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제정안, 이른바 '김영란법'이 국민적인 관심사가 된 것은 무엇보다 법이 규제하는 대상이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적용대상이 되는 공직자와 그 가족을 포함하면 1500만명에서 최대 20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돼 일반 국민들의 생활에까지 불편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8일 국회 등에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인 공직자는 원안으로 불리는 입법예고안과 실제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국민권익위원회 제출안)을 기준으로 △헌법기관(2만5333명) △국가공무원(82만2496명) △지방공무원(35만638명) △공직유관단체(35만명, 추정치) 등 총 154만8467명 정도다. 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국공립어린이집(2만6750명) △사립학교(17만6021명) △사립학교 유치원(3만5129명) △사립학교 어린이집(27만4969명)△언론사(9만72명) 등을 추가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이를 모두 포함하면서 대상 공직자는 215만1408명으로 늘어난다.
법안을 논의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장이자 여당 간사인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을 포함시키는데는 반대하지만 사립학교 교직원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를 기준으로 언론인을 제외하더라도 대상 공직자는 200만명이 넘는다.
이 법은 또한 공직자 본인 뿐 아니라 공직자의 가족에 대한 규제도 포함하고 있다. 규제 내용은 △공직자 가족의 금품 등 수수금지(제8조) △사적 이해관계 직무수행 금지(제11조) △가족채용 제한(제15조) △계약 체결 제한(제16조) △직무관련자와 거래제한(제14조) 등이다. 가족의 개념은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생계를 같이하는 경우) 직계 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 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로 규정한 민법 제 779조를 대부분 따르고 있다. 입법예고안은 모든 항목에 이 개념을 적용하고 정부안도 직무관련자와 거래제한 항목에만 가족 중 배우자,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존비속이라는 더 좁은 범위를 적용하고 나머지는 모두 민법 779조의 개념을 쓴다.
민법 개념의 가족수는 평균 10명, 거래 제한 규제에 적용되는 좁은 의미의 가족수는 평균 3명 정도로 본다. 결국 대부분의 가족 관련 규제에 민법상의 가족 개념이 적용되므로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는 대상은 공직자와 그 가족을 포함할 경우 최대 2000만명이 넘는다는 얘기다.
규제 대상이 이렇게 넓다 보니 우려가 적잖다. 박근혜 대통령도 최근 대상 범위를 좁힐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3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상을 너무 광범위하게 한다면, 예를 들어 국민의 3분의 1이나 포함될 정도로 담는다면 현실성이 떨어지고 대상자들의 반발로 오히려 실현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우선 김영란법은 정치권과 고위층부터 대상으로 해서 모범을 보이는 것이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영란법을 발의한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가족이 개인적인 사회 경제적 이유로 받는 것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법에 나와 있다"며 범위를 좁히는데 반대 의견을 피력하면서 다시 원안 처리 쪽이 부상하는 양상이다.
김용태 의원은 "박 대통령께서 얘기하신 대상자를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가족 범위를 조정하자는 것은 빨리 법안을 처리해달라는 당부로 이해한다"면서 "원안이 위헌 소지가 없으면 원안 처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는 10일 공청회 등 국회 논의 결과에 따라 실제로 2000만명 이상의 국민이 김영란법의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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