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에서 여야의 주거 공약은 ‘온도차’가 명확하다.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대선 공약 계승’으로 방향을 잡은 반면,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서민 중심 주거 안정’을 통해 민심을 잡겠다는 각오다.

새누리당의 6·4 지방선거 주거분야 핵심공약은 ‘97만가구에 주거급여(주택바우처) 월 11만원 지원’과 ‘임대주택 64만가구 2017년까지 공급’으로 정리된다. 현행 8만원의 주거급여를 3만원 인상해 하위 저소득 세입자 85만가구에 매달 11만원씩 지급하고 12만가구에 수선유지비를 보조하는 것과,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공공임대주택 50만가구와 행복주택 14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새정치연합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임대 연 10만가구 공급에 2만가구를 더 추가해 ‘4년간 48만가구 공급’을 내세웠다. 정부 2017년까지 공급 계획 중인 50만가구에 10%를 더 늘리고 나머지 연 1만가구는 분양형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안 복사판인 與 , 서울시 모델 베낀 野

새누리당의 주거 공약은 이미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과 거의 차이가 없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2월 저소득층에 임대료 지원 내용을 담은 ‘2014 달라지는 국토교통정책’을 살펴보면 새누리당의 주거급여 상향과 지급대상 확대 내용이 고스란히 나온다. 공공임대 50만가구도 국토부 업무보고에서 구체화된 얘기다.

새누리당이 주거분야 차별화 공약으로 삼고 있는 청년 및 대학생 주거부담 완화 대책도 익숙한 내용이다. △행복주택 조기공급 △대학생 전세임대 공급 △행복 기숙사 등과 2030 세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특례 적용 시한 연장 등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도로 추진되고 있다. 다만 연 3000명 규모의 대학생 전세 입주대상자를 5000명으로 늘리는 방안이 새롭게 포함됐다.

이승호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은 “새 정부가 들어서고 1년밖에 지나지 않아 새로운 주거 정책을 지방공약으로 내놓기 보다는 정부 공약을 약속한 대로 차질없이 진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예산 사정에 따라 사업이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당 차원에서 다방면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국토부의 공공임대 추진 계획을 가져다 썼다면 새정치연합은 서울시의 주거정책을 상당부분 차용했다. 매입임대주택 확대나 주거 취약계층 맞춤주거 방식이 대표적이다. 노숙자 등 단신거주자나 청년, 고령자 등 거주자 특성에 맞게 설계된 주거방식은 서울시에서 공급하고 있는 ‘도전숙’이나 ‘예술인 주택’, ‘의료안심주택’ 등과 닮았다.

새정치연합의 주거 공약 중 전월세 주택 공급 촉진책 중 하나인 ‘대형아파트 세대분할’은 눈길을 끈다. 대형아파트를 세대분할하면 공사비용 일부를 지원해주는 방안이다. 가격하락과 미분양 적체를 주도하고 있는 수도권의 약 280만 대형아파트를 활용해 전월세 공급량을 늘이겠다는 계산이다.

김우철 새정치연합 전문위원은 “우리 당의 주거 정책은 무주택 세입자 등 주거취약계층에 알맞은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고 임대사업자를 양성화시켜 전세난을 해결하자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원은 정부 호주머니서…실현 가능성도 문제

새누리당은 이번 지방선거 중앙공약에 들어갈 재원규모를 5조5000억원으로 책정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주거분야에 대한 재원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았다. 청년과 대학생만을 대상으로 한 행복주택과 전세임대주택 공급 소요금액을 2360억원으로 예상했을 뿐이다.

특히 주거급여 등 정부 중기재정계획에 들어간 비용은 이번 재원규모에서 제외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약 소요 재원 27조1000억원의 5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이유다.

구득환 새누리당 정책국장은 “주거 분야만을 구분해 별도의 소요 재정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주거 공약 대부분을 정부 재원 내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연간 재정증가율에 따른 지출증가분을 활용해 전체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새정치연합의 공약과 재원계획도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명확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공약 이행에 드는 막대한 재원과 집권여당조차 이행하기 어려운 공약들이 산적해서다.

임대주택 공급확대 방안에 포함된 임대주택 등록제나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은 ‘시장왜곡’과 ‘재산권 침해’, ‘임대료 인상’ 등을 이유로 그동안 새누리당이 거부해 온 제도다.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질 수 없는 내용들을 지방선거에서의 승리를 담보로 이행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남는 대목이다.

재원 마련도 불투명하다. 새정치연합은 모든 공약에 대한 재원을 법인세 2~3% 인상과 정부 자산의 효율적 관리로 풀어내겠다는 입장이지만 재계의 반발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낼지 구체적 대안이 없는 상태다.

김영길 새정치연합 정책실장은 “임대차보호법은 시행령에 규정을 두고도 국토부가 피하고 있고, 계약갱신청구권은 과거 1년에서 2년으로 늘렸어도 혼란이 없었다”며 “대기업과 가진자들을 대변하는 정부 여당의 철학에 맞선 우리 당의 집권 플랜으로 해석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