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가습기 밀실특위 '뭣이 불안해서'

[the300]

27일 서울 여의도 옥시레킷벤키저 본사에서 열린 '국회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기업 현장조사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 가족 최승훈 씨가 발언하고 있다. 2016.7.2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뭐가 불안해서 밀실조사를 합니까. 그동안 감추고 감추면서 이렇게 피해가 커진 것 아닙니까."


27일 '국회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현장조사를 지켜본 한 피해자 가족 모임 관계자의 말이다. 이날까지 사흘 동안 이어진 국회 특위의 현장조사는 정부와 정치권이 가습기 살균제 첫 사망자가 나온 지 5년째 이 문제를 왜 풀지 못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현장조사는 첫날부터 삐걱댔다. 여당 국회의원들의 지각 출석으로 예정시간을 넘겨 시작한 데 이어 조사에 착수하기도 전에 공개 여부를 두고 1시간 가까이 갑론을박했다. 새누리당이 "회의가 공개되면 제대로 된 질의가 어려우니 비공개로 하자"고 버티면서 결국 현장조사 대부분이 비공개로 결정됐다.


어렵사리 시작된 조사도 충실하다고 보기 어려웠다. 정부 부처에 대한 질의는 응답을 듣는 수준에 그쳤다. 조사 비공개를 주장했던 한 여당 의원이 다른 일정을 이유로 조사 도중 자리를 뜨는 일도 있었다. 정부는 피해 대처가 늦었다는 지적에 어쩔 수 없었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부처간 책임 떠넘기기도 여전했다.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어떤 물질이 어떤 위해도를 갖고 있느냐는 환경부에서 정해서 넘겨주게 돼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가해기업으로 지목된 옥시는 어정쩡한 태도를 이어갔다. 아타 사프달 옥시 대표는 "그동안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점을 사과한다"면서도 살균제 유해성에 대한 연구결과 조작 의혹에 대해 "여러차례 연구했을 뿐 은폐 시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회의장 밖에 있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취재하던 기자에게 "특위가 이 사태를 추궁할 의지가 있다고 보냐"고 되물었다. 지난달까지 집계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3642명, 사망자는 701명이다. 특위는 이날 현장조사를 끝으로 예비조사위원들의 개별 활동과 영국 옥시 본사 현장조사를 거쳐 다음달 말 청문회를 연다. 현장조사에서의 부진을 만회할 시간은 이제 한달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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