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는 누가 챙기나…'걱정인형' 이한구

[the300]이한구 새누리당 의원 인터뷰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사진=머니투데이DB


'박근혜 대통령 경제 과외교사' '여당 대표 경제정책통' 등 화려한 수식어를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70·대구 수성갑). 4선 중진의원으로 원내대표까지 역임하고서 내년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지난달에는 자신이 위원장으로 있던 국회 창조경제특별위원회 활동을 마치고 보고서까지 마무리해 넘겼다. 홀가분하게 여유를 즐길 만도 하건만 이 의원은 요즘 "바쁘다"는 말을 더 달고 산다. 

글로벌 경제상황에서부터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 정부의 경제정책, 심지어 오르는 집값까지 근심거리가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박근혜정부 국정과제의 핵심인 '창조경제'에 대한 걱정은 이 의원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다. '창조경제의 설계자'라는 평가를 받는 그에게는 자식 건강하고 반듯하게 자라주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처럼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창조경제 콘트롤타워의 부재
이 의원이 '창조경제'에 대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박근혜정부 임기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도 이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 한마디로 '콘트롤타워'가 없단는 얘기다.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만들어졌다해도 과언이 아닌 미래창조과학부는 정부 조직개편 당시부터 난항을 거듭하다 주도권을 잃어버린 상태다. 기획재정부로 업무를 이관하기로 했지만 이 역시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달 14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를 앞두고 60쪽에 달하는 질의서를 만들었다. 창조경제의 진행상황과 4대 구조개혁의 성과를 조목조목 짚어가며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훈수'를 둔 것이다.

그는 질의서를 통해 "정책추진 2년6개월이 지나도 창조경제에 대해 '모르겠다'는 국민이 절반을 넘는다"며 "국민의 무관심과 부정·불신 속에 그들만의 리그'가 돼 가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전체 그림을 구체화하고 추진체계 정비와 평가감독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대체 창조경제가 뭐냐'는 근본적인 질문은 박근혜정부 집권 1년차부터 있어왔던 논란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창조경제는 과학기술과 산업이 융합하고 문화와 산업이 융합하고 사업간의 벽을 허문 경제선에서 창조의 꽃을 피우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즉 기존 산업에 신기술을 접목시켜 융·복합산업으로 발전시키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사업화하는 등 다양한 '창조적 발상'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만성적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한국경제가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는 데서 벗어나 신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밑바닥에 깔려있다.

하지만 문제는 일반 국민은 물론이고 정치권, 정부·기업들까지 창조경제를 우리 경제를 막다른 골목에서 건져 줄 '탈출구'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의원은 무엇보다 민간기업에서 먼저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민간에서 더 시급함을 느껴야 할 상황인데 절실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주력산업이라는 자동차, 조선업, 반도체 등 이제 진짜 큰일 날 일만 남았다. 계속 경쟁력이 떨어진다. 한계에 도달했으니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보자는 것이고, 황무지를 개척하자는 게 창조경제다. 미래세대를 위해 시스템을 만들고 창조경제 생태계를 만들자는 건데 그걸 아무도 안한다"

그는 "정부가 주도하는 정책이 아니라 민간기업 스스로가 창조경제를 미래의 '밥줄'이라고 생각하고 달려들어야 한다"며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대기업 줄세우기식 강제할당', '이벤트용 행사'라는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대기업들이 이를 사회공헌활동이 아닌 사업적인 차원의 투자로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갈길 먼 정부3.0 
민간기업이 창조경제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투자를 하지 않고 돈을 계속 쌓아둘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또 뭘까.

이 의원은 "투자했을 때 뭔가를 얻을 수 있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안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경제상황때문에 혹은 각종 규제때문에 미래가 불투명하고 두려우니 적극적으로 도전하지도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규제개혁, 더 나아가 4대부문 구조개혁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창조경제의 개념이 명쾌하지 않고 제대로 홍보도 되지 않다보니 기업의 투자까지 늦추고 있다는 것. 기업들이 적극성을 가질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고 행정적·법적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게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이라는 게 이 의원의 생각이다.

