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혁신, 안해도 혁신되게..文대통령 의지, 문제는 실행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규제혁신 토론회가 열린 청와대 충무실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18.01.22. amin2@newsis.com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 부문에서 유독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실행'이다. 국민 손에 잡히는 정책결과물이 나와야 하고, 그것도 차일피일 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청와대 내 공감대가 그렇다. 박근혜정부 '창조경제'가 개념정리하느라 시간을 보내고 실제 성과도 적었다는 인식이 강하다.

문 대통령은 22일 새해들어 처음 청와대, 정부, 국회, 민간이 함께 한 규제혁신토론회에서도 속도와 실행을 주목했다. 아울러 정부가 규제를 개혁할 뿐 아니라 규제를 아예 하지 않는 일을 통해서도 민간의 혁신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규제혁신, 내 삶을 바꾸는 힘'이란 이름으로 진행한 토론회 모두발언에서 "스마트시티, 자율주행차, 드론 로봇 핀테크 등 혁신성장 이끌 선도산업들을 정해 놓고도 낡은 규제와 관행 때문에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혁신성장은 그야말로 구호로만 그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선박에 LNG연료를 공급하는 사업은 현행 정부규정에 없는 일이다. '선박급유업'으로 명명, 석유가 아닌 연료는 개념에 안 잡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것을 '선박연료공급업'으로 고치기로 했다. 이러면 LNG 전기 하이브리드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에 대한 연료공급사업이 제도권 영역으로 인정된다. 쇄빙LNG운반선 개발엔 세계적 강국이면서, 선박 LNG연료 공급업은 정부 리스트에 없었던 모순을 극복하는 셈이다.

기존에 없는 유연한 분류체계도 선보인다. 자동차분류는 제한적으로 열거돼 초소형 전기차처럼 기존 어느 분류에도 속하지 않는 신개발 자동차는 제도적으로 시장진입이 어려웠다. 정부는 '혁신카테고리'를 두는 식으로 이 문제를 해소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도 "예를 들면 전기자동차를 육성하자면서 1-2인승 초소형전기차를 한동안 출시하지 못한 사례가 있다"며 "기존 자동차 분류체계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출시를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3륜 전기자동차 같은 새로운 자동차 출시가 제한된 것도 "규제가 혁신의 걸림돌이 되는 사례"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협동작업장 안에 사람이 있으면 로봇은 반드시 정지상태에 있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사람과 로봇이 공동작업을 할 수가 없다"며 "안전기준에 부합하는 경우 공동작업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협동로봇산업이 발전하고 스마트 공장도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공무원이 혁신을 돕기 위해 적극적으로 법령을 해석하는 등 '적극 행정'에 대해 "사후에 감사나 결과책임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장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적극적인 행정으로 (성과를) 창출하는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파격적으로 보상하는 등 적극 장려하는 방안도 강구해 달라"고 말했다.

이런 사례들이 정부가 무언가를 해서 혁신을 돕는 방향이라면, 뭘 하지 않아야 혁신을 촉진하는 면도 있다. 신산업에 일정기간 규제를 가하지 않는 규제 샌드박스가 그렇다. 문 대통령은 "신제품과 신기술은 시장출시를 우선허용하고, 필요시 사후 규제하는 방식으로 규제체계를 전면적으로 전환해보자"며 "더 나아가 기존 법령에서 규제하고 있더라도 시장에서 상품화가 가능한지 최소한 시범사업이라도 하는 것도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샌드박스(모래상자)는 본래 '모래놀이를 할 수 있게 막아놓은 공간'이다. 이 때문에 '외부환경 영향을 받지 않고 소프트웨어를 구동하는 테스트 환경'이란 IT 용어로도 쓰인다. 규제 샌드박스란 이처럼 규제 영향 없이 신산업을 펼치게 한다는 뜻이다.

비슷한 회의를 거듭하는 것보다 실제 현장서 혁신이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문 대통령이 밝힌 혁신 방향은 지난해 10월 4차산업혁명위원회 회의, 11월 당정청 혁신성장 전략회의에서도 이미 선보인 것이다.

문 대통령도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역대 정부에서 많은 규제를 혁신했지만 새로운 규제가 생겨나고 동시에 많은 신산업 신기술 많이 규제에 가로막혀 국민들은 그 성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새 정부의 규제혁신은 그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신산업 분야 규제혁신 방안을 보고했다. 이어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초연결지능화 혁신,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핀테크를 통한 금융혁신,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에너지혁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자율주행차 드론 스마트시티 산업 등에 대해 각각 발표하고 토론이 이어졌다. 빅데이터 활용방안, 지역특구에 대한 규제특례 등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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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22일 규제혁신토론, "국민이 체감못하는 한계 뛰어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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