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청원, 새로운 민주주의가 되다

[the300][춘추관]참여와 결집의 플랫폼..극단적 대결의 장 극복은 숙제

"정부에서 자유한국당 정당해산 청구를 해 주십시오."

'제1야당' 한국당 해산을 요구한 온라인 청원이 유례없이 많은 동참을 이끌며 열기를 뿜어낸다. 문재인정부 청와대의 '국민청원'이 그 무대다. 국민의 어떤 의견이라도 듣겠다며 24시간 열어둔 디지털 게시판이다. (http://www1.president.go.kr/petitions)  

정혜승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해당 청원이 동의자 140만명을 돌파한 30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매일 0시 기준 집계 결과 첫날(22일) 485명이던 것이 28일 0시 14만5994명, 29일 0시 24만9395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선거제 개편안과 사법제도 개혁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놓고 여야의 극한 대치가 이어진 가운데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청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과 위원들이 자유한국당 의원 및 당직자들과 대치하고 있다. 2019.04.26. since1999@newsis.com

여야 패스트트랙 대치가 격화한 27일(토요일) 누적 10만명을 넘더니 28일(일요일) 하루에만 10만명이 증가했다. 29일 무려 50만여명이 동참했고 30일 하루동안 63만6000여명이 추가됐다. 국민청원 사상최대 기록이다. 이게 상품이나 서비스였다면 '대박' 흥행이다. 맞불 청원, 패러디 청원인 민주당 해산요구에도 30일 자정 19만여명이 동참했다. 결코 작지않은 규모다.

기존에 동의자가 많던 청원은 강서구 PC방 살인 엄벌 요구(119만명), 조두순 출소 반대(61만명) 등이다. 생명과 안전에 대한 불안감 표출이었다. 정당의 행위를 그런 흉악범죄처럼 보자는 건 결코 아니다. 새로운 시대의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모습을 주목한다. 

첫째 청와대 국민청원은 참여하고 공감하기 쉽다. '참여'라는 민주주의 기본 특성과 부합한다. 굳이 광장에 가지 않고도 내 생각을 밝힐 수 있다. 4년(국회의원), 또는 5년(대통령) 후의 선거를 기다릴 필요도 없다. 2017년 '촛불'을 들고 거리에 섰다면 이제는 모바일, 온라인으로 할 수 있다. 전자촛불은 더 간편하고 빠르다.

둘째 정치와 정책의 갑을관계가 바뀐다는 전복의 카타르시스다. 수십년간 정부와 정치권이 어젠다와 정책을 생산·공급하면 국민은 수용, 소비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톱다운이다. 국민청원은 완벽한 바텀업 방식을 보여준다. 국민이 방향을 잡으면 대통령과 국회가 수용한다. 실질적 변화가 없어도 좋다. 공개답변만으로 최소한의 피드백이 된다.

셋째 정부나 국회의 의사결정 방식이 달라진다. 재래식 여론 파악은 막연히 시장에서, 택시에서 추산하는 식이었다. 온라인 국민청원은 '몇일새 몇명'이란 손에 잡히는 결과다. 특정 사건에 선처를 반대하고 엄벌을 요구하는 청원은 무엇보다 강력한 가이드라인이 됐다.
4월22일 등록, 30일 밤 동의자 140만명을 넘긴 '자유한국당 정당해산' 국민청원/청와대 웹사이트 캡처

물론 극단적 정쟁, 과도한 여론재판의 가능성은 극복해야 한다. 청와대는 특정 시민사회가 아니라 최고권력기관이자 행정기관이다. 공직자들이 세금으로 만든 플랫폼이 국민을 분열시키는 온라인 검투장이 돼선 곤란하다. 다만 새롭다고 해서 세련되고 점잖기만 한 건 아니다. 애초에 정치가, 민주주의가 그런 것이 아니다.

국민청원을 통해 정말 특정 정당이 해산될 리도 없다. 동의자들이 실제 정당 해산을 원하기보다 최근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입법 관련 국회 상황에 의견을 표출했다는 게 청와대 내부 기류다. 결국 '정당해산'이란 자극적인 소재가 아니라 편리하게 '요구'하고 '참여'할 수 있다는 소통방식이 핵심이다.
 
'미래가 과연 올까', '그게 바람직할까'는 무의미할 지도 모른다. 그 날은 어차피 오기 때문이다. 누가 준비하고 적응하고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새로운 민주주의는 이미 시작됐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