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일표의 미래정치]예견된, 그래서 반복될 '김수민 의원 사건'

[the300]

편집자주미래가 정치를 이끌고, 정치가 미래를 만듭니다. 그렇다면 그건 어떤 미래이며, 어떤 정치일까요. 한국 정치와 대한민국 국회가 더 이상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고, 경쟁하는 장이 되길 바라며 연재합니다.
↑홍일표 더미래 사무처장
정당의 언어나 행동에는 미숙하다

"우리 디자이너들은 디자인이라는 남다른 언어로 대중과의 소통은 누구보다 잘할 수 있지만 정당의 언어나 행동에는 미숙할 수밖에 없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을 두둔하며 한 발언이다. '불법 리베이트 수수'와 '업계의 관행' 주장이 맞서며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손 의원의 발언에는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진실'이 담겨 있다. 

현직 국회의원임에도 정당언어와 정치문법에 여전히 미숙한 상태일 수 있다는 것, 즉 보통의 국민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두 의원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사실 국회의원 당선자 가운데 국회의원이 해야 할 일과 지켜야할 규범은 무엇이며 국회와 정당, 그리고 현실 정치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 제대로 배운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각 정당이나 국회 사무처가 주최하는 당선자 워크숍 정도가 그나마 제공되는 사후적 학습기회이고 대부분은 개인적으로 시간을 두고 알아서 배운다.

그래서 選數가 중요하다

그래서인지 국회에선 '선수(選數)' 즉 몇선 의원인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초선 의원으로서는 알 수 없는 신묘한 정치세계가 존재한다는 암묵적 동의가 존재한다. 국회만이 아니라 정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정당을 미리부터 알고 일찍부터 경험한 초선 국회의원은 결코 많지 않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많은 영입인사들이 선보인 공통된 퍼포먼스는 입당원서작성이었다. 정당 활동은커녕 소속조차 되어본 적이 없음에도, 아니 없었기에 국회의원이 좀 더 쉽게 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들은 '정치의 본령'이라 할 수 있는 선거를 치러 이겨냈기에 학습능력과 진화속도는 무척 빠르다. 당선 직후부터 원내와 당직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다양한 특위와 TF에 소속돼 활발한 활동을 이미 시작했다. 이제 상임위원회까지 정해졌으니 국회의원으로서 활약도 예정됐다. 그러면서 초선 의원들은 정당언어와 정치문법에 익숙해진다. 재선에 성공하면 어느새 '정치 네이티브'가 된다(고 믿는다).

자전거 타는 국회의원

국회의원 당선자조차 이러할진대 일반 국민이 국회나 국회의원, 정당에 대해 제대로 배울 기회란 거의 없다. 가장 대중적인 학습기회는 대체로 언론을 통해 제공된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은 자전거 타고 출근하고, 보좌진도 몇 명두지 않는 유럽 국회의원들의 모습에는 이미 익숙하다. 검은 승용차와 보좌진을 무려 9명(!)이나 둔 한국 국회의원과 항상 대비된다. 최근에도 모방송사가 덴마크 국회 사례를 보도했고 이에 대해 SNS 등에서는 갑론을박 중이다. 정치혐오를 불러일으키는 잘못된 보도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국회의원의 모습과 역할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위해서는 인구규모, 행정부와의 관계, 정당 및 국회의 특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권과 특혜를 누리는 국회의원, 무능력과 무책임한 국회라는 비판에 동의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들이 가진 정보와 그들이 배운 정도로는 당연히 그렇다.

예견된 사건

그런 점에서 20대 국회 시작부터 터져 나온 이번 '불법 리베이트 수수 의혹 사건'은 어쩌면 예견된 일이다. 손혜원 의원이 말하듯 '디자이너로서의 경륜'의 길고 짧음만이 아니라 '정치인으로서의 언어와 행동에 관한 학습'이 너나없이 부족한 상태인 것이 작금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이 김수민 의원에게서 먼저 터졌을 뿐일 수도 있다. 비례대표 공천과정으로까지 의혹이 확대되는 것은 "도대체 국회의원은 어떤 사람이 되는 것인가"라는 근본적 의문 때문일 것이다.

반복될 사건

이번 사건을 특정 개인이나 정당의 문제로 국한지으려 하거나 "야당 탄압"이라는 식으로 반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국회(의원)의 일과 규범, 정당 언어와 정치 문법에 대한 교육과 학습이 얼마나 허술하며 반대로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20대 국회를 이끌 정세균 국회의장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그가 내건 '개헌'이라는 화두 역시 국회와 정당, 정치에 대한 충분한 토론과 학습의 기회가 국회의원은 물론 일반 국민들에게 제대로 주어져야만 진전 가능할 것이다. 20대 국회가, 누구보다 정세균 의장이 '정치교육'의 일대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길 바란다. 

무엇보다 정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선거 직전 '인재'를 영입하고 그제서야 당원으로 가입시키는 퍼포먼스는 그만하자. 그건 자랑할 일이 아니다. 4년간 꾸준하게 인재를 영입하고 그들에게 당원과 정치인, 선출직 공직자로서의 역할을 가르치고 역량을 키워내자. 그것이 자랑할 일이다. 국회와 정당에게 주어진 이번 숙제를 또 다시 그냥 미룬다면 '김수민 의원 사건'은 어떤 형태로든 반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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