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예산소위에서는 소방방재청 예산안이 단연 화제였다. 위원회는 소방장비 구입과 교체를 위한 예산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하고 무려 1221억2400만원을 증액했다.

그럼에도 각 부처가 기재부가 삭감한 예산을 상임위별 예산안 심사에서 다시 반영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그래야만 예결특위에서 심사대상으로 올라가 논의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상임위 의원들도 예결특위에서 해당 예산이 삭감될 것을 알면서도 부처예산을 늘려준다. "상임위 의원들이 예산을 반영해 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기록을 남기기 위한 것"이라고 한 의원실 관계자는 말했다. 생색도 낼 수 있고,  혹시라도 나중에 예산 책정 관련 문제가 제기될 경우 책임 소재를 예결특위와 기재부로 떠넘기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모 의원은  예결소위에서 "나중에 문제가 생길 경우 예결특위가 책임지라고 해" 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예결특위 위원만 50명, 너도나도 '한 숟가락'

국회법상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의원은 50명. 국회의원 6명중 1명 꼴이다. 전문분야보다는 지역별·상임위별 배려에 따라 의원들을 포함시키려다 보니 이처럼 숫자가 많을 수 밖에 없다

국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을 좌우하는 예산심사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이같은 나눠먹기관행부터 고쳐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12일 국회에 따르면 예결특위는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오는 30일까지 예산안 심의를 마쳐야 한다. 그간 해를 넘겨 예산안을 처리하는 구태를 벗기 위해 예산안 자동부의제를 도입했기 때문. 30일까지 예산안 심의를 마치지 못하면 이튿날인 12월 1일 정부의 예산안이 자동으로 부의된다.

◇1년 단위 재구성, 50명 제각각 목소리…예산심사 전문성은 '안드로메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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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결특위는 상시적으로 운영되는 다른 상임위와 달리 예산 시즌에 한시적으로 운용된다. 300명의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예산 확보 등을 위해 대부분 예결위원을 희망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역과 선수, 계파 등을 모두 안배해 예결특위를 구성한다. 예결특위는 상대적으로 비인기 상임위에 배정된 의원들을 배려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사실상 예산에 대한 전문성은 후순위다. 게다가 예결특위는 1년 단위로 재구성된다. 국민의 세금을 적재적소에 투입하기 위해 나서야할 국회 예결특위가 의원들끼리 안배를 통해 예산 나눠먹기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예결특위 전체회의의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도 의원 가운데 상당수가 예산과 관련 없는 사안에 대해 질의했다. 야당 의원들은 △청와대 헬스장비 및 트레이너 △자원외교 △무상급식 및 누리과정 등에 대한 공세에 나섰다. 여당 역시 특별한 예산 관련 내용보다는 야당 측 공세에 대한 방어 논리 및 지역구 현안 예산 챙기기에 몰두했다.

특히 50명에 달하는 의원들이 매일같이 질의를 하면서 1인당 질의시간은 답변을 포함해 7~8분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한 달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총 376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심도있게 분석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50명에 달하는 의원들이 제각각 목소리를 내면서 이를 하나로 모으는 것 역시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말뿐인 예결위 상설화, 예산안조정소위·밀실협상에 '쪽지예산' 고개들어

예산안의 주요 쟁점은 11명의 의원으로 구성된 예산안조정소위에서 담당한다. 하지만 이 역시 지역과 계파, 선수 등을 고려해 의원을 배치한다. 이들 역시 예산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 보다는 감액 및 증액 수치 맞추기, 지역예산 확보 등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

이마저도 합의가 쉽지 않아 결국 막바지 여야 예결특위 간사와 기획재정부 예산담당자가 여의도 모처에서 밀실 협상으로 마무리한다. 예산안조정소위와 밀실협상에서 '쪽지예산'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매년 예결특위를 다른 상임위처럼 상설화하고, 구성원 수를 일반 상임위 수준으로 줄이는 해결책이 제시되지만 우선 순위에 밀리고 예결특위 나눠먹기를 위한 쟁점에 가려 실현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역 안배로 예산안조정소위에 포함된 모 의원은 얼마전 이웃한 같은 당 지역구 의원들이 오찬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 참여한 의원은 "예산시즌인 만큼 당연히 지역예산 확보를 위한 논의 역시 이뤄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예산안조정소위에서 활동한 한 의원은 "안배를 통해 소위에 들어온 만큼 동료 의원들의 예산 민원을 모른 척하기는 어렵다"며 "감액과 증액 과정에서 정부 및 소위 의원들과 상호 이해에 부합하는 타협을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현장+]상임위 예산 심사, 쫓겨나는 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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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정무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 위원장(왼쪽)과 위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예산심사소위 회의에서 예산을 심사하고 있다. 2014.11.1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1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예결 소위) 현장.