창조경제를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또 있다. 정부 스스로도 '창조행정'을 하는 것.

이 의원은 기업의 창조경제를 독려하기 위해서는 규제를 줄여주고 자금을 지원해주는 것 뿐 아니라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각종 '고급'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개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간에서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각종 통계자료와 연구보고서들을 정부가 앞장서서 공개하고, 이를 민간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새로운 아이디어가 발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박근혜정부가 정부운영 패러다임으로 '정부3.0'을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의원은 중앙부처의 공공정보 개방이 여전히 미흡하다고 아쉬워한다.

"정부3.0은 대통령이 취임 당시부터 신경쓴 국정과제고 이미 계획도 다 짜여져 있다. 그대로만 실행하면 되는데 부처에서 꺼려한다. 기재부, 통계청 등 가장 좋은 자료를 가지고 있는 부처일수록 활용도가 낮고, 활용도가 낮은 걸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젠 정부가 혼자 뭘 하려고 하면 제대로 안되는 시대가 됐다. 민간과 함께 다양한 정보를 결합해서 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규제에 발목잡힌 신성장산업
우리나라의 '창조경제'가 나침반을 잃고 헤매는 사이 해외 선진국들은 이미 미래 먹거리사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5월 창조경제특위 차원에서 영국과 독일, 네덜란드를 다녀오면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독일에서 드론(소형무인항공기)을 개발하고 있다는 연구소를 방문했는데 웬 시골에 조그만한 건물이더라. 나는 처음엔 일정을 주선하는 곳에서 엉뚱한 데를 잘못 연결해줬구나 하는 생각까지 했다. 그런데 독일에서 가장 기술적으로 앞서나가고 있는 연구소라더라고. 거기서 개발하는 드론을 조종해서 알프스산맥을 넘어 스위스까지 물건을 배달하는걸 시연해서 보여줬는데, 함께 간 우리나라 기술자가 입을 못다물었다"

지난 3월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2020년까지 5조6000억원을 투입해 지능형 로봇, 스마트자동차, 사물인터넷(IoT), 수직 이착륙 무인기 등 19개 분야를 집중 육성, 2024년쯤 이들 분야에서 수출 1000억달러 규모의 신산업을 키워내겠다는 '미래성장동력-산업엔진 종합실천계획'을 발표했다. 드론(수직 이착륙 무인기)는 4대 주력산업에 포함됐다.

이 의원이 방문한 독일 마이크로드론사는 25kg급 이하 수직이착륙 초소형 무인항공기를 개발한다. 독자적인 비행조종컴퓨터 하드웨어 및 내장 소프트웨어를 자체개발해 세계적 수준의 비행안정화 기술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본사직원 25명의 작은 업체가 갖춘 기술력도 기술력이지만 이 의원이 놀란 건 전세계 드론시장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발빠른 행보다. 중국의 현지업체((Aircam UAV Technology)가 마이크로드론사의 전략적 파트너로써 아시아시장 내 생산·판매권을 갖고 있다는 것. 중국에서 생산 가능한 대부분의 부품은 중국에서 생산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드론은 이미 중국 본토에 2000대 이상 수출돼 시범운행을 하고 있다. 

그는 "우리도 MOU같은 걸 체결해서 기술을 좀 전수받을 수 없을까 했는데 벌써 중국에서 기술 라이센스를 사갔더라"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는 한국형드론을 개발해 중국 등지에 수출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는데, 지금 이런 상황에 수출을 하고말고 할 처지나 되겠나"고 혀를 찼다. 

