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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후 중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최순실 의혹 관련 대국민사과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뉴스1

외교부 당국자는 최근 일각에서 한중일 3국 정상회담 등 박 대통령의 정상외교에 대한 부정적 관측이 나오는 데 대해 31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언론에서 자의적으로 추측성 보도를 내보내고 있는데 한중일 정상회담은 아직 날짜가 정해진 것도 아니고 중국측이 확답을 준 것도 아니며 따라서 우리가 확답을 줄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실무진들은 한중일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진행될 것에 대비해 지난주에도 모여 의제를 협의했다"며 "11월 카자흐 대통령과의 회담 등 대통령의 향후 정상외교 일정에 어떤 변동사항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 당국자는 또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우리 공관에 들어온 공식 문의나 보고는 없다"고 강조했다. 외교부의 다른 당국자는 "'최순실 사태'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것이 외교에 미칠 영향에 말하기 조심스러운 입장"이라며 말을 아꼈다.

외교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올해 말 일본에서 열릴 예정인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포함해 박 대통령의 정상외교 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 일각에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중일 정상회담은 당초 일본이 순번에 따라 12월 초에 개최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었으며, 이 경우 박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일본 방문이 성사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아직 중국측이 회담 개최를 확정짓지 않은 가운데 '최순실 리스크'로 부담을 안게 됐다.

미국 역시 다음달 8일 대선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결정되면 한미 정상 간 외교·안보 이슈뿐 아니라 경제 등 대외관계의 새판을 짜야 하는 만큼 '박근혜 리더십'의 약화는 외교력의 약화로 우려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시종일관 유지해온 정부의 강력한 제재·압박 기조가 약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대화론' 등 국내 여러 이견에도 불구하고 선봉에서 대북 압박기조를 진두지휘해왔으나 국내적인 리더십이 흔들리면서 대외적인 '대북 압박 외교' 활동도 추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개성공단 폐쇄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한일 위안부 합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등 굵직한 외교안보 정책 결정과정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것도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인민일보는 지난 29일 "이번 사태로 사드의 미래를 짐작할 수 없게 됐다"며 "사드배치 결정이 박 대통령 자신의 결심에서 비롯되지 않았다는 의심이 확산된다면 실제 배치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대통령의 주력사업으로 알려진 코리아에이드(Korea-Aid) 사업과 새마을운동 ODA(공적개발원조) 사업에도 최순실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어 현재 국회에서 관련 예산이 삭감될 위기에 처했다. 이러한 의혹은 외교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대내적·대외적 외교 신뢰도에 악영향을 끼치는 상황이다.

이러한 와중에 북한은 선전매체와 관영매체를 동원해 연일 최순실 사태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남남갈등을 조장하는 한편 대북제재 균열을 노리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우방국은 아직 직접적인 우려를 드러내지 않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31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최순실씨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해 "일본엔 아무 영향이 없으리라고 생각한다"며 "한중일 정상회의에도 아무 영향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는 다음달 1일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가 서울에서 공식 회동을 갖고 북핵 문제를 협의키로 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국의 정치스캔들로 한국의 대외 이미지가 손실될 가능성이 있지만 대외 정책의 기조나 기존에 추진되던 대외정책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청와대 개편이 있었지만 외교안보라인은 유지가 됐고, 외교안보 분야는 워낙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라 어느 한 개인이 정책을 좌우할 정도로 시스템이 약하지 않다"며 "어느 나라 어느 시대나 국내 정치스캔들은 발생해왔기 때문에 일시적 스캔들로 단기적 임팩트를 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