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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재인을 지지한다. 왜냐하면…"/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
나는 투자회사 임원이다. 40대 중반인데 야당 성향이 있긴 하지만 중도에 가깝다. 한미 관계도 중시한다. 대선주자 얘기가 나올 때면 듣는 편이지만 마지막에 문재인을 강조한다. 내가 던지는 키워드는 인권이다.
인권은 인간을 보는 따뜻한 시선이다. 민주주의는 절대권력에 대한 민중의 견제에서 탄생해 궁극적으로 인권 보장에 기여했다. 다만 민주주의는 거대한 시스템이어서 인권보장 측면에서는 공허한 구호일 뿐이다. 민주주의 하에서 이루어진 수많은 인권 침해를 우리는 안다.
인권을 최우선으로 삼는 민주주의 헌법 아래서도, 국가 권력에 의한 시민에 대한 폭력, 사상검증, 언론 조작은 늘 존재해왔다. 최근 10년간 대한민국의 인권 수준은 후퇴해 왔다. 권력에 대한 정당한 비판 기능에는 재갈이 물려졌다. 민주주의 시스템하에서 정상 작동하리라 믿었던 수많은 ‘워치독(watch dog)’은 권력의 ‘반려견’이 됐을 뿐이다.
인간을 보는 따뜻한 시선, 그 인권이라는 게 사치가 된 세상이다. 인권 보호는 성긴 민주주의 시스템의 빈공간을 채우는 촘촘한 그물망이다. 인권에 대한 인식 없이 만들어진 헌법, 그 헌법에 기반한 민주주의 시스템은 허울뿐이다. 미국 헌법은 철저하게 인권보장을 절대 가치로 해 쓰여졌다.
미국 국가 수립시 헌법의 후속작업으로 이루어진 수정헌법의 모든 내용이 기본권 보장에 관한 것이고 그에 어긋나는 모든 국가 시스템은 수정헌법에 조화를 이루도록 수정돼 왔다. 즉 가치로 튼튼한 기반을 만들고 국가 시스템을 그 위에 차곡차곡 쌓아온 것이다. 우리는 인권이라는 가치에 합의하지 못하고(혹은 군사정권으로부터의 정권이양이라는 시급한 과제에 밀려서) 성급히 민주주의라고 이름지어진 시스템을 지어 놓고 우리의 헌법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일은 미뤄뒀다. 이로 인해 우리의 헌법과 그에 기반한 민주주의 시스템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 이번에 깨달았다.
문재인은 훌륭한 인권 변호사다. 우리나라의 인권변호사의 계보가 일천하긴 하지만 누구도 문재인이 훌륭한 인권변호사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못한다. 노무현의 굴레를 짊어진 이유도 그가 노무현과 인권이라는 큰 가치에 합의해 같은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노무현정권의 민정수석, 비서실장 인연만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인간 문재인의 편린만을 보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인권에 대한 믿음, 그로인해 보완될 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한 기대다. 그리고 이 역할에 있어 아직 대한민국에 문재인을 대체할 사람은 없어 보인다는 게 내 생각이다. 다른 후보들은 민주주의의 가치, 시스템 변화를 얘기 하기 전에 근본 가치인 인권에 대한 선명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는 그의 말보다 더 가슴 아프게 민주주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후보가 우리 역사에 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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