회의장에 취재기자가 들어와 있는데 대해 일부 의원이 문제를 제기했다. 소위원장인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오늘은 어차피 크게 문제있는 예산도 아니니까"라며 배석을 문제삼지 않았다. 하지만 잠시 후 정회 시간에 김을동 새누리당 의원은 "지금까지 한번도 없던 일을 하는 것 아니냐"며 위원장의 태도에 이의를 제기했다.

결국 현장에 있던 머니투데이 더300(the300) 기자는 "잠시 나가 계시라"는 말에 회의장을 나와야 했다.

내년 예산안 심사가 한창인 국회 곳곳에서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 기자와 국회의원들 및 국회직원들과 이런  '밀고 당기기'가 벌어지곤 한다.

국민 호주머니와 직결되는 예산안 논의과정을, 각 상임위원회별 예산결산 기금 심사소위원회에서부터 정확히 전달하고자 하는 '현장취재'는 생각보다 순탄치 않았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관행'이라는 이유로 회의장 문을 닫고 기자를 '내쫓는' 상임위원회가 적지 않다.

환경노동위와 교육문화체육관광위, 법제사법위, 산업통자원위원회 예결소위는 비공개로 예산안을 심사한 대표적인 상임위였다.

환노위의 경우 행정실 관계자가 1차적으로 기자의 출입을 막았고, 이어 예결소위 위원들의 결정에 따라 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됐다. 교문위 예결소위는 "원활한 회의를 위해 비공개로 진행하고, 비공개 결정은 위원장의 재량"이라며 자리에 앉아 있던 기자를 돌려세웠다.

법제사법위 예결소위원장인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회의를 공개하면) 자유롭게 이야기 못한다"며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정수성 산업통상자원위 예결소위원장(새누리당)은 "지금까지 예결소위에 기자가 출입한 적이 없다"며 "상임위마다 출입 여부를 파악해 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비공개가 원칙"이라는 말은 옳지 않다.

2000년 2월16일 만들어진 국회법 제57조 5항은 "소위원회 회의는 공개한다. 다만, 소위원회의 의결로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시 15대 국회 본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284명이 함께 발의해 상정된 국회법 개정안의 공동발의자 신영국 전 한나라당 의원은 "국회 활동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소위원회 회의는 원칙적으로 공개하고 회의록 작성을 의무화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필요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될 수 있지만 회의 공개가 대원칙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회의를 공개하고서도 얼마든지 원활한 심사를 진행한 상임위들이 많았다. 

기획재정위와 보건복지위,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안전행정위 등이 대표적이다. 

해당 상임위의 예결소위는 기자의 출입을 제한하지 않았고, 소속 위원들도 기자의 방청에 우려를 표하지 않았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와 국토교통위는 초기에 출입을 제한하기도 했지만, 방청 의사를 밝히자 참관을 허용했다.

회의 비공개를 택한 소위원회는 국회법 55조를 근거로 들기도 한다. 소위원회에 대해 규정한 57조 7항은 따로 규정하지 않는 한 '위원회의 방청'에 대해 규정한 55조를 따르도록 밝히고 있다. 55조는 "의원이 아닌 자는 위원장의 허가를 받아 방청할 수 있고, 위원장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할 때 방청인의 퇴장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질서가 유지되지 않거나, 혹은 비공개가 불가피한 의제가 논의되는 경우가 아닌데도 예결소위의 방청을 막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누구보다 앞서 보장해야 할 '국민의 대표'들로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국회법에 따라 회의를 공개한다는 것은 내용을 공개한다는 것이지, 과정을 공개하는 것은 아니다"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예산안 심사가 모두 끝난뒤 공개되는 회의록은 유권자이자 납세자들에게는 이미 '죽은 정보'일 뿐이다.

