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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의 여성가족부,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등 6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
여야가 30일 여가부에 가정폭력과 데이트폭력, 불법촬영, 디지털 성범죄 등 여성에 대한 범죄에서 안전을 지킬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한 목소리로 촉구했다. 여야는 최근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서 발생한 가정폭력 살인 사건 피해 유가족을 참고인으로 채택해 가정폭력 대책의 허술함도 지적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여성가족부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등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이날 국감에는 등촌동 사건 유가족 A씨가 출석해 "가정폭력 피해자 가족의 신변을 보호해 줄 수 있는 구체적인 법 제정을 원한다"며 "유가족을 국가가 돌봐주는 실질적인 법이 제정됐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A씨는 지난 23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아버지를 사형해 달라"는 내용의 청원을 올렸다. 아버지가 가족들에게 오래도록 폭력을 가하고 살해 협박을 해 오다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국감에서 "아버지가 '우발적' 또는 '심신미약' 등의 이유로 감형돼 출소해 가족들에게 보복할까봐 너무 두려웠다"며 청원글을 올린 이유를 밝혔다.
A씨는 2015년 2월 경찰에 아버지의 폭력을 신고한 적도 있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에 신고한 뒤 가해자(아버지)가 두 시간 만에 풀려났고 신고자에 대한 추가 조사는 없었다"며 "용기 내 신고했음에도 무시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는) 다시 집에 와서 집기들을 던지며 엄마를 데려오라고 가족을 새벽까지 밤새 괴롭혔다"고도 덧붙였다.
A씨는 경찰의 접근금지 명령도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빠가 흥신소에 의뢰해 동생 뒤를 밟고 다음날 찾아와 집앞에서 칼을 들고 위협한 적도 있었다"며 "차량에 GPS를 부착해 엄마의 동선을 파악하기도 하고 가족관계 증명서를 통해 주소지 등 정보가 유출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A씨의 법 개정 촉구에 진 장관은 "가정폭력이라는 것이 너무 일반화가 어려운 개별성이 있어 법으로 담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며 "이번엔 모든 위협들을 좀 더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고 수십년 간의 폭행 속에서 어렵게 결심한 사람들이 보호받을 수 있게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A씨의 참고인 출석을 신청한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정폭력 문제는 거의 모든 폭력과 아주 깊이 연관돼 있다"며 여가부가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과 협력해 대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정 의원은 "112의 신고 시스템에 신고 기록 보관 기간이 1년이라는데 가정폭력을 신고하면 전에 신고한 적 있냐고 물어본다"며 "(등촌동 사건도) 이전에 신고한 적이 없다고 해서 피해자가 유혈이 낭자한데도 가해자가 불구속됐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신경민 의원은 피해자 곁으로 가해자가 쉽게 갈 수 있는 허점을 지적했다. 신 의원은 "부모가 아이를 때려 친척집에 맡겨져도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을 보면 아이가 어딨는지 알 수 있다"며 "피해자 분리라는 개념 자체가 전반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도 "데이트 폭력 통계나 부부 폭력 통계가 정확히 없는 실태"라며 "실태를 모르니 대책이 있을 수 없고 설사 대책을 만들어도 구멍이 숭숭 뚫릴 수밖에 없다"고 실태 파악을 촉구했다.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강한 처벌 촉구도 이어졌다. 제윤경 민주당 의원은 "가정폭력에 관한 특례법, 처벌법 등에서 무려 66개 항이 피해자 동의를 전제로 해 피해자가 용기를 내지 않으면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며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의지를 여가부가 더 적극적으로 주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전혜숙 여가위원장도 "미국은 협박만 해도 가정폭력으로 처리한다"며 "가정폭력을 집안일이라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성폭력 등 여성 대상 범죄에서 2차 피해를 여가부가 콘트롤 타워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송희경 한국당 의원은 "올해 한 기관장이 계약직들과 키스, 블루스 등 신체접촉을 한 일에 대해 여가부 매뉴얼에 따라 당사자 간 합의로 종결했다고 했는데 징계 주체가 가해자인 원장이었다"며 "결과만 보면 매뉴얼대로 했다는데 피해자를 여러 번 죽인 셈"이라고 말했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주저 않고 신고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유민봉 의원은 "성폭력 신고 홈페이지가 피해자들에게 너무 불친절하다"며 "좀 더 유연한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특히 14세 미만 미성년 피해자들은 더 당황하고 상황 대응 능력이 떨어질 텐데 법정대리인 동의를 요구하는 부분에서 당황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가위는 청소년 보호 대책 마련 방안도 여가부에 제안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최근 문제가 된 '자해송'을 재생하며 "뒤늦게 여가부의 유해매체물로 지정고시됐지만 이미 너무 유포된 상태"라며 "유튜브나 개별 인터넷 방송은 아날로그적 행태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 장관은 "현재 빠르게 삭제가 안 되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실효성 있는 계획을 수립해서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청소년에게 콘돔을 통한 피임법을 가르치고 자유롭게 콘돔을 사도록 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청소년에게 콘돔을 물어보면 야한 것, 유해물로 사용하는데 안전하게 사랑하기 위한 물건이라는 교육이 돼야 한다"며 "피임용품 구매가 합법임에도 여가부 고시가 청소년의 콘돔 구매를 막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숙 여가부 차관은 "공감한다"며 고시 개정과 관련 "일부 교육청 시범학교에서 고시와 관련된 부분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합의를 거쳐서 개정할 수 있는 방향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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