년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민주자유당을 탈당하고 중립적인 인사로 내각을 출범시키며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선언한 적 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거국내각이라 하긴 힘들다.
야당이 추천하는 인사를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색채가 옅은 인사로 내각을 꾸린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선을 겨우 석 달 남겨놓고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하는 차원이었지, 국정 운영에 여야가 함께 참여한다는 의미와는 거리가 멀었다.
지금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거국내각은 이와 다르다. 대선까지 1년여의 시간이 남았고 그 구성에 필히 여야 간 합의를 필요로 하는 연립정부의 성격을 띠게 된다. 이른바 중앙정부에서 연정이 구현되는 사상초유의 이정표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거국내각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면 대통령 중심의 국정운영 사고방식을 벗어나 권력구조 개편의 전기가 마련될 수도 있을 것이다. 새누리당 한 중진 의원은 "분권형 개헌이 권력 나눠먹기가 아닌 협치의 시대정신이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눈으로 확인시켜줄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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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야당의 거국내각 거부 문제에 대해 항의하며 의장실을 나가고 있다. 왼쪽부터 김교흥 의장 비서실장, 정 원내대표, 정세균 의장,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2016.10.31/사진=뉴스1 |
◇與野 '거국내각' 외치지만 현실은…
거국내각 구성 또한 결코 평탄하지 않은 길이다. 여당의 비박계(비 박근혜 대통령계) 의원들은 거국내각을 주장하고 있고 야당은 선(先) 진상규명과 박 대통령 탈당을 선행조건으로 내걸고 있지만 이는 부차적인 갈등이다. 결국 권력을 분점해야 정국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여야가 공통으로 인정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더 큰 갈등 요소는 청와대다. 거국 내각은 대통령 권한을 대폭 빼앗아 총리에게 이를 대행하게 하는 것으로 대통령 탄핵에 준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청와대가 야당이 제안한 형태의 거국내각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대통령의 권한을 유지하는 틀 내에서 총리의 권한을 유지하는 방안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기도 하다.
이미 대선정국으로 접어든 정치환경도 부담이다. 기존의 여야, 정당 구도를 흐트러뜨려 대선 판도의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실제로 거국내각 관련해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은 야당의 유력 대선후보 내지는 특정 대선후보에 대한 선호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사들이다.
거국내각이 정치색을 띌 경우 '어느 후보에게 유리하느냐'내지는 '누가 주도하는 거국내각이냐'하는 문제가 또 다른 변수로 떠오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대통령 권력의 공백을 틈타 차기 대통령 다툼이 가열되는 꼴이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정치세력간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정국 안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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