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재신임' 카드 vs 안철수·천정배 회동…긴박한 野

[the300](종합)공천룰 혁신안 당무위 통과 뒤 文 정면돌파, 엇갈린 반응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정청래 최고위원이 굳은 얼굴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5.9.8/뉴스1

오전 10시 안철수-천정배 의원 회동.
오후 2시30분 문재인 대표 '재신임' 긴급 기자회견.
오후 3시 정세균 의원 입장발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9일 자신의 거취를 재신임 절차에 부치겠다고 밝히는 등 20대 총선 공천룰을 포함한 혁신안 논란이 고조됐다.

문재인 대표와 혁신위원회 활동에 대립각을 세운 안철수 전 대표가 야권 신당을 추진하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 전격 회동했다. 때마침 공천룰 혁신안이 당무위원회를 통과하는 것과 함께 문 대표 거취 논란이 확산됐다.

이에 문 대표는 최고위원들도 예상 못한 재신임 카드를 꺼내면서 승부수를 던졌다. 각 세력별로 대응을 논의하는 등 야당 내홍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문재인 "재신임 받으면 재창당에 가까운 '뉴파티' 비전 제시"

문재인 대표는 이날 오급 기자회견을 열어 혁신안이 통과되지 않거나 재신임에 실패하면 당대표에서 즉시 사퇴할 것이고 반대로 재신임을 받는다면 논란을 끝내자고 배수진을 쳤다.

문 대표는 "만약 혁신안이 끝까지 통과되지 못하면 저는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약속했다. 또 "혁신위(혁신안) 처리를 마치는 시기에 저를 뽑아준 당원에게 저의 재신임을 물어 재신임 받지 못하면 즉시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이 경우 "저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더 늦기 전에 총선 승리를 위해 다른 선택의 기회를 가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혁신안이 가결되고 (제가) 재신임 받는다면 혁신위나 제 거취를 둘러싼 논의를 끝냅시다"라고 제안했다. 그는 "당원과 국민과 재신임으로 저에게 혁신과 단결을 대원칙을 명령해주시면 저는 모든 것을 던질 각오로 그 명령을 받들겠다"며 "총선 승리와 총력 체계, 재창당에 가까운 뉴파티(new party) 비전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견은 문 대표의 정면승부다. 문 대표는 20대 총선 공천룰을 포함한 혁신안을 이날 당무위원회에 올려 통과시킬 예정이었다. 이를 고려해 지난 8일 오후에 직접 회견문을 다듬었다고 한다. 그러나 최고위원들에게는 미리 알리지 않았다.

때마침 비주류의 공세가 부쩍 강화되면서 문 대표 위기감을 더욱 자극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날 오전 안철수 전 대표와 천정배 의원이 의원회관 안 의원 사무실에서 만났다. 비록 안 전 대표가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서 천 의원의 역할이 있다.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함께 해야한다"고 말하고 천 의원은 "새정치연합이 가망이 없다고 본다"고 했지만 문제의식은 같이 했다. 두 사람은 현재 새정치연합 혁신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 데 공감했다. 천 의원은 새로운 판을 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와 당권을 놓고 경쟁했던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공천단 비중을 높이는 혁신위의 공천 혁신안을 비판했다. 비주류인 문병호 의원도 아침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체 야권이 통합되기 위해서는 문 대표께서 사퇴하시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그런 의견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문 대표와 같은 시각 정세균 상임고문은 "문재인 대표 등 지도부가 살신성인의 자세로 대결단을 해줄 것을 호소한다"며 무소속 천정배 의원, 정동영 전 의원을 포함해 '2017년 정권교체를 위한 연석회의'를 제안했다. 사실상 문 대표의 2선 후퇴를 요구한 걸로 풀이됐다.

문 대표는 다만 정세균 고문의 연석회의 제안엔 "특별히 사전 의논을 한 건 없지만 100% 공감한다. 생각하는 해법이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기택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에 참여하며 동료 의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5.9.8/뉴스1

◇박지원 "충정"…정세균, 연석회의 제안 사실상 용퇴론 제기

이처럼 고조되는 압박에 문 대표가 정면돌파를 선택하면서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불허다. 일단 당내 반응은 엇갈렸다. 이 때문에 비주류가 단일한 목소리를 내긴 어렵다고 전망할 수 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회동을 갖고 "당 대표의 재신임 문제는 최고위원과 사전에 협의해 발표됐어야 할 문제"라며 "이해가 되지 않고 아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혁신안 추진에 대해 문 대표가 밀어붙이기 식으로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한길 의원과 가까운 정성호 민생본부장은 문 대표 재신임 요구에 "중앙위 다 구성해놓고 자신 있다는 것 아닌가"라며 "정말 재신임 물으려면 전당대회를 해야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탈당을 시사한 박주선 의원은 광주의 한 행사장에서 "지금 재신임을 묻는 것은' 친노계파여, 다시 뭉쳐라'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반면 박지원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재신임 발표는)당을 위기에서 구하겠다는 문 대표의 충정으로 이해한다"고 썼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언젠가 한 번은 정면돌파 해야할 일"이라며 "(문 대표가) 아무 계획 없으면 계속 (사퇴론에) 부딪힐 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오전에 안철수 전 대표를 만난 천정배 의원은 오후 경희대의 초청으로 특강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문 대표 재신임 등 정치현안에 대해 언급할지 주목된다.

◇文 "포용도 기강이 전제돼야" 정면돌파

문 대표는 당 내부의 혁신안 비판, 당 밖의 신당 창당론 모두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른바 '문재인 흔들기'가 계속되면 추석 연휴를 거치며 야당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당 지지기반 급속히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읽힌다.

문 대표는 회견에서 "공공연히 당을 흔들고 당을 깨려는 시도가 금도를 넘었다"며 "신당·분당을 함부로 얘기하는 분들조차 단결의 틀 안에서 끌어안으려 노력했지만 개인의 정치적 입지나 계산 때문에, 또는 계파의 이해관계 때문에 끊임없이 탈당과 분당, 신당 얘기를 하면서 당을 흔드는 것은 심각한 해당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상황을 더 방치하면 당은 정상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며 "인내와 포용도, 최소한의 기강이 전제될 때 단결의 원천이 된다"고 말했다.

혁신안에 대한 부정적 평가에도 "혁신위가 내놓은 혁신안은 최선은 아닐 수 있지만 그게 시작이고 나머지는 우리의 몫"이라며 "저의 거취가 어떻게 되든 혁신만큼은 다 함께 힘을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 대표 재신임 방법은 전당원 대상 자동응답전화(ARS) 조사가 유력하다. 새정치연합은 김한길 대표 시절 기초선거 정당 무공천에 합의하며 안철수 의원 측과 통합했지만 기초공천이 필요하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이에 전당원 조사를 통해 정당공천을 유지하기로 최종 결정한 바 있다. 문 대표도 "기초선거 정당공천 결정을 할 때와 같은 방법"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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