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자살예방법', 이번엔 법사위 문턱 넘을까

[the300]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뉴스1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가 오는 15일과 16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개최한다. 이번 제2소위원회에서는 '자살예방법' 관련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자살 시도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도 관련 정보를 자살예방기관에 넘길 수 있게 한 이 법은 지난달 26일 전체회의 안건에 올랐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법사위서 왜 막혔나…법무부의 "법리 충돌" 의견



법사위는 자살예방법에 대한 관계 정부 부처 간 협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고 이를 제2소위원회에 넘겼다. 지난달 26일 전체회의에서 이응철 법무부 형사법제과장은 "의견을 물으시기에 저희는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 법들이 해석 과정에서 충돌 여지가 있고 제정되더라도 작성이 안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며 "문제는 고독사예방법이 통과가 돼 있어서 반대까지는 아니라고 했지만 충돌을 고려해 심사해야 한다는 게 저희의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법무부는 앞서 자살예방법과 관련해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했다.

자살예방법은 크게 두 갈래로 내용을 나눌 수 있다. 먼저 경찰서장, 소방서장 등이 자살위험이 높은 자살시도자의 정보를 당사자의 동의 없이도 자살예방업무 수행기관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고 규정한다. 자살시도자의 사후관리를 위해서다.

두 번째는 형사사법정보의 제공 관련 부분으로, 이 규정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자살자 통계 분석을 위해 경찰청장 등에게 형사사법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자살 예방률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법무부가 문제 삼은 부분은 두 번째 내용이다. 현행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에 따르면 형사사법업무 처리 외의 목적으로 형사사법정보를 수집·저장·이용할 수 없다.

그런데 자살예방법이 통과되면 경찰청장 등이 형사사법정보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기 때문에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과 서로 충돌한다.

복지부는 지난달 전체회의 이후 법무부에 법안 관련 추가 의견 제시를 요구하는 등 협의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법리 상충 어떻게 극복할까…'자살위험이 높은 자살시도자'란?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참석을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사진=뉴스1

법리가 상충하는 부분에 대한 법무부와 복지부 측의 법안 개선 방향은 일치한다.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을 개정하거나 특례 조항을 신설함으로써 극복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이미 시행 중인 고독사예방법이나 통계법도 복지부 장관이 경찰청장 등에게 정보 제공을 요청할 수 있게 해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과 상충하는 부분이 있다"며 "자살예방법까지 모두 묶어서, 해당 경우들에 대해서는 정보 수집.제공 등이 가능하는 내용의 특례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의견을 밝혔다.

법사위원들도 이를 포함해 여러 개선 방안들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제출된 자살예방법으로는 '자살위험이 높은 자살시도자'를 어떻게 특정할 것인지가 나와 있지 않아 무분별한 정보가 제공될 수 있단 지적도 있다. 당사자 동의 없이도 개인정보(이름, 생년월일, 주소, 연락처)를 자살예방기관에 넘기겠다는 것인데, 법 취지를 고려해도 헌법이 보장한 사생활 보호권을 침해하는 내용인 만큼 보다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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