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가 열린 30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조해진 최고위원 후보가 연설하고 있다. 2021.5.30/뉴스1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이례적으로 큰 관심을 얻고 있는 가운데 최고위원 후보들은 '캐릭터 승부'에 힘을 쏟고 있다. 진중한 모습으로 당 혁신과 정권교체를 위한 공약을 소개하기도 하지만, '만세 삼창'을 외치거나 유행하는 춤을 추는 모습으로 친밀감까지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무게감을 벗어던진 현직 국회의원 최고위원 후보들의 활약으로 전당대회에 활기가 넘치고 있다는 평가다.

연설회장 쩌렁쩌렁 울린 조해진 목소리 "만세 만세 만만세!"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너도 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살기 좋은 내 마음 우리 힘으로 만드세"

만세 삼창과 가창력으로 뜬 후보는 3선의 조해진 의원이다. 조 의원은 첫 합동연설회 때부터 연설 말미 만세 삼창을 빼놓지 않고 해 주목 받는다.

조 의원은 지난달 21일 광주 합동연설회에서 "국민의힘 만세! 정권교체 만세! 새로운 대한민국 만세 만세 만만세!"라며 크게 외쳤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그의 파이팅 넘치는 만세 삼창에 놀라면서도 즐거워했다. 이후로도 조 의원은 합동연설회 때마다 만세 삼창으로 자신의 연설을 마무리하고 있다.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조 의원은 사회자가 "최고위원들이 여러 방법으로 어필하는 연설을 가졌다고 해서 봤더니 의원님께서 갑자기 '대한민국 만만세'를 외치시더라. 왜 그러신 거냐"라고 묻자 "지역에서 유세할 때 초선 때부터 맨날 끝에는 만세를 외치곤 했다"며 "전당대회에 제가 처음 나가니까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 좀 생소할 수 있는데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3일) 대구 합동연설회에서는 연설 시작을 노래로 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조 의원은 연설회 무대에 오르자마자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작사·작곡한 '새마을 노래'의 첫 소절을 불렀다.

이후 조 의원은 "제가 어렸을 때 마을 이장님 집 스피커에서 퍼져 나오는 이 노래로 아침을 시작했다"며 "그때는 모두가 하나의 꿈을 꾸는 하나의 국민이었다. 새로운 대한민국은 바로 그 긍정의 기운을 살려내는 데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 조해진이 이 일에 도전하겠다. 최고위원이 되면 내년 정권 되찾아와 새 정부의 국정 최우선 과제로 지방 집중 전략을 펼치겠다"며 "지방을 새로운 성장과 발전을 동력으로 삼아 대한민국의 제2의 발전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이날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전당대회에서 노래를 불러보고 싶었는데 워낙 분위기가 엄숙하고 시간도 5분밖에 안 돼 첫날에 하질 못했다"며 "안 하면 아쉬울 것 같아서 대구에서 부르게 됐다"고 말했다. 또 "만세 삼창은 지역·미래·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 긍정을 부른다는 취지에서 늘 해왔던 것"이라고 의도를 설명했다.

'드론'부터 '범 내려온다'까지…신세대 이영

이미지 크게보기

이영 의원 유튜브 영상(영 내려온다) 화면 캡쳐./출처=여의도 영TV 유튜브

이미지 크게보기

이영 의원 유튜브 영상(영 내려온다) 화면 캡쳐./출처=여의도 영TV 유튜브

"영 내려온다 영이 내려온다"

춤으로 뜬 초선 후보도 있다. 이영 의원은 얼마 전 자신의 유튜브에 '영 내려온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려 여의도 안팎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해당 영상에서 이 의원은 가수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 처음에는 VR 체험관 등 과학기술 분야와 연관된 장소들에서 춤을 추다가 국회로 자리를 옮긴다. 국회 앞 잔디와 회의장 내부 등에서 이 의원은 선글라스에 정장, 운동화 차림으로 끊임없이 춤을 춘다. 이 의원의 보좌진들도 뒤편에서 이 의원과 함께 춤을 춘다.

동영상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뜨겁다. 해당 영상에는 '신선하고 멋있다' '춤도 잘 추시고 귀엽다' '어떻게 이 얼굴이 국회의원이냐 유튜버라고 해도 믿겠다' 등 댓글이 달렸다.

카이스트 대학원 암호학 전공자이자 IT 벤처기업가 출신인 이 의원은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라는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여러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달 20일 국회에서 최고위원 후보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할 때도 출마 선언문을 드론 '영맨'이 가져다주도록 했다.

이 의원실의 이혜인 비서관은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그간 디지털 전문가로서의 의정활동을 유쾌하게 표현하고 싶어 '범 내려온다' 커버 영상을 찍게 됐다"며 "일단 우리가 재밌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서 연출, 기획, 촬영까지 의원실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참여했다. 의원님이 원래 춤을 잘 추셔서 수월하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지역 연관성 강조하는 조수진·의리의 배현진

이미지 크게보기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가 열린 30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조수진 최고위원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2021.5.30/뉴스1

조수진 의원은 합동연설회가 열리는 해당 지역과 자신의 연관성을 한껏 극대화하는 전략을 펼친다.

조 의원은 광주 합동연설회에서 "전주에서 초중고를 나오고 정치부 기자 시절에는 호남이 배출한 유일한 대통령인 김대중 전 대통령을 취재해 왔다"며 "정당의 존립 목적은 정권 창출이고 역대 대선 결과는 호남의 지지 없이 집권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영남 출신인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발탁해 대선에서 승리했다. 이제 호남 출신 조수진을 크게 키워 정권을 창출하고 국민 통합을 이뤄내자"며 "호남을 위해 전적으로 나설 수 있다. 통합과 미래를 향해 나가자"고 했다.

지난 2일 부산 합동연설회에서는 "저는 25년 가까이 기자를 했다. 설이면 김영삼 대통령의 상도동 자택을 찾아 거제 멸치를 듬뿍 우린 국물맛 끝내주는 떡국을 먹곤 했다"며 "부울경, 이곳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써온 곳이기 때문에 저는 지금 대단히 가슴이 뛴다"고 말했다.

배현진 의원은 '의리녀' 이미지를 굳혀가는 모양새다. 배 의원은 합동연설회 초반부터 줄곧 "비가 오나 바람이 오나 눈이 오나 여러분과 함께했다"는 말로 당심을 잡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배 의원은 부산 합동연설회에서 "지난 4년 동안, 여러분이 가진 휴대폰 사진첩을 한번 둘러봐 달라"며 "사진첩 곳곳에 배현진이 있다. 배현진이 모질게 굴어서 창피하게 만든 적 있느냐.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모습으로 부끄럽게 한 적이 있느냐"고 외쳐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에게 '든든한 기댈 수 있는 벽'이 될 수 있다"며 자신은 당이 힘들다고 도망갈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부산=뉴스1) 여주연 기자 =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최고위원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배현진 최고위원후보가 연설을 하고 있다. 2021.6.2/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