이 의원은 우리나라의 신기술 개발이 지지부진한 이유로 지나친 규제를 들었다. 드론의 경우 일정 규모 이상일 경우 지방항공청과 교통안전공단의 인증을 받아야하며 서울, 대전, 부산 등 지역은 비행금지구역으로 묶여 드론을 띄울 수도 없다. 성능테스트를 하려해도 마땅한 장소가 없어 전남 고흥의 나로우주센터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메르세데스벤츠나 도요타 등 해외 유명 자동차기업 뿐 아니라 구글, 애플 등 글로벌IT기업들까지 눈독들이고 있는 자율주행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일반도로에서는 시범운행을 할 수가 없어 전남 영암의 F1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을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시범사업이 아예 불가능하다. 그 시간과 비용을 누가 감수하나. 정부나 민간기업에서도 기술개발이나 수출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가 있다. 각종 규제로 인해 신기술 개발하는 것보다 해외에서 들여오는 게 오히려 싸게 치기 때문이다. 어떻게 기술을 개발해서 수출을 해보려 해도, 해외에서는 제일 먼저 요구하는 게 실증 시범사업 결과인데 어디 있어야 말이지" 

이 의원은 지난해 12월 무인자동차나 드론 등 창조경제 시범사업의 경우 규제관련 법안 적용에서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창조경제 시범사업 규제개혁 특별법'을 대표발의했지만 국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엔저는 핑계…기업 체질개선해야"
걱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국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수출이 부진하다. 세계경제의 성장세 둔화와 일본 엔저(低)현상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앞다퉈 나온다. 실제로 '아베정권' 출범후 엔/달러 환율은 무섭게 올라서, 2012년 1달러당 70엔대였던 것이 지난해 12월에는 7년만에 120엔대에 진입하는 등 엔화 약세가 장기화되는 상황이다. 일본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얻으며 반대로 일본과 해외시장에서 경쟁하는 우리나라 수출업체들이 수출이 어려움에 처했다는 것.

하지만 이 의원은 이를 두고 '정책당국의 핑계'라고 질책했다. 엔저현상을 더이상 이례적인 것으로만 치부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우리 수출이 어렵다고 '엔저'영향 핑계대는데 말 그대로 핑계다. 언제까지 엔저에 기댈 것인가? 엔저현상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잘 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 노력을 해야지 힘들다고만 하고 있으면 어떡하나. 답답하다"

우리 경제는 이미 80년대 이후 엔저 현상을 3차례 겪었다. 70엔~80엔였던 것이 특수한 '엔고'시기였을 뿐 이때를 기준으로 해서 경제정책을 펴서는 안된다는 것. 기업이 체질개선을 통해 스스로 이겨내도록 해야 한다는 뼈아픈 조언이다. 

이 의원은 미국과 함께 G2로 성장한 중국에 대한 우려도 함께 내놨다. 특히 대 중국 수출 의존도가 심한 우리 경제는 중국의 경제성장세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기술력 측면에선 중국에게 무섭게 따라잡혔다. 아직은 아니지만 몇 년 내 틀림없이 뒤집힐 것"이라며 "가장 걱정인 건 지금이 아니라 앞으로 중국 제조업이 구조조정에 들어갈 때"고 말했다.

'글로벌 생산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은 최근 들어 '제조업 위기설'이 거론되고 있다. 저렴한 노동력과 자본의 집약으로 지난 30년간 고속성장을 거듭해왔지만 차츰 경제성장률 증가세가 둔화되며 생산·설비과잉의 시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은 현재 제조업, 시설산업이 포화상태고 곧 부실기업 정리 등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인데 그 전에 '덤핑수출'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우리도 과거에 그랬다"며 "중국이 덤핑을 하게 되면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가 출렁이게 될 것이다. 우리경제와 기업이 체질을 바꾸지 않고선 안되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명대로 고언을 서슴지 않는 이 의원. 그가 쏟아내는 비판은 경제관료 출신, 경제학자출신으로서 후배들을 위한 애정어린 충고에서 나온다. 걱정을 대신해준다는 '걱정인형'처럼 말이다.

"다 잘 되라고, 잘 하라고 그러는 것 아니겠나. 지금이야 내가 챙겨본다 쳐도 나중엔 어떡하나. 지금 시스템을 탄탄하게 갖춰놔야 다음 정부 누가되든 결실을 맺을 것 아닌가. 이번 정부는 창조경제 뿌리를 내리는 것, 그것만 해도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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