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특위, '미안하지만 모른다'는 옥시…'퇴장'당한 김앤장

[the300](종합)29일 가해기업 등 대상 청문회…김앤장 시종일관 '모르쇠'

아타 샤프달 옥시코리아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위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뉴스1.
가장 많은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낸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코리아)와 영국 본사인 레킷벤키저(RB), 변호 차원을 넘어 증거조작에까지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법무법인 김앤장 관계자들을 주요 증인으로 하는 국회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특위) 청문회가 29일 국회에서 열렸다.

그러나 현재 한국 법인 대표인 아타 샤프달 대표만 청문회에 참석했을 뿐 국회가 요청한 영국 본사 관계자들은 전원 불참해 반쪽 청문회라는 지적이 일었다. 증거조작 의혹을 받은 김앤장 관계자는 시종일관 '모르쇠'로 일관하다 결국 청문회에서 퇴장조치 됐다. 

특위는 이날 국회에서 청문회를 통해 사태발생 원인 파악과 영국 본사의 책임 회피 여부, 김앤장의 증거조작 의혹 등을 강도 높게 추궁했다.

이만희 새누리당 의원은 "(RB가 인수하기 전) 옥시는 PHMG가 들어간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흡입독성시험을 미국에 의뢰했다. 독성 시험 자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너무 잘 알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RB글로벌 호주연구소 책임자가 인수 두달 전 한국 옥시연구소를 방문해 26명인 직원을 두 명으로 줄이라는 감축을 요구한 후 흡입독성시험도 중단됐다. 본사가 개입을 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샤프달 대표는 "옥시는 가습기살균제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과 가족들이 겪은 상처와 슬픔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PHMG성분이 들어간 가습기살균제를 만들고도 흡입독성시험을 하지 않는 등의 일은 RB가 옥시를 인수하기 전 발생했다. 정확히 답변 드리기 어렵다"고 즉답을 피했다.

글로벌 업체로서 RB가 통일된 '글로벌 안전지침'을 적용하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당시 RB는 글로벌한 소비자 안전지침을 마련하지 못했다. 글로벌 소비자 안전지침은 2010년경 마련됐다"며 "가습기살균제가 판매되는 국내 규정을 준수하고 있었다. 2000년 당시 PHMG는 한국에서 독성으로 분류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전희경 새누리당 의원은 "(샤프달 대표의 답변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글로벌 기업이 회사를 인수할 때 인수한 회사의 주력 판매 제품 안전성에 대해 (인수) 이전 판매되고 제조된 것이라고만 답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청문회에 신청된 증인 23명 중 거라브 제인 전 옥시 코리아 최고경영자, 신현우 전 옥시 사장 등 옥시 관계자를 비롯한 10명이 출석하지 않은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RB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으며, 특위 위원장인 우원식 의원은 "RB가 대한민국 국회와 국민을 기만하고 속였다. 매우 중대한 사태"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샤프달 대표는 옥시가 제조한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사망 등의 피해를 입은 인원 파악도 하지 않고 청문회에 출석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샤프달 대표는 "옥시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자가 몇 명이고 사망자가 몇 명인지 아느냐"는 신창현 더민주 의원 질의에 머뭇거리다 "모르겠다"고 답했다.

신 의원은 "귀사 제품으로 그렇게 사람이 많이 죽었는데, 그 숫자도 모르고 청문회에 나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그게 글로벌 기업의 도덕성이냐"고 비판했다.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이 옥시로부터 의뢰받은 가습기살균제 위해성 시험이 의뢰자인 옥시에 의해 중단된 사건도 이날 주요하게 다뤄졌다. 옥시는 2012년 질병관리본부의 가습기살균제와 폐질환 인과관계 발표를 반박하고자 흡입독성 등의 시험을 서울대와 호서대, KCL에 의뢰했다.

그러나 옥시는 독성을 발견했다고 밝힌 KCL의 연구는 돌연 취소시키고 독성을 찾을 수 없다고 한 서울대 보고서 등만 김앤장을 통해 수사당국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 서울대 보고서는 뇌물을 받고 내용을 조작한 의혹으로 실험자가 구속돼 재판 중이다.

이 과정에서 법무법인 김앤장이 개입해 증거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 확인이 특위 위원들이 이날 가장 집중한 사안이다. 그러나 김앤장을 대표해 청문회에 출석한 장지수 변호사는 증거조작 여부를 묻는 특위 위원들의 질문에 "재판을 진행 중이라 대답하기 곤란하다"는 말만 계속하는 등 시종일관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정태옥 새누리당 의원은 "국민들이 이 자리에서 보고 있다. 가장 많은 돈을 버는 로펌 일원으로서 이런 자리에서 그런 (뻔한) 이야기 하는게 부끄럽지 않느냐"며 "특정 방향으로 김앤장이 가습기살균제 시험 결과를 유도하려고 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 변호사는 "직무상의 의무나 답변의 한계에 대해서 양해 부탁드린다. 발생한 상황에 대해 비밀을 지켜야 하는 것이 제 의무여서 이를 어길 경우 비밀유지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고 말하며 관련 질문을 요리조리 비켜갔고 결국 특위로부터 퇴장조치 됐다. 

일부 위원 중에는 장 변호사에 대해 청문회 위증, 국회 모욕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검찰 차원의 검찰 고발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특위는 이날 뇌물을 받고 가습기살균제와 폐손상이 인과관계가 없다는 허위 보고서를 작성해 준 혐의로 구속된 서울대 조 모 교수에게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다른 증인과 달리 조 교수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교수는 특위의 동행명령도 거부, 이날 청문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특위의 29일에도 가습기살균제 관련 이틀째 청문회를 진행한다. 이날 청문회에는 또 다른 가습기살균제 피해 가해기업 혐의를 받고 있는 SK케미칼과 롯데마트, 홈플러스, 이마트, 애경, 헨켈코리아 등의 관계자들이 출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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