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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동방경제포럼(EEF) 참석차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그동안 진행돼 온 한국과 EAEU(유라시아경제연합) 간 FTA(자유무역협정) 공동연구가 FTA 체결을 위한 본격적 협의로 발전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열린 '한·러 비즈니스 대화'에서 "양국 간 교역규모는 1992년 2억달러에서 지난해에는 160억달러로 20여년만에 80배 가까이 성장했지만 양국의 잠재력을 고려하면 교역규모 확대의 여지가 크고 자동차와 에너지 등에 집중된 교역품목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은 "러시아가 주도하고 있는 EAEU는 CIS(독립국가연합) 내 최대의 경제 통합체이고, 한국은 전세계 GDP(국내총생산)의 77%에 달하는 경제권과 FTA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며 "한국과 EAEU 사이에 사람과 물자, 자본이 자유롭게 교류되는 제도적 틀을 마련한다면 양국 경협의 새로운 장이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EAEU는 러시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키르키즈스탄 등 5개국을 회원국으로 하는 일종의 관세 동맹으로 지난해 1월 출범했다. 총인구 1억8000만명에 총 GDP는 약 1조6000억달러(약 1700조원)로 전세계 GDP의 2.15%를 차지한다. 미국, 중국, EU(유럽연합) 등 우리나라와 FTA를 맺고 있는 나라들의 전세계 GDP 비중이 77%에 달한다는 점에 비춰 EAEU까지 추가로 FTA가 체결될 경우 우리나라의 대외 경제영토는 전세계 GDP의 80%에 육박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러시아는 에너지 자원에 치우쳐 있는 경제구조를 혁신하기 위해 전략산업 육성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미 많은 한국 기업들이 자동차, 전자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러시아에 투자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원천기술과 한국의 응용기술이 효과적으로 결합되면 양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제고되고 실제 투자로도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 러시아는 광활한 토지와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극동지역의 성공적 개발을 위해 투자환경 개선, 규제완화, 수출지원 등을 내용으로 하는 '극동개발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러한 로드맵을 실현해가는 과정에서 한국과 러시아가 협력할 분야가 많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블라디보스토크시의 버스 교통카드시스템 구축을 추진 중인 한·러 합작 기업이 이번에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에 입주 신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것을 계기로 러시아 정부가 의욕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과 선도개발구역에서 양국 기업들간 협력이 강화되기 기대한다"고 했다.

고부가가치 분야 협력강화와 관련해선 "현재 연간 약 30만명의 외국인 환자가 치료를 위해 한국을 방문할 정도로 한국은 보건·의료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러시아에서도 지난해 2만명 이상의 환자가 한국을 방문해 치료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러시아는 국제 의료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외국 의료인들의 러시아 내 진료 자격을 인정하면서 외국 병원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는 걸로 안다"며 "이번에 양국 정부와 의료관련 기관들 사이에 한국 병원의 극동지역 진출 협력과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한 원격의료 관련 협력 MOU(양해각서)들이 체결되는데 이를 토대로 러시아인들의 건강과 복지에 기여할 수 있기 바란다"고 했다.

아울러 "러시아는 효율적인 폐기물 관리와 처리를 위해 폐기물 관리 권한을 주 정부로 이양할 계획이라고 들었다"며 "한국은 이 분야에서도 상당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데, 현재 한국이 참여하고 있는 하바로브스크주 '폐기물처리 마스터플랜 수립' 사업을 계기로 이 분야의 양국 간 협력도 가속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러시아는 풍부한 에너지를 가진 세계적인 자원부국이면서 세계 최고수준의 기초 과학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은 첨단기술을 보유한 제조 강국이라는 점에서 상호 보완적 경제구조를 토대로 한 협력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모든 야채에는 제 철이 있다'는 러시아 격언도 인용하면서 "모든 일에는 적합한 때가 있다"며 "수교 이후 지난 25년이 경제 협력의 기초를 다지는 시기였다면, 금년부터 시작된 새로운 25년은 그 기초위에 양국 경협의 찬란한 금자탑을 만들어가는 도약의 시기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EEF를 계기로 한국무역협회와 러시아 연방상공회의소 공동주관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유리 트루트네프 러시아 부총리와 우리 측 150명, 러시아 측 200명 등 양국 경제인 350여명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의 이번 러시아 방문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약 70개사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이 동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