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울산=뉴스1) 윤일지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한~동남아 항로에서 운임을 담합한 23개 국내외 해운사에 과징금 962억원을 부과한 18일 울산신항에 접안한 고려해운 선박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2022.1.18/뉴스1

연일 친기업 행보를 보이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에 해운업계 제재에 반대해 온 고위 공무원이 파견되면서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2일 인수위에 따르면 해수부는 전날 인수위 경제2분과에 전재우 해운물류국장을 파견했다. 전 국장은 해운업계에서 해운·물류 업무에 전문성을 확보한 해양수산통으로, 국내 해운업계를 적극 지원하며 해운산업 정상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수출입물류 비상대응 TF 공동반장으로 활동하며 글로벌 물류대란과 고운임으로 인한 수출기업들의 고충을 덜기 위해 HMM 등의 국적선사들과 협의해 임시선박을 배치하기도 했다.

그간 해운업계의 손을 들어준 전 국장이 인수위에 합류하자 해운업계는 내심 반색하는 분위기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선사들이 한국~동남아 항로에서 운임을 담합했다며 9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해운업계와 해수부는 강력히 반발했다.

특히 전 국장은 공정위가 한국~일본, 한국~중국 항로에 대해서도 조사에 착수하자 지난 1월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위가 해운업의 생리를 모르고 무리한 제재를 한다"며 작심 비판에 나서기도 했다. 당초 공정위는 과징금 규모를 8000억원으로 예고했으나 해수부 등의 반발에 직면하자 이를 962억원으로 축소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전 국장은 해양 관련 전문가 중 전문가로, 국제법과 해운법에 따라 공정위의 결정에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며 "공정위 관련 제재가 빨리 해소될수록 업계 입장에서는 좋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이 작은 정부와 민간 주도 성장을 강조해 온 만큼 정부 차원의 제재는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전날 경제단체장들과 만나서도 "기업이 더 자유롭게 판단·투자·성장할 수 있게 제도적 방해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현재 인수위 내에서 공정위는 주목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인수위에 파견된 공정위 소속 공무원은 과장급으로, 공정위는 여성가족부·환경부·농림축산식품부 등과 함께 고위 공무원을 파견하지 못했다.

해운업계 내에서는 윤 당선인이 '신 해양강국'을 공약한 가운데 HMM의 민영화도 앞당겨질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현재 HMM은 KDB산업은행이 지분을 20.69%, 해수부 산하 해양진흥공사가 19.96% 보유 중이다. 전환사채권(CB), 신주인수권부사채권(BW) 등을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지분은 70%를 넘긴다.

산은과 해수부는 그간 HMM의 독립을 원한다는 입장을 내비쳐왔다. 해수부는 "경영 여건 안정화가 필요하다"며 민영화까지 2~3년 후를 내다봤으며, 산은은 단계적 지분 매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HMM의 재건을 이끈 배재훈 사장이 임기를 마치고 김경배 전 현대글로비스 사장이 신임 사장으로 선임되면서 민영화 시점이 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배 사장이 지난 10년간의 적자를 단 한 해 만에 털어내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상황에서 HMM 인수자 후보로 거론되는 현대글로비스 출신의 김경배 전 대표를 선임한 것이 민영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해운업계 다른 관계자는 "현 정권의 가장 성공적인 정책이라고 평가받는 것이 바로 해운사업 재건"이라며 "(정부가)당장 성과가 좋으니 매각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시장에서는 민영화가 느려질수록 투자결정·사업확장 등 의사결정도 늦춰지면서 HMM의 성장이 정체된다는 우려가 있다"며"윤 당선인이 친기업적인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매각 시점이 빨라질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