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일표의 미래정치]이제는 '치공(治空)'의 리더십이다

[the300]

편집자주  |  미래가 정치를 이끌고, 정치가 미래를 만듭니다. 그렇다면 그건 어떤 미래이며, 어떤 정치일까요. 한국 정치와 대한민국 국회가 더 이상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고, 경쟁하는 장이 되길 바라며 연재합니다.
↑홍일표 더미래 사무처장
영국 국민들은 유럽연합(EU)을 떠날 것을 선택했다.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브렉시트(BREXIT)의 여파가 과연 어디까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 예상하기 힘들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가 발표된 직후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보수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올 10월 총리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캐머런 총리는 국민투표 진행 과정 동안 유럽연합 잔류를 호소했다. 하지만 브렉시트를 국민투표로 결정하겠다는 공약은 지난해 총선 당시 캐머런 총리가 내건 것이었다. 영국은 물론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정치적 도박'은 효과가 있었고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기에 총리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계산이나 호소와는 반대로 영국 국민들은 유럽연합으로부터의 '탈퇴'를 선택했다. 총리직을 유지하고자 했던 자신의 계획과 다르게 그는 결국 사퇴하게 됐다.  

한 나라를 이끄는 정치지도자의 비전과 역량의 중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람들이 느끼는 불만과 불안의 원인을 정확히 짚어내고 제대로 된 해법을 내놓는 것은 정치지도자라면 짊어져야 할 의무다. 고대 중국에서부터 제왕에게 '치산치수(治山治水)'의 능력과 업적을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늘의 뜻을 따르는 것을 가장 중하게 여겼지만 하늘의 뜻만 따를 수는 없었기에 산을 깎고 물길을 내야만 했다. 비단 농경사회에만 해당하는 지도자의 덕목은 아니다. 

그러나 '치산치수'의 리더십은 단지 땅이나 강을 개발하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사람들의 '삶'(의 불안)에 관한 구조적이고 근본적 처방을 위한 지도자의 역할, 국가의 일에 관한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정치지도자에게 뛰어난 혜안과 통찰을 기대하고, 정부의 올바른 결정과 실행을 요구한다. 최근 남경필 경기지사가 개헌문제와 더불어 국회와 청와대를 세종시로 옮기자고 제안했다. 남경필 지사가 중요한 정치적 화두를 던졌고 2017년 대선 의제를 선점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는 신선하지만 동시에 익숙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이 행정수도 이전이나 혁신도시 설립이라는 '광의의 치산치수' 정책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다른 '잠룡' 중 한 사람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던진 새로운 정치적 의제는 '보조타이어'나 '구원투수'라는 안지사 본인이 만든 전통적 정치담론에 묻혀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2일 충남도청에서 진행된 민선 6기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안희정 지사는 "초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석탄 화력의 전력 부담률을 낮추는 대신 클린 화력의 비중을 높이기 위한 요금인상을 우리가 부담할 것을 국민에 제안한다"고 했다. 또한 그는 "각종 오염을 가중시키고 있는 값싼 석탄 화력에 대한 전면적인 계획 재검토에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국가지도자가 방향을 정해주고 물꼬를 터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미세먼지 문제가 서울수도권 주민만이 아니라 전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음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런데 정부는 그동안 늘 중국 탓만 하다가 최근에는 경유차와 고등어를 탓하고 있다. 황당하기조차 한 정부대책에 대해 국민들은 불안만이 아니라 불만과 불신까지 겹쳐 폭발하기 직전이다. 감사원은 지난 달 "충남 지역 화력발전소가 수도권 미세먼지 발생에 최대 28%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발표했고, 미국 나사(NASA)조차 "충남지역의 정유시설과 화력발전소가 한반도 미세먼지의 사실상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결과를 내놨다. 

그간 서울수도권 주민들은 '충남 탓'이 아니라 '충남 덕'에 풍요롭게 전기를 사용해 왔다. 그로 인해 당진을 비롯한 충남 지역 주민들은 석탄 화력발전소가 뿜어내는 미세먼지와 새카만 탄가루에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국제적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와 충남환경운동연합은 충남지역 신규 석탄발전소 설립에 따라 연간 750명, 운행기간 40년을 기준으로 한다면 3만명의 조기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난 3월 발표했다. 

"자유로이 숨 쉴 수 있고, 마음껏 거닐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 욕구다. 따라서 '치산치수(治山治水)'를 넘어 '치공(治空)', 즉 공기와 하늘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정치지도자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마스크나 경유차, 고등어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수도권과 지방, 원자력발전과 석탄 화력발전, 신재생에너지, 나아가 동북아 국가 간 협력에 이르는 복잡한 고차방정식의 해법을 요구한다. 이 분야의 관료와 학계, 이익집단으로 구성된 '철의 카르텔'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 강고하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지도자의 비전과 역량, 그리고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 한 근본적이고 구조적 변화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치공(治空)의 리더십'은 특정한 정치지도자만의 몫이 아니라, 정치지도자들 사이의 경쟁과 협력을 함께 필요로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미 지난 2014년 베이징 시장과 '대기질 개선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또한 최근에는 시장 관용차량을 전기차로 교체하고 내년부터 다른 관용차도 전기차로 구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6월 26일에는 미세먼지 문제의 해결책을 시민들에게서 직접 구하는 해커톤 대회를 개최하기까지 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11월에는 박원순 안희정 남경필 원희룡 지사가 '지역에너지 전환 공동선언'을 발표하며 치공(治空)을 위한 협력을 약속하기도 했다.

아직은 시작 단계다. 안희정 지사도 본래 "석탄화력발전소 신규설립 전면 중단"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 졌으나 낮은 수위의 언급으로 그쳤다. 안지사가 야심차게 내놓았던 환황해권 미래 발전전략도 여전히 경제 중심이며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 등 환경 이슈는 부차적이다. 박원순 시장도 '걷는 도시, 서울'로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하지만 그것은 여전히 보행을 위한 물리적 조건이 중심이다. 서울역 고가도로나 광화문과 시청 일대의 대규모 지하 공간 개발과 다른 깨끗하고 맑은 서울에 대한 대책은 분명치 않다. 산을 오르고, 자전거를 타며, 거리를 거니는 모두에게 그리고 어린 아이와 학생, 주부와 출근길 직장인, 호흡기 약한 노인들 모두에게 공통된 관심사는 사실 '길'이 아니라 '숨'인데도 말이다. 

'치공(治空)의 리더십'은 다가올 미래의 과제가 아니라 브렉시트만큼이나 절실한 현재의 숙제가 이미 됐다. 어느 누구도 제대로 숨 쉬지 못한 채 잘 살 수는 없다.


관련기사

 
  • 법안
  • 팩트체크
  • 데스크&기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