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받은 정의화 선택은…"오바마 거부법안, 재의결 0건"

[the300]與 '자동폐기' 기울면 부의 어려워.."재의든 폐기든 의회의 선택"

정의화 국회의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으로 들어서며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2015.6.25/뉴스1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공을 넘겨받은 정의화 국회의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회법 개정안의 운명은 본회의에 올라 부결되거나 본회의에 오르지도 못하고 자동 폐기되는 둘 중 하나다. 법안을 본회의에 부의할 지 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은 국회의장에게 있다.

그러나 정 의장의 결단은 여야 합의, 특히 단독과반(160석)으로 표결 정족수를 결정할 새누리당의 입장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 의장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에 재의를 요구한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헌법에 따라 본회의에 부쳐야 한다"고 말했다. 원칙적으로 헌법에 따라 재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헌법 제53조4항에 따르면 법안에 대통령 재의요구가 있을 때 국회는 재의한다. 본회의에 법안을 상정,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2/3 이상 찬성일 때 법률안은 대통령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법률로 확정된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도 재의절차 진행을 강력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 의장의 출신당이기도 한 새누리당은 여기에 부정적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5시 현재 장시간 의원총회를 이어가며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복수의 의총 참석자들은 자동폐기하자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만큼 재의결 자체가 대통령에 맞서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애초 국회법 개정에 여당 상당수가 찬성했던 입장을 이제와 반대로 바꾸기도 부담스럽다.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을 묵혀두고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되는 수순을 밟았던 전례도 있다

물론 내부 이견은 있다. 앞서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청원 최고위원은 자동폐기를 주장했지만 김태호 최고위원은 이를 '꼼수'로 규정하고 "원칙대로 절차에 따라서 본회의에 회부돼 표결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새누리당이 자동폐기로 가닥을 잡고 법안의 본회의 부의에 응하지 않으면 정 의장이 독단으로 법안을 올리기는 어렵다. 정 의장도 이점을 고려한 듯 "여당이 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하는데 여당이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 투표가 성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핵심 관계자도 "의사정족수가 맞아야 부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 의장이 단독으로 할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대로 새누리당이 법안을 재의하되 부결시키는 방법을 택하면 정 의장이 이르면 다음달 1일로 예정된 본회의에 국회법을 올릴 수는 있다.
청와대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로 여당 내 책임론이 불거지는 등 정국이 요동치는 가운데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입을 굳게 다문 채 생각에 잠겨 있다. 2015.6.25/뉴스1

정 의장은 이후 절차에 대해 "여야 원내대표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국회법 개정안을 정부에 넘기기 전 여야를 불러 중재 노력을 한 배경에는 "여야가, 또 입법부와 행정부가 맞서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행정부가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성을 우려한다면 헌법재판소를 통해 해결하기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또 자신이 조문을 고쳐 보낸 국회법에 대해 "정부의 위헌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중재안을 마련해 ‘위헌적 강제성이 없다’는 점을 재확인한 뒤 이송했다"며 "입법부와 행정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함의를 담은 메시지였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의 법안 거부권 행사가 비교적 잦은 미국 사례가 주목된다. 입법조사처는 이날 보고서에서 미국의 '재심의'는 △대통령의 이의서를 의사록에 게재한 뒤 아무런 추가조처를 취하지 않거나 △소관 위원회 회부 △특정일로 심의 연기 △재의결 표결 등 크게 네가지 경우라고 설명했다. 

미 상·하원 모두 거부권 행사 법안 재심의가 우선이지만 반드시 본회의 표결에 회부되는 것은 아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 임기중 4건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의회는 이 가운데 단 한 건도 재의결하지 않았다.

해석에 따라 우리 국회도 '반드시 재의'보다 폐기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전진영 입법조사관(정치학박사)은 "비토 법안이 (미국) 의회에 환부된 후 절차는 헌법 테두리 내에서 전적으로 의회의 결정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에 반대하는 입법안이 야당에서 제출되는 등 논란이 불가피하다.

새정치연합 수석대변인인 김영록 의원은 재의요구 후 한 달 안에 법안을 본회의 상정, 처리하게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김 의원은 "헌법상 대통령의 재의 요구가 있으면 국회는 재의에 붙이도록 해 본회의 상정처리가 당연하다"며 "일부에서 마치 선택에 따라 처리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으로 보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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