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없는 '즉석 정권' 초대 비서실장 어깨 무겁다

[the300]['대통령의 그림자' 비서실장 ①]인수위 없는 '즉석 정권'…첫날 대통령 옆엔 누가?

해당 기사는 2017-03-20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런치리포트 매거진 보기

"# 2017년 5월10일 오전 6시. 밤새 한숨도 못 잤다. 대선 승리의 기쁨은 느끼지도 못했다. 오늘부터 맡게 될 중책 때문이다. 오늘 새벽 2시 당선이 확정된 직후 새 대통령은 내게 비서실장을 맡아 달라고 했다. 선거 전부터 교감은 있었지만 내정되고 나니 부담감이 밀려왔다. ‘언제부터’ 움직여야 할지부터 막막했다. 대통령은 당선 연설을 했지만 임기 개시 시점부터 미지수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당선인 의결한 오전 10시30분, 비로소 대통령 임기가 시작됐다. 대략의 일정을 짜놓긴 했었다. 이른 아침 국립현충원 참배 후 대기하다 시간에 맞춰 청와대로 들어갔다. 동반자는 직전에 인사 발표된 나 뿐이었다."

 

대선 다음날 새 대통령 비서실장 입장의 시각이다.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눈과 귀인 동시에 손과 발이다. '대통령 비서실 직제'에 따르면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명을 받아 비서실 소속 공무원들을 지휘·감독하는 자리다. 한마디로 대통령 참모들의 수장인 셈이다. 하지만 영향력은 ‘참모들’에 국한되지 않는다. 권력은 거리에서 나온다는 게 빈말이 아니다. 대통령 권한의 핵심인 인사권이 비서실장을 통해 행사된다. 청와대 인사위원회의 위원장이 바로 비서실장이다.

 

특히 차기 정부처럼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하는 정권에선 초대 비서실장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헌법은 대통령 임기 만료 40∼70일 전에 차기 대통령을 뽑도록 하고 있다. 그동안엔 통상 60여일 전 차기 대통령이 선출됐다. 그러나 차기 대통령은 인수위 없이 곧장 취임해야 한다. 1987년 개헌 이후 인수위 없이 출범하는 정권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수위의 역할은 인사, 조직개편, 그리고 국정과제 정리 등 크게 세 가지다. 하지만 이번엔 인수위란 주체도, 인수위 기간이란 시간도 없다. 인수위에서 두달 간 하던 일을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달 만에 해치워야 한다.

 

온전히 초대 비서실장이 떠안을 몫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첫 총리 지명’보다 ‘첫 비서실장 임명’이다. 총리 지명을 정치권, 국회와 협의할 핵심 주체도 비서실장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과도기인데다 청와대와 내각의 기본틀을 짜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초대 비서실장이 차기 정부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한 인사는 “‘인수위가 없다’ ‘취임후 곧바로 일을 해야 한다’고 말만 할 뿐 정작 현실에서 무엇이 핵심인지 모르고 있다”며 “새 정부가 출범하는 첫 날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얘기할 수 있는 인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차기 첫 비서실장은 과거 인수위원장이 했던 일에다가 과도기 총리 대행 역할까지 해야 한다. ‘비서실장+총리+인수위원장’의 1인 3역이 요구된다. 야당과 대화를 위한 ‘통합형’, 국정과제를 정리할 수 있는 ‘정책실무형’, 초기 정권을 안정시킬 ‘실세형’ 등 요구되는 스타일도 복합적이다.

 

빅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 교수는 “국정 전반에 능통하고 업무 인수인계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 내각을 통솔할 수 있는 스타일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초대 비서실장이었던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인수위에서 했던 국정과제 선별 작업을 차기 정부에선 초대 비서실장이 직접 해야 한다"며 "공약이 500개라면 이 가운데 50개 또는 100개만 뽑아 국정과제로 정리하는 게 국정운영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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