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김무성식 상향식 공천의 과제

[the300]

 "경선을 할 때는 좋았죠. 특정인을 밀게 되면 1명을 우리 편으로 만드는 대신 나머지는 모두 적이 되니까요. 하지만 당선 되고 나니 통제가 안되는 거예요. 모두 자기가 잘 나서 당선이 됐다고 생각하니 지역구 국회의원 말을 들을 리가 없죠."

서울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의 보좌관은 지난 지방선거 때의 일을 이렇게 전했다. 이어 "상향식 공천과 관련해선 김 대표가 자신의 기득권을 확실하게 내려놓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천권을 행사할 경우 확실한 자기 사람들을 심을 수 있는 기회가 되는데 김 대표가 이를 스스로 포기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매번 총선 때마다 '물갈이'라는 이름으로 공천권자가 원하는 인물들에게 공천이 돌아갔다. 그러다 보니 국회의원 임기 내내 부채 의식을 갖고 의정활동을 할 수 밖에 없었고 차기 권력자를 찾아 새로 줄을 대는데 혈안이 되기 일쑤였다.

김 대표가 당 대표에 취임하자 마자 상향식 공천을 들고 나온 것은 이런 정치 풍토를 바꿔보겠다는 취지였다. 새누리당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 14일 상향식 공천(경선)을 원칙으로 하는 공천틀을 확정했다. 야당의 반대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공천제)는 실현되지 못했지만 '사천(私薦)' '전략공천' 배제라는 당초 취지를 생각하면 핵심적인 가치는 지킨 셈이다.

문제는 공천룰이 확정된 지금도 상향식 공천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야당이 신당 창당, 인물 영입으로 들썩이자 당내 친박(친 박근혜)계를 중심으로 김 대표의 '상향식 공천' 고집이 인물 영입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최근에는 공천관리를 지휘할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에 '전략공천 소신'을 갖고 있는 4선의 이한구 의원을 선임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답답했는지 김 대표는 상향식 공천의 가치를 제대로 몰라준다며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처럼 상향식 공천에 대한 도전이 계속되는데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상향식 공천은 현역 국회의원들이 유리한 구도에서 경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커 '기득권 지키기'라는 비판이 뒤따른다. 국회의원들에 대한 국민적인 불신을 감안하면 이런 비판은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다. 찬반 논리가 맞설 수 밖에 없는데 그나마 당 내에서도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당 일각에서 조차 전략 공천 필요성을 강조하는 상황에서는 대외적으로 상향식 공천의 미덕이 제대로 전달되기 어렵다.

또 상향식 공천의 취지가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경선을 통해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출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치 못하다. 정치신인들이 현역에 비해 불리한 여건에서 경선을 치르고, 국회의원들이 어떤 의정활동을 펼쳤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정보도 부족하다.

김 대표의 소신대로 상향식 공천이 제대로 자리 잡는다면 우리 정치는 분명히 한단계 올라설 수 있다. 하지만 단번에 이뤄지지는 않는다. 정치 신인들의 불리함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현역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에 대한 다양한 평가 틀을 마련하는 등 상향식 공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병행돼야 한다. 이는 김 대표의 진정성과 첫 발을 떼는 상향식 공천의 가치를 제대로 알리는 데도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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