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박원순 서울시장은 18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생태적 토목사업을 확대하는 등 도시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이동훈 기자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대진표가 확정되면서 선거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박원순 서울시장과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간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 각축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박 시장은 시정에 파묻혀 이 같은 결과에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박 시장은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중 어떤 상대가 가장 까다로운가"란 '우문'에 "제 맘대로 할수 있나요? (묵묵히 서울시장직을 수행하면서) 즐겁게 파트너를 기다려야죠"라고 '현답'을 제시했다.

서울시청 6층에 위치한 박 시장 집무실에 처음 들어서자 500여개가 넘는 서류파일과 산더미처럼 쌓인 문서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용산국제업무지구'1·2, '가든파이브', '한양도성'1·2 등 그동안 사회적으로 큰 쟁점이 됐던 각종 현안들이 파일 형태로 만들어져 있었다.

각각의 파일마다 주민경청자료부터 신문기사스크랩, 현안검토보고, 정책토론, 종합대책 등이 꼼꼼하게 기록되고 정리돼 있었다. 지난 2년5개월간 그가 이끈 서울시정의 생생한 기록에는 노란 형광펜 밑줄과 빨간 색연필 메모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박 시장은 손때 묻은 자료를 집어들며 "여기가 파일공장"이라고 웃었다.

◇"용산전면재개발 가능하겠나? 맞춤형개발 필요"=박 시장은 18일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가진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이 용산재개발 문제를 다시 거론하는 것과 관련, "여러 객관적 조건과 현실이 있는데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서부이촌동 주민들은 용산국제업무단지에서 해제된지 겨우 5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많은 갈등과 묶인 재산권으로 고생하다 이제 수습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다. 그동안 너무 큰 고통과 피해 때문에 건드리지 말아달라는 심정일 것"이라며 "주민들도 냉소적이어서 재개발이 가능하겠나"고 반문했다.

용산재개발 대안으로 제시한 서부이촌동 용산개발 맞춤형정책을 묻자 "현장에 제각각 다른 요구들이 있다. 용산기지창, 단독주택단지, 상가지역, 시범아파트 등 상황이 모두 다르다. 아파트도 노후화돼 재건축이 필요한 곳이 있고 신축된지 얼마안돼 새로운 개발이 필요없는 곳도 있다. 필요에 따른 맞춤형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 주민들과 함께 논의해 만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목사업을 지나치게 안한다는 비판에는 '전시산업'이 아닌 '생태적' 토목사업으로 지향점이 달라졌을뿐이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SOC(사회간접자본) 분야 사업비는 전년대비 2012년 5000억원, 2013년 1000억원 등 늘고 있다"며 "서울이라는 콤팩트한 도시에 대규모 건설사업은 이미 불가능하다. 도시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한다. 전면철거형 재개발의 시대는 가고 도시재생의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보스톤시는 60만명의 소도시지만 200명의 도시재생청이 전면철거가 아닌 기존 삶의 형태를 보존하는 도시재생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경인고속도로 중 일부 서울구간을 지하화하는 제물포터널(서울터널)을 새로운 생태형 토목사업의 예로 들며 도시를 양쪽으로 나누던 도로를 지하화하고 지상을 공원화하면 뉴욕의 하이라인을 뛰어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지 크게보기

박원순 서울시장 뒤로 산더미 같은 파일과 서류들이 쌓여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또다시 토목서울이 돼서는 안돼"=도시재생계획과 관련, "도시재생기금을 만들고 도시재생기구도 별도 조직체를 만들지 고민하고 있다. 도시재생은 기본적으로 건축주들의 자발적 힘으로 가는게 좋다. 서울시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며 "가장 급하고 노후화된 곳부터 역사적 결, 도시조직을 남기면서 장기적으로 시민들의 삶의 질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연남동, 백사마을, 장수마을, 창신동 등 뉴타운 해제된 지역을 중심으로 시행하고 있어 확산되려면 시간은 조금 더 걸릴 것이라고 양해를 구했다.

이명박 시장의 '청계천', 오세훈 시장의 '한강르네상스'와 비교해 눈에 띄는 업적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사람들은 큰 브랜드를 계속 요구한다. 말하자면 전시적인 토건사업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이 짧은 임기 중 하나만 해야 한다. 하지만 하나에만 집중하기엔 서울시는 너무 크고, 시민들의 요구도 너무 많다. 브랜드 하나 만들자고 다른 사안들을 무시하거나 방관해야 하나"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지난 2년5개월간 △갈등축소 △현안해결(지하철 9호선 재구조화, 채무감축, 새빛둥둥섬, 용산국제업무지구, 뉴타운) △삶의 질 향상(복지예산확대, 올빼미 버스, 환자 안심병원) △미래를 위한 초석(2030 서울플랜, 관광마이스플랜, 한양도성 프로젝트, 역사도시선언 등 50개 종합정책 마스터플랜)을 해왔다"고 소개했다.

재선시 반드시 하고 싶은 공약에 대해서는 "하던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발표할 것도 많지만 선거철이고 오해를 살수있을 것 같아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박원순 서울시장이 18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도시재개발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장 여당 후

◇"시민운동 하면서 정의원보다 법 제정 더 많이 했을 것"='서울시행정을 시민운동의 연장선상에서 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그게 나쁜 일인가요. 평생을 공익과 시민의 삶을 돌보는 일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참여연대 사무총장을 하면서 15대국회 4년 동안에만 78개 법안을 청원해 절반정도가 통과됐다. 부패방지법,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등이다. 기초생활보장법은 대한민국의 사회복지틀을 만들었다. 서울역에서 서명을 받고, 국회를 방문하는 등 노력한 끝에 만든 성과다. 아마도 시민단체를 하면서 정몽준 의원보다 법을 훨씬 더 많이 제정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거복지와 관련해서는 "과거처럼 건설형 임대주택 확보가 아닌 맞춤형으로 다양하게 갈수밖에 없다. 취임후 오 전 시장의 6만호에 새로운 유형의 공공임대주택 2만호를 더해 8만호가 거의 완성됐고, 제2기 공공임대주택 건설계획을 만들고 있다"며 "역세권개발을 통해 작은 규모지만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고 장기안심주택, 1~2인 가구를 위한 원룸형 소형 장기임대주택, 협동조합형 주택 등을 많이 만들 생각"이라고 제시했다.

박 시장은 전임 시장들이 남겼던, 사회적 논란이 됐던 각종 현안을 푸는 일을 "즐겼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해결사 역할을 좋아한다"며 "지하철 9호선, 용산,뉴타운, 세빛둥둥섬 등의 문제를 전문가들과 함께 풀어오는 보람을 즐겼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서울의 문화역사에도 남다른 관심을 쏟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한양도성이 내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다. 정부가 아니라 서울시가 주도해 등록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한양도성은 엄청난 관광자원이 될 것이다. 600년 역사를 잘 살려가면 뉴욕, 싱가포르는 우리와 경쟁이 안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재탄생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저는 서울시장 역할을 열심히 하고 그분들은 그 분들대로 잘하면 된다. (시정에 바빠)여의도까지 신경쓸 여력이 없다"며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었다.

☞[서울시장 후보에게 듣는다①] 정몽준 "아무 일도 안한 시장? 나는 다르다"
☞[서울시장 후보에게 듣는다②] 이혜훈 "M·K 결투? 경선 시작되면 달라질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