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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서울 강남구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시민들이 '강남역 살인'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
2016년 5월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이나 지난달 발생한 서울 강서구 '주차장 살인사건' 등 성별에 따른 혐오로 발생하는 폭력 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통과가 28일 좌절됐다.
국회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을 심사했지만 체계·자구 심사를 이유로 법안심사제2소위원회로 회부했다. 다음 법사위 2소위는 내달 3일 열린다. 여야 법사위원들은 이 법안을 2소위로 회부하는 대신 내달 열리는 2소위 회의를 포함해 법안 처리 절차를 정기국회 내 신속히 마치기로 했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은 정 의원 등이 새로 만들어 발의한 제정법으로 여성폭력 방지와 피해자 보호·지원에 관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명백히 규정한 법이다. 여성폭력 방지 정책의 종합적·체계적 추진을 위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하고 성범죄 2차 피해 방지 등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명시했다. 성별에 따른 모든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유치원부터 전 학령에 걸쳐 학교에서 여성폭력 예방 교육도 받도록 했다.
이날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대한 반대 의견은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법률 명칭에 '여성'만 들어간 점과 '성평등'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점, 지자체에 의무화하는 여성폭력 예방교육이 이미 기존의 양성평등 교육과 중복돼 예산 낭비일 수 있다는 지적 등이 이어졌다.
한국당 법사위 간사인 김 의원은 "법률 대상자가 남성과 여성을 다 아우르는데도 법률 명칭이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다"라며 "보호 대상자가 남성과 여성인데도 제목이 이런 것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법률 명칭을 그렇게 한 취지를 설명하자 "취지나 필요성은 다 인정한다. 마치 취지를 부정하는 것처럼 몰아가지 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성평등'인지 '양성평등'인지에 대해서도 김 의원은 "'성평등'이라는 용어를 썼는데 '양성평등'이 맞다"며 "이 법안은 체계자구를 간단히 고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법률 제명을 어떻게 할지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 장관은 "폭력 대상자가 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여성이 많아 '여성폭력'이라는 용어가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우려들은 적절하게 운용하는 과정에서 잘 처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진 장관은 이어 "용어에 대해 계속 논란이 있어 '양성평등'과 '성평등' 혼용이 원칙"이라며 "용어도 큰 걱정 안 해도 된다"고 김 의원을 설득했다.
김 의원이 계속 문제를 제기하자 여성가족위원회를 겸임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진 장관을 거들었다. 표창원 의원은 "이미 여가위에서 심도있게 대비한 문제"라며 "다만 대체할 용어가 없다"고 설명했다. 표 의원은 "국제적으로 '젠더 폭력(Gender Violence·성별에 의한 폭력)'이라고 쓰이는데 한국에 대체어가 없다"며 "다수 여성에 대한 국회 요청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여가위 합의를 존중해 달라고 개인적으로 (통과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여당 법사위 간사 송기헌 의원도 "명칭을 '여성 폭력'에 갈음할 수 있다고 하고 남녀가 대비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양성평등'을 분명히 쓰는 정도로 해서 법을 시행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진 장관은 "여성폭력에 대한 대비를 진행할 수 있다면 의견을 수용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논의된 여가위 소관 법안 중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여가위에서 합의된 내용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법안심사 2소위로 회부됐다. 이 법안은 법원이 양육비 지급 판결을 내리기 전에도 비양육부·모의 자료를 관계기관장에게 요청할 수 있도록 해 집행을 앞당기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한국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법 체계와 맞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송 의원은 "민사집행법으로 이 내용이 충족될 경우 법 개정이 되면 곤란할 수 있다"며 "다음달 3일 제2소위원회를 하니까 그 때까지 여가부 장관이 현행 법체계와 충돌되는지 여부를 충분히 검토해서 내용을 가져와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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