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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공천 룰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황진하 사무총장을 비롯한 공천관리위원들과 회동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

4.13 총선을 50여일 앞두고 새누리당 내 계파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공천룰을 둘러싸고 '친박'계와 '비박'계가 전면전을 벌일 태세다.

'상향식공천'에 정치생명을 걸다시피 한 김무성 대표는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그 누구도 국민과 약속한 국민공천제를 흔들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며 전날 있었던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우선추천지역 선정' 발표에 거듭 반발했다.

이날의 충돌은 예견된 것이었다. 전날 이 위원장은 브리핑을 통해 공천관리위 결정사항이라며 △17개 광역 시·도별 1~3개 선거구 우선추천지역 선정 △후보자들간 합의가 없을 경우 100% 여론조사 경선 등의 방침을 밝혔다. 원칙적으로 모든 지역구에서 경선을 치르고 경선은 책임당원 30%·국민선거인단 70%로 실시하기로 한 상향식공천에서 크게 후퇴한 내용이다. 발표 직후 비박계 공관위원들은 즉각 합의사항이 아니라고 반발하며 강한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비공개 회의에서 김 대표는 더욱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선거를 망치더라도 국민공천제가 흐트러지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 선거에 지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이 위원장의 안은) 수용안된다"고 언성을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10여분 간의 발언 중간중간 책상을 내려치기도 했다는 게 회의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비박계이자 친이(친이명박)계의 수장격인 이재오 의원도 이날 회의에 참석해 친박계를 향해 쓴소리를 늘어놨다. 이 의원은 "당이 좀 정상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선거가 50여일 남았는데 마치 예선만 하고 본선은 안 하는 당같이 보인다"고 공천룰을 둘러싼 당내 갈등상황을 비판했다.

정갑윤 국회 부의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비박계는 발끈했다.

정 부의장은 이날 회의에서 "사회적으로 덕망있는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공개적으로 김 대표의 '상향식 공천'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우선추천지역을 중심으로 중앙 차원이나 지역차원에서 당이 필요로하는 맞춤형 인재영입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지역별 공천인력에 대해 당 차원에서 어느정도 교통정리를 해줄 필요가 있다"고 이 위원장을 지지했다.

비박계인 권성동 전략기획본부장은 회의 후 정 부의장을 향해 "본인부터 (우선추천지역으로 지역을 내놓는) 시작을 하고 그런 말을 하셔야 진정성이 있다"며 "4선 중진께서 왜 그런 말을 하시는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실망스럽다"고 항의했다.

이어 기자들과 만나 "본선승리와 상관없이 보여주기 식으로 할 필요가 없다. 그런목표를 세우면 무리수가 생긴다"며 "어떤 기준으로 우선추천 지역을 정할 지 객관적 기준과 방법을 명확히 하고 해야지 아무런 기준 없이 하면 되겠냐"고 이 위원장의 안을 비판했다.

친박계는 이 위원장을 엄호하고 나섰다. 친박계에서는 대구경북 등에서 현역의원을 물갈이하고 친박 인사를 입성시키고 싶어한다. 이 위원장의 안을 활용하면 사실상 '전략공천'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김재원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위원장 말씀은 모두 당헌당규의 절차에 명시돼 있는 내용이다. 그리고 그것은 공천관리위원회가 독자적으로 결정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고 원유철 원내대표도 CBS라디오에 출연해 "지금 이 위원장이 우선추천지역, 단수추천지역을 활용하겠다는 것은 당헌당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거들었다.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은 갈수록 수위를 높여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위원장이 이날 오후 공관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존에 발표한 내용을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과거에 보면 당 대표도 공천을 안 준 적이 있다"며 우선추천지역 도입을 정면 비판한 김무성 대표를 겨냥했다. 이어 "공천에 대해서 당 대표는 아무 권한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 함께 있던 황진하 사무총장과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이 "정된 것이 없다", "우선추천지역 운용문제를 재논의키로 했다"고 각각 말했지만 이 위원장은 "그게 무슨 소리냐, 이미 발표 했기 때문에 운영 할 것이다"라고 하는 등 곧바로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