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아파트 관리소장에 대한 기억

[the300]

 
진상현 사진
우리가 사는 아파트의 관리 실무를 책임진 관리사무소장은 스트레스가 많은 자리다. 주민들의 온갖 불만과 민원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사권을 가진 입주자대표자회의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집 누수 문제로 만났던 두 명의 관리소장도 그래 보였다. 주민들의 민원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보단 논란이 적은 쪽으로, 관리소의 책임이 적은 쪽으로만 문제를 풀려고 했다. 당장 피해를 보고 있는 주민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이었다.

그러나 한 발 떨어져서 보면 이해를 못할 바도 아니었다. 관리소장으로선 관리소가 책임을 지고 해결하는 쪽을 택했다가 인사권자로부터 무슨 면박을 받을지 모를 일이다.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동주택관리법안' 제정안에 눈길이 갔던 것은 이런 기억 때문이다. 이 법안에는 입주자대표자회의의 부당한 지시가 있을 때 관리사무소장의 대응력을 높이는 내용이 포함됐다. 해당 조항을 보면 관리사무소장은 입주자대표회의가 부당하게 간섭할 경우 이를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사실조사를 의뢰하고 시장·군수·구청장은 '즉시' 조사해 조치 결과를 관리사무소장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또 '사실조사 의뢰를 했다는 이유로 입주자대표회의가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을 해임하거나 해임하도록 주택관리업자에게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시행 시점은 공포 1년 후다. 
이 법안 하나로 입주자대표자회의와 관리사무소장의 갑을 관계가 완전히 바뀔 순 없겠지만 아파트관리소가 아파트 주민들에게 좀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법 외에도 지난 24일 본회의를 통과한 40여개 법안들 중에는 우리 실생활에 영향을 미칠 법안들이 많았다. 주차장법 개정안은 주차타워 같은 기계식주차장에 의무적으로 주차관리인을 두도록 했다. 낯선 기계식 주차장의 사용법을 몰라 불안해했던 기억이 있는 사람들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건설기계관리법' 개정안은 지방자치단체가 건설기계 공영주기장을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도심 가까운 부지에 주기장 건설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돼 도심 내 무단으로 주차된 대형 건설기계들이 상당수 사라질 전망이다.
이렇 듯 국회에서 제정되고 개정되는 법안들은 우리의 일상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우리의 안전을 높여주고, 때로는 생활의 편의를 제공해주는가 하면, 산업 발전의 기틀을 쌓아 우리의 '미래 먹거리'를 풍성하게 만들기도 한다.

문제는 정치인들이나 언론들이 '정쟁'에만 관심이 있지 정작 국민들의 삶을 바꾸는 이런 법안들에 관심이 적다는 점이다. 지난 몇달간 정치권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유승민 파동'과 관련한 기사를 쏟아내는 동안 이런 법안들이 어떻게 논의가 되고 있는지는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그런 사이 우리 삶은 직접적인 이득을 노리는 소수의 누군가에 의해 규정되고 만다.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법안들에 관심을 갖는 일, 그것이 정치를 바꾸고 우리 삶을 스스로 지키는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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