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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니가타현 사도시에 위치한 사도광산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약 2000명이 강제노역에 시달린 곳이다. 사진은 일본 사도광산 내 터널. / 사진=뉴스1

정부가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전력이 있는 인사가 참석하기로 알려오자 불참을 결정했다. 사도광산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약 2000명이 강제노역에 시달린 곳이다. 정부는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일본이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과정에서 대승적으로 반대하지 않았지만 일본 정부가 추도식에 '성의 있는 호응'을 하지 않자 외교적 초강수를 던졌다.

외교부는 23일 출입기자단 서면 공지를 통해 "우리 정부는 추도식 관련 제반 사정을 고려해 예정된 사도광산 추도식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추도식을 둘러싼 양국 외교당국 간 이견 조정에 필요한 시간이 충분치 않아 추도식 이전에 양국이 수용 가능한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당초 사도광산 추도식은 오는 24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에 위치한 아이카와 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이번 추도식에는 한국 측에선 박철희 주일본대사 뿐 아니라 사도광산 강제징용 피해자의 유족 11명도 참석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본 외무성은 지난 22일 사도광산 추도식에 일본 정부 대표로 이쿠이나 아키코 일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이 참석한다고 밝혔다. 관련 공지 이후 우리 언론을 통해 이쿠이나 정무관이 2022년 8월15일 일본 패전일에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던 전력이 드러났다.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인사가 일제 강제노역으로 고통받은 조선인 노동자를 추모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외교부는 일 외무성으로부터 이쿠이나 정무관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력을 사전에 공지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우리 정부의 '외교적 무능력' 비판이 일었고 한일관계 개선에 공을 들여온 우리 외교당국도 내부적으로 적지않은 당혹감에 휩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전날까지 이쿠이나 정무관의 추도사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국내적 비판은 물론 일본 측과 세부협상에 난항을 겪자 하루 전 불참 결정을 내렸다.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과는 별도의 추도식을 진행한다는 게 외교부의 입장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유가족분들은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별도의 독립적인 추도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미 출발하신 유가족분들은 사도광산과 관련 시설을 돌아보는 일정을 가지실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일관계 개선은 최대 외교 성과로 꼽히지만 이번 추도식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다시 얼어붙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만 외교부 관계자는 "외교당국 간 상세 논의사항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고자 한다"며 "우리 정부는 진정성 있는 추도식 개최를 위해 일본 정부와 지속 소통해나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는 우리 정부의 동의도 있었다. 일본은 당초 태평양 전쟁 시기를 아예 등재 대상에서 제외하려 했다. 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세계유산 등록을 위해선 일본이 조선인 강제노역 등 '전체 역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조건부 찬성' 입장을 견지했다.

한국이 끝까지 사도광산 등재에 반대하면 장시간 토론 후 표결을 해야 한다. 표결에서 우리가 등재를 막으려면 3분의1 이상 반대를 얻어야 한다. 일본이 유네스코에 많은 자금을 지원하는 주요 기여국 중 하나란 점을 고려할 때 외교적 부담이 상당한 일이었다. 결국 양국은 강제노역 등 '전체 역사'를 반영하는 방식의 절충안에 합의했다.

다만 사도광산 추도식 전부터 일본 측이 조선인 노동자를 위로하는 사죄 표현을 할지가 불투명했고 한국 측 유족 11명의 추도식 참석 비용도 우리가 부담하는 등 논란이 이어져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