'비공개'를 주장한 한 의원실 관계자는 "예산은 일종의 정치적 협상의 산물"이라며 "실시간 회의 공개는 협상의 여지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회의록도 안 남기는 예산증액 '쪽방 심사'…올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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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년 새해 첫날인 1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대구지하철사업 예산 편법증액 문제를 지적하며 정홍원 국무총리의 예산안 통과 인사말을 막아서고 있다. 2014.1.1/뉴스1

국회에서 예산안 심사가 한참이지만 진짜 ‘예산전쟁’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이후 '예산안 등 조정소위원회'가 열려야 시작된다.

2주간 진행되는 소위에서 정부는 내년 국정운영을 위한 예산을, 국회의원은 연말연시 지역에 들고 갈 선물보따리를 챙겨야 한다.

이른바 ‘쪽지 예산’ '문자 예산' '카톡예산'이 위력을 발휘하는 때이다.  쪽지 예산이 가능한 것은 국회의원들과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데다 심사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 회의가 아니라 회의록이 없다.

# 위원님들 고견 잘 들었습니다. 보다 효율적인 증액 심사를 위해서 증액 심사의 방향과 내용에 대해서는 양당 간사와 위원장인 저에게 위임하시는 것으로 해도 되겠습니까?
(예 하는 위원 있음) 그러면 정회를 선포합니다.(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결소위원장 이군현)

작년 12월 22일 예산결산특별소위는 올해 예산안의 감액심사를 마치면서 증액심사에 대해서는 양당간사와 위원장에게 위임했다. 한동안 공식 '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다음 회의는 작년 마지막 날에 증액심사가 끝난 예산안 의결을 위한 자리였다.

8일간의 증액심사 과정은 국회 어디에도 회의록으로 남겨져 있지 않다. 국회에 따르면 위원회가 공식적으로 회의를 개최하지 않으면 회의록을 작성할 의무가 없다. 공식적인 회의가 아니기 때문에 공개여부도 문제삼지 않는다. 결국 증액심사 과정은 '그들'만 아는 이야기가 돼 버린 것이다.

위원장과 양당 간사간의 협의에 의해 '밀실'로 옮겨지는 증액심사는 통상 국회가 있는 여의도 인근 호텔방에서 이뤄져 왔다. 그나마 작년에는 호텔이 아니라 국회내 회의실을 사용했다. 

위원회의 의사일정을 정하는 것과 같은 ‘협의’형태가, 예산안 심사 등 중요한 사항을 결정하는 ‘회의’를 대체하는 것이 회의 공개의 원칙과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적절한지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논란이 돼 왔다.

◇ 진실은 '여야정의 주고받기' 공개 두려워해

헌법 57조에 국회는 정부의 동의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예산을 증액하거나 새 비목을 만들 수 없게 돼 있다. 예산 삭감은 국회의 재량이지만 증액의 경우는 정부가 반대하면 불가능한 것이다. 

정부의 동의없이 국회가 마음대로 예산증액을 할 수 있게 되면 여야 합의로 불필요한 선심성 예산 등이 무분별하게 책정될 수도 있기 때문에 생긴 조항이다.

국회에서 감액만 가능하고 증액은 할 수 없는 '예산심의권'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따라서 예산이 막판에 증액되기 위해서는 여야와 정부간에 주고받기식 '협상'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외부로 드러나서는 곤란한 은밀한 이야기들이 오가기 때문에 여야정 모두 협상과정을 공개하기 꺼려한다.

결국 이런 입장들이 맞아 떨어져 공식회의를 소집하지 않고 위원회에서 소위원장과 여야간사에게 ‘일임’하는 방식으로 법적 문제도 해결하고 서로가 필요한 것을 얻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는 국가안위와 관련되지 않은 사안에 있어서 모든 논의과정을 공개해야 할 의무가 있다 . 특히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과 직결되는 예산문제는 더욱 그럴수 밖에 없다.

예결특위 여야 간사를  맡은 이학재 새누리당 의원과,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예산 심사를 앞둔 지난달말, 올해는 절대 '쪽지예산'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증액심사가 어떻게 이뤄지느냐가 불합리한 예산 심사 관행 개선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